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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발표하는 자리에 이틀 연속 베이글이 출연했다(영상)

  • 박세회
  • 입력 2016.10.06 08:18
  • 수정 2016.10.06 08:22

지난 4일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 기자회견에 이어 어제 화학상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베이글이 등장했다.

어제(5일) 장 피에르 소바주(7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 프레이저 스토더트(74)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베르나르트 페링하(65)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 등 3명의 과학자자 전통적인 화학적 결합으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계 결합'(mechanical bonding)을 현실 세계에 구현한 업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노벨 위원회는 이 분자 기계가 원자를 하나씩 붙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기계 장치처럼 만든 것으로 그 크기가 수 nm(나노미터)에 불과해 현미경을 써야만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베이글은 왜 연속 이틀 등장했을까?

지난 4일 노벨 위원회의 이론 물리학자인 토르스 한스 한손은 시나몬 번, 베이글, 프레츨을 들고나와 일단 위상수학(Topology, 토폴러지)의 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다들 알다시피 이 건 다 다른 빵입니다. 이건 짜고, 이건 달고 모양도 다르죠. 그러나 위상수학자가 보기에 중요한 건 딱 하나입니다. 바로 구멍의 개수입니다." (시나몬 번은 구멍이 없고, 베이글은 구멍 1개, 프레츨은 구멍 2개)

그는 시나몬과 베이글과 프레츨의 위상학적 특성이 다르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점심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럼 오늘은?

소바주 교수가 1983년에 기계결합을 이용해 만든 그의 첫 분자 기계 '카테네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였다.

카테네인의 구조.

카테네인은 반지 두 개(혹은 베이글 두 개)가 얽혀있는 형태로, 한 개의 분자지만 각 부분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자연계에서도 원자와 원자가 결합해 분자를 만든다. 다만 이때 원자와 이웃 원자는 전자를 공유하는 형태로 결합한다. 이를 '공유결합'이라고 한다.

소바주 교수 등은 이런 전통적인 화학적 결합으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계 결합'(mechanical bonding)을 현실 세계에 구현한 것.

이전에도 매우 특수한 조건에서 기계 결합을 구현한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을 소재로 이런 결합을 만들고 더 나아가 '분자 기계'를 조립했다.

이들은 탄소와 질소 등 원자를 구성단위로 삼아 형태를 설계했으며, 동시에 분자의 일부분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분자에 '기계적 특성'을 부여했다.

소바주 교수와 공동 수상한 스토더트 교수는 1991년 이보다 진화한 형태의 분자 기계를 만들었다.

길쭉한 분자 '축'에 마치 바퀴처럼 다른 분자를 '끼운' 형태다. 축 양쪽에 특정 조건을 줘 산화나 환원 반응을 일으키면 '바퀴 분자'는 '축 분자'를 따라 왔다 갔다 '피스톤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분자 기계의 이름은 '로탁세인'(rotaxane). 그는 로탁세인 제작 기술을 활용해 컴퓨터 칩을 만들기도 했다.

록사테인의 구조.

분자 기계는 점점 더 복잡해져 갔다. 페링하 교수는 1999년 자외선을 쬐어 주면 실제 모터처럼 한쪽으로 돌아가는 '분자 모터'를 만들었다.

페링하 교수가 만든 분자 모터.

아래는 이 분자 모터가 돌아가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찍은 것.

심지어 2011년에는 이 분자 기계로 나노 크기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는데, 분자 모터가 바퀴 부분에 적용됐다.

이 '나노카'는 실제로 4개의 '바퀴'로 표면을 천천히 이동할 수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우리가 일상 세계에서 자주 보는 기계와 모습이 비슷한 장치를 분자 수준에서 만들겠다는 꿈 같은 일을 실현한 것"이라며 "실용성보다는 화학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특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분자 기계가 먼 미래에는 여러 가지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기문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 조립 연구단장)는 "매우 작은 크기의 '스위치'는 물론이고, 몸속 특정 영역에만 약물이 퍼지도록 하는 전달체와 몸속을 돌아다니는 작은 로봇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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