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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까지 마쳤던 콜롬비아 평화협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 허완
  • 입력 2016.10.0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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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upporter of ⓒJohn Vizcaino / Reuters

52년간 이어진 내전을 끝낼 최종 단계에 들어섰던 콜롬비아의 평화 구상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의 개표가 99.83% 마무리된 가운데 콜롬비아 국민은 찬성 49.77%, 반대 50.22%로 협정을 부결시켰다.

무난한 가결이 예상됐던 여론조사 등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로써 1964년부터 시작된 콜롬비아 정부와 FARC의 내전은 52년 만의 종지부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정부와 FARC는 2012년 11월부터 평화협상을 시작, 3년 9개월여 협상 끝에 지난 7월 쌍방 정전, 8월 평화협정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평화협정 서명식까지 마친 상태였다.

평화협정은 국민투표로 추인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날 투표 결과 부결로 나타나 콜롬비아 평화협정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민투표 부결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FARC와의 이 평화협정을 이행할 근거를 잃은 셈이다.

다만, 산토스 대통령이 FARC와 새로운 협정을 맺기 위해 다시 협상을 시작하거나,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기존 협정의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평화협상 과정을 지켜봐 온 '워싱턴 중남미 연구소'(WOLA)는 "이런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라며 "투표 부결은 정부와 FARC의 협상에 치명타가 될 것이고 협정과 협상은 정통성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투표를 직접 제안했던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개표에 앞서 "내게 두 번째 계획은 없다. 반대 측이 승리하면 콜롬비아는 전쟁 상태로 복귀할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국민투표 가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투표가 대통령 자신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면서 오히려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전쟁 범죄자들을 사면한다"는 논리로 반대 진영을 이끌며 자신의 후임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FARC 협상단으로 나섰던 카를로스 안토니오 로사다는 지난 6월 "반대 측이 이긴다고 평화 과정이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고통스러운 전쟁을 계속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한 바 있어 정부군과 FARC가 다시 유혈 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투표 부결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지난 8월 30일 "내전 종식과 안정적이며 지속할 평화 건설을 위한 최종 협정을 지지하십니까?"라는 국민투표 문구가 발표된 이후 8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매번 찬성 의견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3∼15일 여론조사 기관 '다텍스코'의 조사에서 찬성 55.3%, 반대 38.3%로 찬반 비율 차이가 17%포인트였던 것이 가장 적은 격차였고 다른 조사에선 찬성 측이 20%포인트 이상 넉넉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국민투표 부결에는 반대 측의 지속적인 캠페인은 물론 날씨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부터 콜롬비아 북부 해안지대를 강타한 태풍 '매슈'는 찬성 여론이 강세를 보이는 농촌·시골 지역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

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 북부 라 과히라 반도 지역에선 홍수와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투표소 82곳이 예정대로 설치되지 못했다고 콜롬비아 내무부는 밝혔다.

정부는 태풍에 의한 폭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해 투표 마감을 2시간 연장하자고 제안했으나 선거위원회가 이를 거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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