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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탈착식 페니스를 찾는 젠더퀴어의 여정

  • 김도훈
  • 입력 2016.09.22 10:24
  • 수정 2024.04.03 16:45
ⓒStrap on

완벽한 탈착식 페니스를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바이젠더인 내겐 잠시 붙였다 뗄 수 있는 페니스가 아주 요긴하다. 나는 내 정체성을 때로는 남성, 때로는 여성이라고 밝히며, 때로는 둘 다 아니라고, 때로는 둘 다라고 밝히기도 한다. 진짜 같은 스트랩온(strap-on)이 있으면 내가 페니스가 있는 걸 더 편안하게 느낄 때 젠더 표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흔해 빠진 성기는 싫다. 나처럼 느껴지는 딜도를 원한다.

내가 그저 섹스 토이를 찾는 거였다면 무지개의 그 어떤 색깔로 된 그 어떤 실리콘 페니스라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 내 젠더, 내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찾는 것이고, 괴물 같은 크기의 반짝이는 보라색 거시기는 그런 게 아니다. 나처럼 갈색이었으면 좋겠다. 내 파트너의 성기를 완전히 망가뜨려 버릴 것 같은 크기(캐논처럼)는 아닌 걸 원한다. 최대한 진짜 같은 것, 축 늘어지기도 하고 발기되기도 하는, 소변을 볼 때도 쓸 수 있고 사정도 할 수 있는 걸 원한다.

이런 원정길에 오른 젠더퀴어는 나만이 아니고, 우리의 수요에 맞춰주는 회사들이 있다. 커스텀 스트랩온 생산자들은 우리가 직접 선호하는 질감, 포피, 고환 크기, 색상을 선택하게 해준다. 그들은 페니스 만들기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갖추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진짜 같은 스트랩온은 500달러 이상 나간다. 커스텀 제작 페니스 가격으로는 합당한 수준이지만, 지금 당장 내가 살 수 있는 값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연구를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태어날 때 여성이었던 나의 정체성과의 문제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십대까지, 나는 내가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즉 가슴이 크고, 배는 납작하고, 머리는 직모이고, 피부색은 밝아야 했다. 나는 늘 제모를 하고, 내 갈색 피부가 더 어두워지지 않도록 태양을 피했다. 나는 ‘부치’로 보일까 봐 두려웠고, 심지어 여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도 겁이 났다. 나는 여성혐오로 내 자신을 꽉 묶어두었다. 내 성적인 자유도 함께 묶였다.

내가 흑인이기 때문에 여성성에 대한 나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나는 뚱뚱한 흑인 여성으로 보였기 때문에, 또래들은 나를 굉장히 성적인 존재로 보는 동시에 성적이지 않은 존재로도 보았다. 내 최근 조상들이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여성성을 피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뭔가 소중한 것을 내다 버리는 기분이었다.

14살이 되었을 때 내가 붙들고 있던 젠더 규범이 깨졌다. 만성 다모증이 생겼다. 내 턱 전체에 굵은 털이 났고, 콧수염과 짙은 구레나룻이 자랐다. 늘어난 체중을 줄이기가 힘들었다. 서구 사회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숙녀다움’은 아니었다. 나는 수치스러웠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어서야 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히 여성인 적이 없었다. 나는 가끔 남성 같은 기분도 들었다. 내가 멀티 젠더 임을 받아들이자 여성성과 나의 관계는 더 단순해졌다. 그러나 탈착식 페니스와 나의 복잡한 관계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였다.

18살 때, 나는 처음으로 일해서 번 돈으로 첫 섹스 토이를 샀다. 핑크색 토끼 바이브레이터였다. 트랜스 여성이었던 내 파트너와 삽입 섹스하는 것을 연습하려고 샀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 바이브레이터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익혔다. 내 성감대들을 전부 이해하기 시작했고, 내가 실제로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핑크 바이브레이터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나는 내가 흑인임을, 내가 뚱뚱함을, 그리고 나의 젠더를 전적으로 포용했다.

사실 그 파트너와 나는 결국 한 번도 섹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내게 있어 중요한 첫 사람이었다. 섹스와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도와주었다. 몇 달 동안 파트너와 나는 그녀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내 이야기도 끼워넣고 싶었지만, 우리의 관계는 내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젠더 정체성에 대한 깊은 대화는 내가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들을 열어주었다. 그 전까지 나는 트랜스 남성과 트랜스 여성밖에 몰랐고, 막 다른 젠더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텀블러를 알게 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곧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이젠더. 자유를 느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것이 있었다. 내 몸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감각인 성별 불쾌감에 시달렸다. 나는 평생 나는 부드럽고 털이 없어야 한다, 모든 육체적인 면에서 ‘여성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남성들은 키가 크고 근육질에, 페니스가 있고 가슴은 납작하고 남자다움이 철철 흘러야 한다고들 했다. 나는 이런 규범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엉덩이와 가슴이 크고 머리가 긴 내가 어떻게 남성으로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숨으려 해보았다. 굉장히 여성적인 옷, 고양이 같은 손톱, 립스틱으로 코스튬을 해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웃음거리 보듯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성기가 있을 뿐 아니라, 손톱이 길고 꼼꼼히 아이라이너까지 바른 ‘남성’으로 보는 것 같았다. 가끔은 몸의 굴곡을 숨기려 옷을 껴입기도 했지만, 여성이 아닌 것으로 보일 정도의 연기는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나는 옷과 연기로 시스젠더/헤테로젠더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그들의 규칙에 따르려 애쓰려는 걸 그만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이 내 자신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내 자신이 아닌 그 누구를 위해서 그 무엇이 될 필요도 없다.

