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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 마이크 펜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트럼프가 한 말을 하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6.10.05 14:04

도널드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공화당)는 처음이자 단 한 번뿐인 화요일의 부통령 토론 시간 상당 부분을 트럼프가 했던 모욕적인 말들을 미국인들이 잊게 만들려고 애쓰며 보냈다.

펜스는 트럼프가 실제로 했던 발언들을 계속 회피하려 했으며, 그저 고개만 가로지으며 질문을 무시하기도 했다.

“나는 [트럼프를] 기꺼이 옹호한다.”라고 펜스는 말했다.

그러나 펜스는 실제로는 트럼프를 거의 옹호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발언을 피하거나 대놓고 부정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러시아

힐러리 클린턴의 러닝 메이트인 팀 케인 상원 의원(민주당, 버지니아)이 트럼프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고 하자 펜스는 부정하며 푸틴이 ‘작고 약자를 괴롭히는 지도자’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러 번 푸틴을 칭찬한 바 있다.

케인이 트럼프가 최근에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고 말하자 펜스는 부정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는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OK, 알아두라. 그는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알겠는가? 적어 놓아도 된다. 글로 써놔도 된다. 어디에서든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푸틴은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빼앗았다.

펜스 본인도 최근에 “나는 이 나라에서의 버락 오바마보다 자기 나라에서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더 강한 지도자라는 건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핵무기

케인이 펜스에게 핵 보유국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해 보라고 하자 펜스는 “그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금

트럼프가 자신의 소득세 신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고 케인이 지적하자 펜스는 “그는 할 거라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는 국세청 감사 중이라 소득세 신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여러 번 말했다. (국세청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소득세 신고서를 공개하리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소득세 신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시인했다. 관심을 분산시킬 것이며 ‘질문들’을 너무 많이 자아낼 거라는 것이다.

이민

케인은 트럼프는 ‘국외 추방군’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집, 학교, 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1600만 명을 쫓아내고 싶어한다.” 펜스는 케인의 발언이 ‘넌센스’라고 했다. 작년에 트럼프는 MSNBC의 ‘모닝 조’ 인터뷰에서 ‘국외 추방군’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국외 추방군이 있어야 하고, 인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솔직히 여기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멋진 훌륭한 사람들도 있다.”

멕시코인들

케인이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온 이민자들을 ‘강간범들’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고 지적하자 펜스는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하려고 애썼다.

“그는 ‘그들 중 상당수는 좋은 사람들이다’라고도 했다.” 펜스의 대답이었다.

트럼프가 작년에 한 말은 이랬다. “멕시코가 보내는 사람들은 멕시코에서 제일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마약, 범죄를 가지고 온다. 그들은 강간범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낙태

낙태를 하는 여성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트럼프가 말했다고 케인이 지적하자, 펜스는 “도널드 트럼프와 나는 임신을 끝내기로 가슴 아픈 선택을 한 여성들을 처벌하는 법 제정을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낙태하는 여성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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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펜스는 이번 대선에서 정말 모욕적인 후보는 클린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클린턴과 케인이 흑인 경관은 편향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공격했다. 펜스는 사람들이 “비극을 이유로 경찰이 숨어있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제도적 인종 차별을 가지고 있다고 광범위하게 공격한다. 이건 정말이지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가 편견에 의해 자극받았다고 말한 클린턴의 발언도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우리 지지자 중 절반이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우리가 구제 불능이며 미국인이 아니라고 했다. 이건 정말 놀랍다. 우리가 불법 이민을 영원히 끝낼 수 있다고 믿는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 클린턴은 ‘-주의’를 연달아 붙인다.”

MSNBC의 크리스 헤이스는 펜스가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허핑턴 포스트의 멜리사 젤트슨이 3월에 설명했듯, 다른 사람의 현실감에 의문을 던지고 약화시키는 가스라이팅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전략이다. 펜스도 가스라이팅을 계속 사용했다.

케인은 넘어가지 않았다. 트럼프는 “멕시코 인들을 강간범과 범죄자라고 부르는 연설로 유세를 시작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밀어붙였다.”라고 케인은 말했다. 그는 클린턴 측이 TV 광고에서 사용한 전략을 썼다. 트럼프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펜스는 그때마다 피하거나 부정하며, 케인이 ‘모욕에 기반한 선거 운동’을 한다고 했다.

여론 조사 결과에서 변화가 드러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므로, 누가 토론에서 ‘승리’했는지는 며칠 동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토론의 승패가 선거 결과를 바꿔 놓으리란 증거는 별로 없다. 대선 토론은 보통 유권자들의 시각을 크게 바꾸지 못한다. 대통령 토론은 더욱 덜 중요하다.

펜스나 케인이 자신의 주에서 러닝 메이트의 승리를 이끌어 주리란 보장도 없다. “대통령 후보가 사는 주는 대선 후보가 그 주에서 올리는 성적에 일반적으로 영향이 없다. 부통령 후보의 고향 주 어드밴티지는 제로라고 보면 된다.” 폴리티코가 4월에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부통령 토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 이유는 이 둘 중 하나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44명 중 14명은 부통령을 거쳤다. 그 중 8명은 재직 중이던 대통령이 사망해 대통령이 되었다.

“당신 안 할 거지?” 캘빈 쿨리지가 1920년에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자 그레이스 쿨리지가 남편에게 물었다. “해야 할 것 같아.”라고 그는 대답했다. 3년 후에 그는 대통령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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