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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토마' 이병규, ‘AND'와 ‘END' 중 어떤 결정 내릴까

  • 강병진
  • 입력 2016.10.09 07:23
  • 수정 2016.10.09 07:24

짧지만 그 무엇보다 강렬한 순긴이었다.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9번)가 2016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26000명이 가득 찬 잠실구장을 열광에 빠뜨렸고, 하늘이 뚫릴 것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병규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8일 잠실 두산전에 콜업, 지난해 10월 6일 광주 KIA전 이후 368일 만의 1군 무대 타석을 소화했다. 4회말 2사 1, 2루 찬스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니퍼트의 150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안타를 날렸다. 2루 주자가 홈에서 태그아웃 당하며 이병규의 플레이는 그대로 끝났지만, 자신을 기다려준 모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을 선물했다.

팬들의 이병규를 향한 함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후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자 팬들은 이병규를 외쳤고, 이병규는 이에 화답했다. 관중석에서 이병규의 응원가가 시작되자 다시 1루 쪽으로 돌아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병규도, 팬들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했다.

이병규는 올 시즌 후 2013년 겨울에 체결했던 FA 3년 계약이 종료된다. 2013시즌 KBO리그 통산 최고령 타격왕을 차지하며 맹활약했으나, 2014시즌부터 2년 동안 고전했다. 다리부상이 고질병이 되면서 수비와 주루플레이에 제약이 생겼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이병규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이병규는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1군 콜업을 바라봤는데, 결과적으로 1군 무대 1경기 1타석 소화에 그쳤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병규는 올 시즌 모든 일정이 종료된 후 LG 구단 측의 자신의 선택을 전달할 계획이다. LG 구단 역시 이병규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이병규 선수가 올 시즌 내내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지 꾸준히 물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역을 연장할지, 아니면 은퇴를 할지, 모든 것은 이병규 선수에게 달려있다. 이병규 선수가 시즌이 완전히 끝나면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서 구단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상태다”고 했다.

만일 이병규가 LG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갈 경우, 이병규는 올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병규와 가까운 한 야구인은 “병규가 올해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타 팀 이적도 고민했다. 하지만 LG를 떠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더라. 자신도 중요하지만 팬들과 LG 팀 후배들도 생각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며 “은퇴를 하게 되면 해외연수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메이저리그 코칭시스템과 구단운영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 가서 향후 LG에 선진야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병규는 8일 경기에 앞서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 너무 걱정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일단 지금은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LG 선수들은 시즌 내내 잠실구장 이병규의 라커룸을 그대로 뒀다. 그리고 정규시즌 최종전에 이병규의 이름과 등번호가 찍힌 유니폼이 라커에 걸렸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모두 이병규 선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후배들이 장난치는 모습도 꾸준히 나왔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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