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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저와 K스포츠 재단의 거리는 800m. 퇴임 이후를 노렸다는 추측이 나온다

  • 김수빈
  • 입력 2016.09.23 05:16
  • 수정 2016.09.23 05:22
French President Francois Hollande (R) and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walk to a state dinner at the Elysee Palace in Paris, France, June 3, 2016. REUTERS/Philippe Wojazer
French President Francois Hollande (R) and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walk to a state dinner at the Elysee Palace in Paris, France, June 3, 2016. REUTERS/Philippe Wojazer ⓒPhilippe Wojazer / Reuters

영향력은 공간적 거리와 반비례한다. 거리가 가까우면 영향력이 커지게 마련이다.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 사무실은 불과 440m 떨어져 있다.

모금 방법이나 재단 서류만 똑같은 게 아니라 거리상으로도 ‘쌍둥이 재단’인 셈이다. 두 재단과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신사동 집과의 거리는 1.5㎞가량이니,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와 재단은 더 가까워 800m 안팎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뒤 활동 공간으로 삼기 위해 두 재단이 만들어졌다는 추정이 지리적으로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두 재단에 대한 최순실씨의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22일 최씨가 케이스포츠 재단의 기획 단계부터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렇다면 최씨는 사실상 재단의 설립자다. 애초 최씨가 5년 이상 다닌 스포츠마사지센터의 원장 정동춘(55)씨를 케이스포츠 이사장에 앉힌 정황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인사 개입’ 정도로 보였다.

소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외부인으로서 그저 이사장 자리를 ‘추천’한 것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알아온 이아무개씨에게 “재단의 한 부분이 생기니 거기서 일해달라”고 제안을 한 시점이 지난해 가을이다. 재단은 1월에 생겼고 모금은 연말 연초에 이뤄졌다. 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그가 재단의 밑그림을 그리고 돈과 사람을 모으는 몸통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관련기사] 최순실은 설립 전부터 K스포츠 재단을 주도하고 있었다

케이스포츠 재단은 최순실씨의 취향과도 맥이 닿아 있다. 최씨는 스포츠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실제로 그는 딸에게 승마를 시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담당 국장과 과장이 최씨의 뜻을 거슬렀다가 옷을 벗을 정도로 체육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강남 고급 호텔의 피트니스센터를 오래 다녔으며, 심지어 스포츠마사지 클럽도 5년 이상 다녔다. 유아스포츠 사업을 해보려고 시장조사를 하기도 했다. 재단 참여를 제안한 이아무개씨는 이때 만난 사람이다. 왜 하필 스포츠재단인지 짐작이 가는 요소들이다.

최씨가 케이스포츠 재단뿐만 아니라 미르 재단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르 재단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최씨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대통령이 입었던 340만원짜리 한복을 김영석씨에게 직접 주문해서 대통령께 전해준 당사자가 최순실씨라고, 조응천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라호텔 안에 있는 김영석씨의 한복 가게를 두차례 찾아갔다. 열흘 전에는 가게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를 피해 뒷문으로 사라졌다. 22일 오전 다시 한번 찾아가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묻자 그는 “미르 재단 이사장한테 물어봐라”거나 “내가 왜 대답해야 하느냐”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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