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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 박근혜 정부의 '사회과학적' 공헌

권력을 가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누가 가장 힘이 쎈지를, 그래서 그들에게는 함부로 개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간 흔히 한국에서 가장 힘이 쎈 집단은 재벌, 조선일보, 검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은 재벌에게 투자유치를 부탁할 때 애국심에 호소하며 '말-설득'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러지 않는다.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와 금감원을 동원한다. 그래서 '뒷조사'를 실시한다.

  • 최병천
  • 입력 2016.09.29 10:50
  • 수정 2017.09.30 14:12
ⓒASSOCIATED PRESS

나는 박근혜 정부가 한국의 '사회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술진흥재단(?)같은 곳, 혹은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등에서는 박근혜 정부에게 사회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고려하여, '공로상' 같은 것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2005년 대기업 총수들과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진보진영 역시도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신자유주의 때문'으로 봤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현재적' 상황을 지적한 것이고, 진보진영은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가가 시장에 대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던 셈이다.

이들 양자는, 해야 할 역할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권력이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우리에게 한국사회의 실체적 본질,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 온몸으로, 실천을 통해 입증해주고 있다.

그간 흔히 한국에서 가장 힘이 쎈 집단은 재벌, 조선일보, 검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삼성을 포함해) 재벌권력은 X도 아니라고, 조선일보도 X도 아니라고, 검찰 길들이기도 X도 아니라고, 박근혜 정부는 실천을 통해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다.

노무현은 재벌에게 투자유치를 부탁할 때 애국심에 호소하며 '말-설득'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러지 않는다.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와 금감원을 동원한다. 그래서 '뒷조사'를 실시한다. 그래서 야당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따위나 만든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같은 사람은 '일단' 감옥에 보낸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친했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같은 사람은 검찰을 동원해 압수수색과 신상털기를 시작한다. 이후 재벌은 '알아서' 기게 된다. 고분고분해진다.

노무현은 조선일보와 싸울 때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민사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러지 않는다.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한다. 그래서 '뒷조사'를 실시한다. 그래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으로부터 나름 신임을 받고 있다는, 조선일보 내에서 나름 '대선배' 취급을 받는 송희영 주필 뒷조사를 한다. 그걸 자신들의 명령에 순종하는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하며, 다른 보수언론에 전달한다. '본보기 차원'에서 송희영의 모가지를 날렸고, 결국 조선일보는 꼬리를 내렸다. 조선일보는 다시 '착한 언론'으로 돌아왔다.

노무현은 검찰과 싸울 때 'TV 공개토론'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러지 않는다. 국정원과 법무부를 동원한다. 그래서 '뒷조사'를 실시한다. 그래서 현직 검사들이 가장 존경했고, 가장 힘이 쎄다고 생각했던 검찰총장 채동욱의 약점을 잡아, 결국 그의 목을 날렸다. 자신들 중에 가장 명망 있고, 가장 힘 쎈 놈이 속절없이 날아가는 것을 본 검사들은 이후 깨갱~하며 고분고분해졌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누가 가장 힘이 쎈지를, 그래서 그들에게는 함부로 개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간 흔히 한국에서 가장 힘이 쎈 집단은 재벌, 조선일보, 검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와 그 무리들은 아마도 속으로, 참여정부와 진보진영 전체를 향해서 비웃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철없는 니네들이 도대체 대한민국에 대해서 뭘 알기는 하는 거니? 원래 대한민국의 본질은 '관치'이고, 재벌-언론-검찰은 원래 '주먹'으로 다스려야 되는 거야~ 바보들~"이라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사회과학적 본질>은 무엇인가? 개헌관련 여론조사에 나오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 사회인가? 만일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제 사회가 맞다면,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한민국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4년 중임제 개헌을 반대한다. 박근혜가 4년을 더 할 수 있었다면, 분명히 JTBC 손석희 사장과 그를 보호하려 했던 홍석현 회장도 감옥에 가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자본주의는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닮았다. 심지어 한국의 재벌도, 한국의 보수 언론도, 한국의 검찰도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닮도록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사회과학적 본질은 <관료주도 계획경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국가주도 시장경제>라는 점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원형을 만든 '원천기술 보유자'는 박정희였다. 그래서 한국 자본주의는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닮았다. 심지어 한국의 재벌도, 한국의 보수 언론도, 한국의 검찰도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닮도록 만들어졌다. 그게 도대체 뭔가?

국가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정의는 '폭력'이다. 막스 베버의 정의이다. 즉, 국가의 본질은 '폭력'(의 합법적 독점)이다. 그런데, 폭력은 두 종류가 있다.

<신체적 폭력>과 <금전적 폭력>이다. 신체적 폭력을 다루는 조직이 ▲군대 ▲검찰 ▲법원 ▲경찰이고, 금전적 폭력을 다루는 조직이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금융위) 등이다. 그리고 이들 조직의 기관장을 '중앙'에서 통제하기 위해, '정보'를 총괄하는 <중앙+정보부>가 있었던 것이다.

