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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킨 건 어머니가 아니라 '성차별' 광고다

지난 9월 18일, 트리오는 '진심을 이어가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광고를 하나 올렸다.

(* 9월 26일 오후 6시 현재 이 광고는 삭제된 상태다.)

그리고 이 광고는 곧바로 많은 사람들의 항의를 받았다. 왜냐하면 광고 속 어머니가, 주방세제 트리오로 설거지를 무려 50년 동안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오직 설거지 하나만 말이다.

광고 마지막에 나오는 '50년 사랑, 트리오'라는 내레이션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트리오는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50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통계청이 2013년 발표한 '맞벌이 가구 현황'에 따르면 이미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의 숫자를 추월한 상태다. 더 이상 '어머니'는 주방에만 있지도 않고, '아버지'가 집안일을 안 하지도 않는다. 아마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킨 건 '어머니'가 아니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성차별' 광고인 것 같다. 이런 종류의 광고가 얼마나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영상들을 찾아 모아보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는 책 속의 구절들도 함께. 당신이 만약 30년 전 광고에서 오늘의 광고를 보는 것 같은 익숙함을 느낀다면, 그건 기분 탓만은 아니다.

1. 그랑페롤(1986)

"...남자가 거실에서 피곤해하고 있고 여자, 즉 아내는 그 남자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저인 집에만 오면 늘 저 모양이니...' 이 말에서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부들은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구요.' 여자가 자기를 '주부'라는 말로 나타내며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구'에서 여자는 집에서 남자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림을 의미한다. 남자는 밖, 즉 직장. 여자는 집, 즉 가정 이렇게 공간 규정이 되어 있으며 남자는 일로 인해 피곤한 직장인으로 여자는 집안일을 맡아 하는 주부로 규정하고 있다."(책 ‘광고 속의 성차별’, 박은하 저)

2. 스모키 햄(1991)

"위의 광고는 남자가 맛있는 소시지를 먹기 위해 주방에 들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인데,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방에 들어 왔다."는 표현은 남성은 주방에 들어올 수 없는 존재를 말하며, 상대적으로 여성만 주방에 들어 올 수 있다는 역할 규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도 주방에 들어가고 싶으나 못 들어가게 제한하는 것은 남성 차별일 수도 있다."(책 ‘광고 속의 성차별’, 박은하 저)

3. 손 북어국(1994)

"...남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 여성이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을 한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해장국을 만들고 있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 국을 남편이 먹는 걸 알 수 있다 다음 날도 역시나 남편이 술 마시고 오면 아내는 해장국 준비를 한다. 여기서는 간접적으로 남성은 직장 일 때문에 술을 마시며 늦게 귀가하고 여성은 그런 남편을 기다렸다가 술을 마신 남편을 위해 국을 끓이는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책 ‘광고 속의 성차별’, 박은하 저)

4. LG디오스(2001)

"...당시 사회는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생산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여성이 있을 곳은 가정이라는 전제 아래, 광고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고단한 가사노동을 덜어줄 수 있으며 여성을 하루하루 여왕같이 만들어줄 수 있다'는 주제를 공통적으로 다루었다. 1945년 광고는 성 역할분담이 잘 이루어진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 엄마, 주부로서 헌신하는 여성의 일과를 아름답게 제시한다. 1950년에 등장한 프리지데일(Frigidaire) 냉장고 광고는 부엌에서 행복해하는 전형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프리지데일 냉장고를 소유함으로써 여성의 행복이 한 단계 상승되고 여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책 ‘광고의 역사’, 양정혜 저)

5. 카프리썬(2006)

"광고 속 여성은 성적 매력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1950년대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의 소용돌이에서 대중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전통적 가치관으로 회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광고는...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을 충실히 그려내어 전통적인 가치관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다양한 상품광고는 이상적인 아버지•어머니•자녀상을 제시했다. 아버지는 강인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능력있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반면에 여성은 경제적인 생산력이나 사회적 능력을 갖춘 존재가 아니라 아내, 엄마, 주부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범주에서 만족을 찾는 존재로 그려졌다. "(책 ‘광고의 역사’, 양정혜 저)

6. 래미안(2008)

"...여성은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메시지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다."(책 ‘광고의 역사’, 양정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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