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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법원이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무죄로 판단한 7가지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6.09.27 13:09
  • 수정 2016.09.28 05:18
ⓒ연합뉴스

서울고법이 27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엔 무엇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진술과 그가 남긴 일련의 '기록'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깔렸다. 완전히 믿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1. 성완종 전 회장의 녹취록과 메모는 증거능력이 없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남긴 인터뷰 녹취록과 메모 중 이 전 총리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증거능력은 재판에서 엄격한 증명의 자료(증거)로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말한다. 증거로 인정되면 유죄 입증을 할 '증명력'이 있는지를 또 따져봐야 하지만, 이번 재판은 거기까지 나아가기도 전에 문턱에서 쳐낸 셈이다. 재판부는 아예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정,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 채택·인정과 관련해 당사자가 사망하는 등 예외적인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게 증명되면 관련 자료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판례도 마찬가지다. 판례는 원진술자 사망 등으로 법정에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해 심증을 형성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즉 진술 내용이나 조서·서류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내용의 신빙성·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증명돼야 한다.

이처럼 동일한 증거를 놓고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180도로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을 유죄 입증의 증거로 인정했다.

1심은 "성완종의 진술 내용이나 그 녹취 과정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완종이 피고인에 대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모함하고자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품게도 하지만 금품 공여 사례를 거론한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도 "위증의 무거운 부담감을 이겨내고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2. 성 전 회장 인터뷰 등은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음 파일이나 메모 중 이 전 총리에 관한 부분은 형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생전 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단 성 전 회장이 인터뷰할 당시 수사의 배후에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하고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허위 진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를 "사정대상 1호"라고 비난했다.

3.' 선거사무소'에 나가 돈을 준 시점이 구체적이지 않다

진술 내용의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지난번 보궐선거 때 한나절 정도 선거사무소에 가서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선거 기간 중 언제인지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4. 구체적인 액수를 특정한 것이 아니다

또 이 전 총리에게 건넨 금품 액수를 '한, 한, 한 3천만원'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구체적으로 특정한 게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이른바 '리스트'를 보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제외한 다른 6명의 경우 이름과 함께 금액이 적혀있고 심지어 날짜까지 적힌 경우도 있지만 이와 달리 이 전 총리는 이름만 적혀있어 그 자체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행동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5. 측근 누구에게도 금품 공여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다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관련해선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윤승모 전 부사장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이 전 총리와 관련해서는 측근 누구에게도 금품 공여 사실을 언급한 적 없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토대로 재판부는 "원심은 특신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타 증거들만으로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6. 쇼핑백을 건네줬다는 수행비서 진술이 쇼핑백을 받았다는 점으로 완벽히 인정되지는 않는다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차에서 쇼핑백을 꺼내 후보자 사무실로 올라갔다는 수행비서의 진술이 있지만, 이것만으론 성 전 회장이 실제 이 전 총리에게 쇼핑백을 건네주고 나왔고, 이 전 총리가 쇼핑백을 받았다는 점이 완벽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7. 쇼핑백 안에 든 돈이 3천만 원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 쇼핑백 안에 든 돈이 3천만 원이었다고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고, 당시 부여선거사무소 상황상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독대하는 와중에 비서에게 전화해 쇼핑백을 가져오게 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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