소련식 계획경제가 KGB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박정희식 관료주도 계획경제 역시도 '한국판 KGB'를 필요로 했다. 그게 바로 <중앙정보부 ⇒ 안기부 ⇒ 국가정보원>이며, 검찰이며, 국세청이며, 감사원이며, 금융위(금감원), 공정위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한국정치가 배출해낸 사람 중에서도 가장 리버럴했고(=자유주의적 스타일이었고), 가장 탈권위주의적이었으며, 가장 민주적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노무현>이 장악했던 대한민국의 경제체제는 <'박정희를 닮은' 체제>였기 때문에, 중앙집중적+권위주의적+독재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던 시스템이었다.

요컨대, <자유주의적+탈권위주의적+민주적 리더십>의 노무현 대통령과 <중앙집중적+권위주의적+독재적> 본성을 갖는, (박정희가 만든) 한국의 사정기관+관료+재벌에 의해 유지되는 경제체제는 서로 '상극관계'였던 것이다.

이런 경우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3가지이다.

► 첫째, 박근혜 방식의 지배-통치이다. 박근혜는 <박정희식 경제시스템>의 본질이 뭔지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원천기술 보유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재벌-언론-검찰을 '길들이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뒷조사'와 '주먹에 의한 지배'이다. 핵심은 국정원과 검찰이고, 필요하면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을 동원한다.

► 둘째, 노무현 방식의 지배-통치이다. 노무현은 '방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상급자의 명령과 '주먹에 의한' 상명하복 시스템으로 훈련되어 있던 재벌-언론-검찰에게 '방임'은 <박정희가 누리던 지위>를 자신들이 대신 누리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노무현식 '방임'의 사회정치적 귀결은 한편으로는 '무능'을 의미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재벌-언론-검찰이 '박정희처럼' 군림하며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자신을 주먹으로 다스리던 대빵이 사라지니, 자신들이 대신 대빵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 셋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고, 실은 담론수준에서도 체계적으로 본격화된 적이 없던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다. 이것은 '전면전'을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방향성'이다. 그것은 <국가의 본질>인 <폭력수단>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폭력수단'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미국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던 폭력은 <신체적 폭력>과 <금전적 폭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적 폭력>을 다루는 기관은 ▲군대 ▲검찰 ▲법원 ▲경찰 ▲감사원이다. <금전적 폭력>을 다루는 기관은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금융위) 등이다. 그리고 성격에 따라서 각 정부부처에도 조금씩 분산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군대는 민간인 출신이 최고 책임자이며, 검찰은 검사장 직선제 + 검경수사권이 분리되어 있으며, 법원은 시민 배심원제를 하며, 경찰은 검경수사권이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들 (폭력기구) 모두에 대해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대항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를 실현하는 법률적 방법론이 바로 <강력한 민법, 강력한 민사소송법>이다.

그밖에 금전적 폭력을 다루는 기구들인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감사원 역시도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도록 '분권화'되어 있다.

박근혜는 우리 모두를 조롱하며,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진단은 정말이지 순진한 발상이었음을.

'정치권력'을 장악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주의적 + 탈권위주의적 +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체제는 중앙집중적 + 권위주의적 + 독재적 리더십(이었던 박정희)에 의해서 '만들어진' 체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했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그것은 어떻게 실현가능한가? 그것은 도대체 '어떤 경제체제'를 전제로 하는 것인가?

박근혜는 우리 모두를 조롱하며,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풍미했던) '신자유주의와의 투쟁'은 있지도 않은, 허공에 주먹질했던 담론과 투쟁이었다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진단은 한국의 사회경제체제의 역사적-구조적 본질을 전혀 모르고 하는 정말이지 순진한 발상이었음을.

<관료주도 계획경제>는 본질적으로 KGB와의 친화성을 갖기 마련이다. <관료주도 계획경제>는 신체적-금전적 '폭력=규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기에, 본질적으로 <'부패촉진형' 경제체제>이다.

<관료주도 계획경제>의 폐해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비교경제학, 경제체제론 교과서는 이에 대해서 일치된, 그리고 합의된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은 <'민주적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그리고 '민주적 시장경제'의 진짜 본질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폭력=규제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 그 자체이다.

원래 국가의 실체는 '정치인 + 관료'의 구성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속, 수배, 죽음을 각오하고 쟁취한 87년 6월 항쟁은, '대통령 선출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싸움이었다.

이제, 우리는 민주화세력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민주적 정치체제>와 박정희 독재세력이 냉전, 군부독재, 포드주의의 절정기 때 만들어낸 <독재적 경제체제>의 양립 불가능한 '본질적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폭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두 번째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87년의 첫 번째 싸움은 정치민주화였지만, 2017년의 두 번째 싸움은 경제민주화이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관통하는 철학적 본질이 있으니, 그것은 '자유' 그리고 '해방'이다. 자유와 개성, 연대와 연민의 힘을 통해 억압과 압제로부터 해방되는 것. 우리가 87년에 꿈꾸었으나, 아직 못 다한, 그 싸움을 마저 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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