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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 없는 물건 구입을 그만 둔 방법

  • 김도훈
  • 입력 2016.10.15 06:47
  • 수정 2016.10.15 06:53
ⓒshutterstock

나는 충동적으로 쇼핑한다. 강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자라 흰 블라우스 중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없었다.

또한 뉴욕의 거리를 즐기는 내성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이는 곧 나는 11월의 토요일에 산책하다가 갑자기 H&M에서 수영복을 75달러어치 사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쿨하고 싼 걸 사서 태그를 뜯어내고, 다음 주가 되면 그 옷을 입는데 관심이 완전히 없어진다. 게다가 나는 물건을 환불하는 걸 싫어한다. 그건 만성적 참을성 부족, 전반적 대인관계 불안,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어지러워지는 성향이 뿌리를 두고 있다.

돈이 엄청나게 많거나 집이 굉장히 넓지 않으면, 이런 습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작년에 나는 상황이 아주 심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출근 준비가 늦었던 어느 날 아침, 양팔을 새 블라우스 더미 속에 깊숙이 집어넣어 헤집다가 내가 초라한 은행 잔고를 탈탈 털어 더욱 초라한 옷장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질 좋은 검은 블레이저 하나를 매일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세 벌을 사기 위해 세일 중인 가게 안을 기어다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생 지속된 노이로제, 비생산적인 대처 기제와 맞서야 했다. 첫 단계는 입지 않은 제품들을 가져가서 환불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는 지나친 쇼핑을 그만두는 것이다.

패션은 세계에서 가장 공해를 많이 일으키는 산업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 복잡한 문제 중 한 가지는 우리가 버리는 옷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2013년에 버린 섬유 쓰레기 1510만 톤 중 85%는 매립지로 갔다. 중고 의류는 개발 도상국의 저렴한 시장으로 가는 경우도 많은데, 그 결과 해당 지역 생산자들이 경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국제 노동 기구에 의하면 전세계의 어린이 노동자 1억 7천만 명 중 상당수는 의류 및 섬유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다. 서방 세계에서 저렴하고 트렌디한 옷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편 내 집 벽은 싸구려 스카프와 무모한 물질주의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내 옷을 만든 인간들 중 일부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는, 닭장 안에 갇혀 살지 않는 닭들이 낳은 달걀을 비싸게 주고 사먹고 있었다. 나는 재활용 가능한 가방을 들고 농산물 직매장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 한 번도 입지 않은 폴리에스테르 옷들을 굿윌에 한 무더기 기증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더 이상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환불 습관을 길러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 배운 적도 없었다. 어머니는 가난하게, 아버지는 인색하게 자랐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싼 값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얻으려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물려받았다. 검소함에 좋은 상식이 늘 딸려 오는 건 아니다. 싼 물건을 도박하듯 샀는데 물건이 좋지 않을 경우 손실을 줄였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다.

옷걸이만 더 사면 되는데, 2시간과 지하철 요금 5달러를 써서 10달러짜리 블라우스를 환불할 이유가 있나?

더 중요한 것은, 세일 상품 쇼핑은 어머니, 언니, 나에게 있어 유대감을 주는 행동이었다. 나는 성인이 되었고 어수선함과 과소비가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어머니가 아웃렛 몰에 가자고 할 때 거절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은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안 입은 채로 옷장에 놔두고 있는 어머니가 보낸 옷들이 많다. 어머니는 내가 너무나 잘 이해하는 흥분을 느끼며 이 옷을 사서 내게 부쳤겠지. 세라피스트는 쇼핑에 대한 내 ‘돈 문제’가 사실은 ‘엄마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날 나는 돌아오는 길에 어번 아웃피터스에 들렀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그런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 가지 조건 하에 계속 옷을 사도 된다: 입을 때까지는 태그를 떼지 말고 영수증을 보관한다. 예전에는 물건을 사고 난 직후의 희열 속에 즉시 둘 다 내버렸다. 그리고 즉시 옷을 입기보다는 정말 입고 싶어질 때를 기다렸다. 그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충동적으로 새 옷을 살 경우 환불 기한이 끝나기 전에 질려버린다는 걸 발견했다. 언제나 환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을 떠나보내는 건 고통스럽지 않았지만, 10분 정도면 사는 물건을 환불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새 물건을 사는 기쁨이 환불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걸 난 곧 깨달았다.

마침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싼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이라는 게 매력이 없어졌다. 구입한 옷을 더 잘 관리하다 보니, 일주일 후에 친절하지 않은 자라 환불 코너에 줄을 서야 할 옷이라면 애초에 사질 않게 되었다.

이런 작은 변화 덕분에 나는 더 행복하고 조금 더 돈이 많아졌다. 세계 시민으로서, 최소한 조금의 자기 수양은 있는 여성으로서 내 자신에 대한 기분도 좋아졌다. 월급날에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월세를 제때 내고 5분 안에 입을 옷을 고르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쇼핑 충동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벽을 세운 결과 경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번 주에 빨래를 미루기 위한 속옷 소핑을 참을 수 있을까? 흠, 난 그저 인간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How I Stopped Buying Things I Don’t Ne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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