내 가슴이 내게 ‘맞지’ 않는다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있는가 하면, 완벽한 액세서리로 느껴질 때도 있다. 오늘은 가슴을 묶고 싶다가, 내일은 푸시업 브라를 하고 싶은 식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지금은 그게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내면에서 나오는 자기 인식의 일부다. 나는 한 명의 남성만이 아니고, 한 명의 여성만도 아니다. 나는 단 하나뿐인 경험이다. 내 안으로 삽입을 원하는 날도 있고, 완벽한 페니스를 가지고 내가 삽입하고 싶은 날도 있다. 내게 완벽한 페니스를 찾아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이유가 이것이다.

완벽한 페니스를 찾는다는 것, 언젠가는 정말로 찾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가 반항으로 느껴진다. 나는 그 페니스의 모든 부분을 직접 선택할 것이고 소중히 다룰 것이다. 내가 남성이라는 걸 입증받기 위해 내게 페니스가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자신이 온전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그걸 원한다.

하지만 내게 완벽한 페니스는 무엇이며, 그걸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나는 현실성을 원한다. 그 딜도를 통해 소변을 볼 수 있고, 축 처져있을 때나 발기해 있을 때나 쉽게 찰 수 있어야 한다. 진짜 같은 음낭과 가짜 정액을 사정할 수 있는 펌프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걸 바라겠지만, 내가 바라는 페니스는 이런 것이다. (혹시나 싶어 밝혀두는데, 나는 돈을 받고 이런 판매자들을 홍보하는 게 아니다! 난 온 힘을 다해 조사를 해봤고,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숍 FTM은 여성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섹스 토이를 모아놓은 큐레이션 숍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딜도와 패커를 가지고 있으며, 가격대는 65~200달러다. 좋은 페니스들이 많이 있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다양한 피부색의 패커들은 진짜 같아 보이지만 발기는 되지 않는다. 탠터스 브랜드의 ‘팩 앤 플레이’ 페니스는 섹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색상이 하나 뿐이다. 그리고 ‘진짜 같은’ 딜도들도 내가 보기엔 충분히 진짜 같지 않다. 사정을 하고 싶다면 숍 FTM에는 가짜 정액을 사정할 수 있는 작은 펌프가 달린 ‘시머네트’가 있지만, 오직 사정용으로만 쓸 수 있을 뿐, 가장 진짜 같아 보이지 않는 물건이다.

좀 더 진짜 같은 걸 찾는다면 신세틱스를 살펴 보길 권하지만, 여긴 사용하기 조금 두려울 수 있다. 여기는 섹스 돌 전문으로, 나중에야 수제 페니스를 따로 팔며 트랜스 커뮤니티를 고객으로 삼기 시작했다. 신세틱스에는 세 종류의 딜도/스트랩온이 있다. 패킹 용의 발기되지 않은 것, 섹스 용의 굳기가 일정한 발기된 페니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는 부드러운 외부 ‘피부’층과 젤 고환이 든 음낭이 달린 발기한 페니스다. 실리콘 샘플이 있어 당신의 피부색에 더 어울리는 걸 고를 수 있고 전부 수제라는 점이 더욱 좋다. 더 큰 스트랩온의 경우 하네스가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털을 밀었다면) 테이프나 적당한 팬티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아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FreeToM일 것이다. 이곳은 트랜스에 긍정적인 진짜 같은 인공 기관 페니스를 만드는 곳이다(바인더, 하네스, 속옷도 판다). FreeToM의 스트랩온은 굉장히 진짜 같으며 커스텀 주문이 가능하다. 고환 위의 질감까지 볼 수 있고, 길이는 4.5인치부터 8.5인치까지 다양하며, 포경 수술을 하지 않은 것 등 다양한 종류로 제작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른바 4-in-1, 즉 ‘차고, 소변 보고, 놀고, 쾌감을 느끼는 인공 기관’이다. 진짜 같은 수제 스트랩온의 색상은 10가지가 넘고, 추가 비용을 내면 진짜 같이 손으로 칠도 해준다. 4-in-1에는 휘어지는 속이 빈 관이 있어 소변을 볼 수 있고, 다시 모양을 잡아 발기시킬 수도 있다. 정말 멋진 제품이다. 결코 싸진 않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혹시라도 소중한 페니스가 상하게 되면 직접 고치는 수리용 키트를 사도 되고 업그레이드를 받아도 된다! 그리고 FreeToM은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환영 받는 기분이 든다. 솔직히 내가 내 자신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힘들어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사이트들을 찾아다니지도 않았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스트랩온을 찾아다니는 것은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여러 단계에 걸친 자아 발견의 일환이다. 나는 ‘정상’으로 보이고 싶어 나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가두었다. 하지만 정상이란 건 없다. 내가 그랬듯, 어떤 틀에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할 필요는 없다는 걸 발견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나는 공포에서 시작되어, 자랑스러운 페니스 소유까지 이어지는 나의 여정이 기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작은 핑크 바이브레이터에서 시작되었다.

 

허핑턴포스트US의 My Genderqueer Quest For The Perfect Detachable Peni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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