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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800억원을 출연한 두 개의 재단 뒤에 청와대가 있다?

  • 원성윤
  • 입력 2016.09.20 14:24
  • 수정 2016.09.20 14:25

청와대 비선실세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 씨가 삼성, 현대차, SK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K스포츠재단 설립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최씨는 지난 2014년 비선실세 의혹인 불거졌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자, 1970~90년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1. 삼성, 현대차, SK 등 19개 기업이 800억 원을 두 개의 재단에 돈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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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스포츠를 매개로 하는 재단이 설립됐다. 미르재단(문화)-K스포츠재단(스포츠)이다. 작년과 올해 설립된 이 재단에 대기업들의 자금이 모두 출연했다. 상위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가 두 재단에 모두 출연한 금액은 약 800억원이다. 그런데 이 배후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왜냐면, 이런 거액이 1년 남짓한 시간에 모금된 것도 의문이지만, 현재 이사, 감사들이 사퇴한 상태로 개점휴업이다. 재단은 있으되 일하지 않는 이곳에 800억원의 돈이 모여든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안 수석은 이를 부인했고, 거액을 출연한 기업체의 재무담당 관계자는 “우리에게 모금 과정을 취재하려고 하지 마라.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입이 없다”고 말했다.

2.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놀랍도록 닮았다

미르재단(문화)-K스포츠재단(스포츠)은 몸통은 다르다지만, 설립 과정과 목적 등 심지어 정관까지 유사하다.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오영훈 의원실을 통해 받은 두 재단의 정관을 살펴봤더니 총칙에서부터 조항 순서 및 문구 등 정관의 내용이 미르의 것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재단의 ‘창립 총회 회의록’은 회의 장소와 안건을 비롯해 회의 순서, 문구, 분량 심지어 회의에 등장하는 상당수 인물까지 판박이다. 회의록은 정관과 함께 설립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 중 하나다. 그런데 두 재단의 회의록은 일부 인물과 출연금 액수 등에서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베끼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다. 심지어 한 기업 임원은 직책이 부사장인데 상무라고 잘못 기재돼 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두 재단의 총회 회의록이 아예 가짜로 판명났다는 점이다.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회의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기업 부사장은 “케이스포츠 재단이 뭐죠? 전혀 모르겠는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했다고 하는 날짜에 회의장은 대여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9월20일)

올해 설립된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정은 일사 천리였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 1월12일 설립 신청을 한 뒤 불과 하루 만에 허가증이 나왔다”며 “신청에서 허가까지 적어도 1주일, 길게는 수십일씩 걸리는 관행에 비춰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3.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가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다

지난 5월13일 새로 취임한 정동춘(55)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머리 마사지><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 등 외국인이 쓴 스포츠마사지 책자를 번역한 이 분야 전문가다. 이 센터는 최순실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센터 관계자들은 “최순실씨는 5년이 넘는 단골손님인데다 집도 가까워 자주 찾아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동춘 원장이 직접 맡았다고 전했다. (한겨레, 9월20일)

4. 박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 해외순방 때 미르와 K스포츠가 동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이란 테헤란 밀라드타워에서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관람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생 재단인 K스포츠(2016년 1월 설립)와 미르 재단(2015년10월)은 설립 시기가 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박 대통령의 순방행사와 함께했다. VIP와 함께하는 행사에 여러 유수의 공공기관들을 제치고 동행한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애정 없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5월말~6월초) 국빈 방문 당시 동행했다. 특히 프랑스 방문 당시 미르는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페랑디와 함께 시식회를 주관했다. K스포츠는 박 대통령이 양국 수교 이래 정상으로 처음으로 방문한 이란에서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5월2일)을 주최하며 이름을 올렸다. 재단이 1월 중순 출범한 지 불과 석달 남짓 됐을 때의 일이다.

5. 야당 “K스포츠·미르재단 의혹 국감서 철저히 파헤쳐야”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을 방문해 지진피해 복구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개입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일해재단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갹출한 것으로 돼있지만 미르재단 486억원, 케이스포츠 재단 288억원, 이 정도 돈이 청와대가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 정권 차원에서 조종하지 않고, 어떻게 자의에 의해 모아졌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겠나”라며 “이정도면 과거 5공 정권의 일해재단이 떠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염동열 의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민간기업 문제에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 기업인들이 자율적으로 한 것에 대해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임금님을 뜻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952년에 태어난 용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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