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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은 가족

  • 김도훈
  • 입력 2016.10.15 06:46
  • 수정 2017.11.30 05:22

2015년 6월에 에밀리 헤드룬드는 스스로에게 도전 과제를 냈다. 1년 동안 옷을 한 벌도 사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어린 아들의 옷을 사는 것도 헤드룬드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실험을 가족 전체로 확장하기로 했다. 헤드룬드가 계산해 보니 그들 가족은 매년 중고품 할인점에서 발견한 옷 구매, 저렴한 패스트 패션 충동 구매에 매년 수백 달러를 쓰고 있었다. 헤드룬드와 가족들은 그런 옷들에 어떤 연결도 느끼지 못했고, 사 놓기만 하고 입지도 않았다.

헤드룬드는 가족이 1년 동안 입기에 충분한 옷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 한 가지 잠재적 문재는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이었다. 결심했을 때는 출산 2개월 전이었고, 다양한 크기의 옷이 필요하게 될 것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입었던 옷들을 포함해 다양한 섬머 드레스, 스포츠웨어, 레깅스와 진을 갖고 있었다.

헤드룬드는 자신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유혹을 줄이기 위해 세일에 관한 이메일을 보내는 올드 네이비, 빅토리아’스 시크릿, 아메리칸 이글 등의 기업 이메일 구독을 해지했다.

효과가 있었다. 러닝화 한 켤레를 산 것을 제외하면 1년 동안 헤드룬드는 가족들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다. 절약을 실천하는 동안 헨드룬드의 눈에 전혀 다른 것이 들어왔다. 의류 업계의 엄청난 낭비였다. 자신과 같은, 필요도 없고 사실은 원하지도 않는 옷을 너무 많이 사는 사람들의 그 원인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세계적으로 1년에 800억 점 이상의 의류가 팔린다. 다른 가계비에 비했을 때,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옷을 사고 있지만 지출 자체는 줄었다. 이런 구매는 오염, 낭비, 위험한 작업 환경을 그저 사업의 비용으로 치부하는 패션 업계의 동력이 된다는 불안한 진실을 헤드룬드는 실험을 계속하며 깨닫게 되었다.

“패션 업계에는 내가 들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어두운 면이 있다. 그건 옷 안 사기를 시작했을 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결코 아니었지만, 이젠 앞으로도 계속 옷을 안 사고 싶어진다.”

한 사람의 행동이 투명성 부족으로 악명 높은 1조 달러짜리 세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반드시 순진한 것만은 아니다. 패션 폐기물 감소 단체 리드레스의 설립자 크리스티나 딘은 소비자들이 소매 기업들에게 과잉 생산의 속도를 낮추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소비를 조절함으로써(즉, 적게 삼으로써) 소비자들은 ‘매년 수십억 점의 의류를 생산하는 대형 기업들에게 그렇게 많이 사고 싶지 않다, 질 나쁜 싸구려를 사고 싶지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세인트 루이스에 사는 헤드룬드는 1년 동안의 실험 중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옷을 교환하다가 더 큰 시스템 속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원하지 않는 옷들이 가득 담긴 묵직한 쓰레기 봉투를 들고 왔는데, 그 옷들 중 상당수는 H&M, 포에버 21 등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제품이었다. 친구들끼리 옷 교환을 마치고 나서도 대부분은 그냥 남았다.

“남은 옷들이 너무나 많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헤드룬드의 말이다. 교환이 끝나자 기증해야 할 커다란 쓰레기 봉투들이 그녀의 부엌에 남았다. “지나친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헤드룬드는 새로운 도전에 시작했다. 검소한 식품 구입, (거의)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기 였다. 헤드룬드는 소비자 문화에 미니멀리즘 정신으로 대응하는 블로거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은 필요없는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부터 작은 집에 살기까지에 이른다.

직관과는 반대되지만, 더 적게 구매하라고 권하는 기업들도 있다. 미니멀리스트 의류 앱인 클래드웰은 패션 업계의 낭비에 맞서자고 주창하며 소비자들이 품질이 더 좋은 옷들로 더 적은 아이템들을 사서 매치하는 걸 돕는다.

“우리 사회는 소비를 통해 이런 꼴이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소비를 통해 여기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믿는다.” 클래드웰 설립자 블레이크 스미스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미니멀리스트적 삶의 자화자찬은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애초에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말은 희생보다는 사치로 들린다.

“미니멀리즘은 선택에 의한 것이었을 때만 미덕이며, 팬층이 주로 부유한 중산층이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못 사는 사람들로선 지금보다도 더 적은 소유물을 가진다는 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테파니 랜드가 7월에 뉴욕타임스에 쓴 글이다.

헤드룬드도 이를 이해한다. 1년 동안 두 아이의 옷을 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들 넷을 둔 친구에게서 코트, 벙어리장갑, 양말, 구두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었다.

쇼핑 습관을 극적으로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건 한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한 부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앤드류 모건이 패션 업계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 ‘더 트루 코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될 때까지 옷을 전혀 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제작엔 총 2년이 걸렸다.

“나는 리셋하고 싶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나는 내가 무엇을 믿고 어디서 물건을 사고 싶은지 알아내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 그는 패스트 패션 기업에서 싸고 질 나쁜 물건들을 사는 습관을 버렸고, 이젠 거의 중고품점에서만 산다.

헤드룬드는 습관을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에는 새 물건을 사서 갖는 느낌, 쇼핑하는 행위 그 자체까지도 그리웠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플리스 라이닝이 달린 레깅스와 가죽 부츠 등 추운 날씨에 입을 옷들을 사러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1년 동안의 쇼핑 끊기가 끝나면 살 물건들의 리스트까지 만들어 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쇼핑 충동은 사라져갔다. 도전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났을 때 스스로에 대한 선물로 동네 굿윌에서 3달러짜리 드레스 2벌을 샀다. 리스트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안 볼 생각이다.

“나한테는 사실 그런 물건들이 필요 없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is Family Went A Whole Year Without Buying New Cloth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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