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민간자본으로 지은 고속도로는 적자가 나도 나랏돈으로 메워준다. 벌써 3년간 1조원이 들어갔다

부산-창원간 민자도로의 모습
부산-창원간 민자도로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 비해 최대 1.8배 비싼 통행료를 받는 민간자본 건립 고속도로의 이용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정부가 최근 3년간 적자 보존을 위해 1조 원 가까운 나랏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1개 민간자본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489.9㎞에 달한다. 전체 고속도로 연장 4천193㎞의 11.6%를 차지한다.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비롯해 건설 중인 8개 민자 노선과 실시계획 중인 2개 노선, 협상 단계인 3개 노선까지 합치면 24개 노선에 1천㎞를 훌쩍 넘는다.

민자 도로는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도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간선도로망 확충을 위한 고속도로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했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민자 사업에 나섰다.

민자 도로는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구축과 재정 절감,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민자 도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소 운영수입 보전(MRG) 제도다.

MRG는 민간이 건설한 SOC에 적자가 발생하면 최소 운영수입을 보전해주는 제도적 장치다. 민자유치 유인책이지만 민간 투자자에 주는 특혜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민간 도로의 이용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최근 3년간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2015년 정부가 전국 9개 민자 도로에 지급한 최소 운영수입 보전액은 9천535억 원에 달했다.

민자 도로에 대한 연도별 운영수입 보전액은 2013년 3천277억 원, 2014년 3천54억 원, 2015년 3천204억 원이었다.

노선별 지급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2천884억 원으로 가장 많고, 대구-부산 고속도로 2천503억 원, 천안-논산 고속도로 1천383억 원, 부산-울산 고속도로 1천210억 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952억 원 순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운영수입 보전액으로 지출된 것은 도로 이용 수요를 지나치게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9개 민자 도로의 하루 평균 예상 통행량은 229만8천146대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예측량의 72.7%인 166만 9천771대에 그쳤다.

하루 평균 통행료 수입도 예상 수입(4조5천606억 원)의 59.6%(2조7천190억 원)에 머물렀다.

부산-울산 고속도로의 경우 하루 평균 통행량(17만2천191대)은 예상통행량의 52.5%(9만399대), 통행료 수입도 예상치(2천685억 원)의 46.4%(1천246억 원)에 불과했다.

민자 도로는 비싼 통행료로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는 것도 문제다.

제한된 투자 회수 기간 등으로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는 재정도로보다 통행료가 비쌀 뿐 아니라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탓에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이미 2014년 말 기준으로 재정도로의 1.83배에 달할 정도다.

민자 도로는 각종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요구 등으로 사업 추진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건설된 민자 도로의 경우 주관사 부도, 자금 조달 차질, 민자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따른 민원으로 제안서 제출부터 착공까지만 평균 9년가량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지연이나 재정 여건으로 토지보상비가 제때 투입되지 않아 보상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 또한 단점으로 꼽힌다.

구리-포천 고속도로의 경우 2009년 실시협약 당시 보상비는 9천678억 원이었지만 2012년 1조2천519억 원으로 처음보다 29.3%나 늘어났다.

민자 도로는 개별 노선별로 민자법인(SPC)을 설립해 운영하다 보니 재정도로는 물론, 다른 민자 도로와도 시설 및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유관기관과의 협조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운영장비, 톨 부스 등의 중복 설치로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 낭비의 허점도 드러낸다.

노선별 별도의 요금징수 시스템 운영으로 차량이 통행료 지불을 위해 중간 정차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교통정체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출발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거쳐 호남선을 이용할 때 3번의 요금 정산을 포함해 모두 4번을 정차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민자 도로는 이동성 확보, 통행시간 절감 등 국가 편익 증대와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민자 사업의 활성화와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 초점을 지속가능성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통행료 인하 및 인상 제한, 초과수입 환수, MRG 폐지 등 기존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부담과 이용자 불편을 완화하고, 체계적 갈등 관리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서수원∼평택 고속도로의 재구조화 사업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사업시행자인 경기고속도로와 변경실시협약을 맺어 통행료를 최대 400원 내리고,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던 것을 바꿔 3년 주기로 조정하되 최대 7.37%만 반영하기로 했다.

또 민자 고속도로 가운데 처음으로 최소 운영 수입 보장도 폐지했다.

권 의원은 "민자 도로의 사업계획부터 건설,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민간이 위험 분담과 책임 소재를 구분해 명문화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민자 도로 간, 중장기적으로는 민자와 재정도로 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교통 #민간자본 #고속도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