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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 이상 당신이 입던 옷을 원하지 않는다

옷장에서 당신이 이번 계절에 입었던 멀쩡한 옷들을 꺼내 원조 단체에 기부하면 당신의 기분이 꽤 좋아질 것이다. 궁핍한 사람을 돕고, 매립지에서 썩어갈 운명이었던 물건들에 새 삶을 준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동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서구 비영리단체와 도매상이 쏟아내는 중고 물자들에 신물이 나 반입 자체를 금지하려 하고 있다.

2014년에 동아프리카의 몇 개국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3천만 달러 어치 이상의 중고 의류를 받았다. 이 물자들은 동아프리카에 활발한 시장을 만들어 냈고 상당한 숫자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러한 방대한 물자는 지역 의류 업계의 파탄을 이끌었으며 서구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였다고 한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로 구성된 동아프리카 공동체는 3월에 2019년까지 중고 의류와 신발의 수입을 전부 금지하자는 제안을 냈다. 목표는 부유국들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의존을 끊어 지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전세계에 엄청난 양의 중고 의류를 쏟아내는 미국이 여기에 반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자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상인들과 이 국가들의 자국내 생산을 복구하기에 전면 금지만으로는 부족할 거라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반대한다.

지지자들은 반입 금지가 동아프리카 경제에 힘을 줄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케냐의 동아프리카공동체부 장관 베티 마이나는 이스트 아프리칸에 “이 지역은 더 높은 수준의 생산 품질과 제조 공정을 통해 산업 블록으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르완다의 언론 매체 뉴 타임스의 컬럼니스트 조셉 르와가타레는 ‘누가 버린 옷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므로’ 반입 금지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리라는 희망도 있다.

버려진 옷들이 동아프리카에서는 굉장히 낮은 가격에 팔린다. 예를 들어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동아프리카 최대 중고 의류 시장 기콤바 시장에서 중고 청바지 한 벌은 최하 1달러 50센트(한화 약 1,600원) 정도에 팔린다.

지난 해 아프리카 면과 섬유 산업 연합회의 조셉 냐가리는 싱크 프로그레스에 중고 옷이 워낙 저가이다 보니 현지에서 생산한 옷이 그에 비해 비싸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중고 의류의 평균 가격은 (케냐에서 생산한) 새 옷 가격의 5~10% 정도다. 그래서 (현지 업계는)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부채 위기가 폭발하고 빈곤국들이 유독 큰 피해를 받았던 1980년 대부터 아프리카는 저렴한 중고 제품들과 씨름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에서의 생산 비용이 상승해 수출도 줄었다. 아프리카 제조업 분야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삭감되었고, 해외 무역 제한은 철폐되었으며 해외 수출업자들에게 수문이 활짝 열렸다. 이는 2006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섬유와 의류 업계에 대한 연구 결과다.

1990년대 초반에 케냐에는 약 110개의 대규모 의류 생산 업체가 있었다. 2006년에는 그 숫자가 55개로 줄었음을 이 연구에서는 밝혔다.

동아프리카의 의류와 섬유 생산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한적이다. 현재 케냐에는 섬유 공장이 단 15곳뿐이라고 지속 가능한 의류 생산을 지지하는 영국 단체 패션 레볼루션은 밝힌다. 약 30개의 의류와 신발 생산 업체가 우간다 제조자 연합 회원이지만 ‘내수 시장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고 영국의 싱크 탱크 해외 개발 연구소는 밝힌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 한 명은 이미 중고 반입 금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고 데일리 모니터가 보도했다.

재 우간다 미국 대사인 데보라 말락은 8월에 정부 대변인 레베카 카다가와 만나 금지 조치에 대해 의논했다. 말락은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 및 투자 확장을 꾀하는 아프리카성장기회법에서 우간다가 얻는 이득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거라고 경고했다. 이 법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 의류 시장에 관세없이 진출할 수 있게 해준다. 자격 충족을 위해서 각 국가는 법치, 인권, 핵심 노동 기준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허핑턴 포스트는 말락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말락은 이번 기사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미국이 중고 의류 금지에 반발하는 것은 앞뒤에 맞는다. 중고 의류는 여러 부문이 관련된 수익성이 좋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중고 의류 도매는 37억 달러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U.N. 컴트레이드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우간다 한 나라만 해도 작년에 미국에서 1,261톤의 중고 의류 및 물품을 수입했다. 그리고 우간다 의류 구입 중 중고 의류는 81%를 차지한다.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수출업체들이 맞서 싸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클로딩 인더스트리스(GCI)와 같은 공급자들은 중고 의류, 시발 등을 해외로 보내는 일만 한다. GCI는 아프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북미, 남미의 40개국에 수출한다.

옥스팸과 구세군 같은 비영리 단체조차 중고 의류를 공짜로 주지 않는다. 후원자들이 원하지 않는 옷들을 갖다 주면, 이들은 기부 받은 의류를 개발 도상국들에 가져가 거래자들에게 판매한다. 거래자들은 이 의류들을 다시 지역 시장에 판매한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지역 거래자들 역시 금지 법안에 격렬히 반대한다.

“꿈도 꾸지 말라고 하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우리는 우리 옷들을 시장에서 빼고 거리에서 시위할 것이다.” 나이로비 시내 시장에서 여성복을 파는 엘리자베스가 3월에 이코노미스트에 말한 내용이다.

나이로비의 기콤바 시장에서 거래자는 중고 의류를 팔아 하루에 1,000케냐 실링(약 10달러, 한화 약 11,000원)를 벌어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 지역 사람들 상당수는 그의 10분의 1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한다.

그러나 중고 업계에는 불확실성이 만연하고, 거래자들은 어떤 옷을 구할 수 있을지를 거의 통제할 수 없다. 상태가 좋지 않은 옷들이 많으며 서구 사이즈가 소비자들에게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고 의류 수입 금지만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지역 내 생산량이 늘어난다 해도, 제품이 구입 가능할 가격이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그에 따라 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빈곤한 시민들일 것이라고 ‘의류 빈곤: 패스트 패션과 중고 의류의 숨겨진 세계’의 저자 앤드류 브룩스는 말한다.

게다가 금지한다 해도 중고 의류보다는 비싸지만 국내 생산품보다는 싼 신제품 의류의 수입은 막지 못한다고 브룩스는 올해 가디언에 기고했다.

금지가 효과를 가지려면 브룩스는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지역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수입 중고 의류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제안하다.

“동아프리카 지도자들이 현재 상태 유지 이상의 일을 하고 싶다면 그들은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세계 자유 무역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금지 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지금, 서구 소비자들이 몇 번 입지도 않은 옷을 처분하는 더 책임감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15달러를 주고 사서 두 번만 입은 옷을 더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간다, 아이티, 인도 같은 곳이 우리의 과잉 소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 폐기물의 다른 용도를 찾는 단체인 스레드 인터내셔널의 디렉터 켈시 홀링이 지속 가능한 브랜드에 기고한 글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se African Countries Don’t Want Your Used Clothing Anymor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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