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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부장검사가 KB상무로부터 272만원 짜리 술접대를 받은 사연

  • 원성윤
  • 입력 2016.09.19 14:12
  • 수정 2016.09.19 14:14
ⓒ연합뉴스

고교 동창 사업가와 ‘스폰서 관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증권범죄합수단장 시절 수사 관할 내에 있는 금융 기업의 고위 간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술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단골인 고급 술집으로 이 임원을 데리고 가 술값을 대신 내게 했고, 이 자리에는 해당 기업과 관련한 검찰 동향 얘기도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케이비(KB)금융지주에서 일하던 ㄱ상무(현 케이비투자증권 전무)는 김 부장검사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와 관련된 검찰 동향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ㄱ전무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당시 회사의 준법감시인으로 기업 관련 (검찰) 동향을 파악해야 했다.

남부지검은 물론 전체적으로 대검찰청에서 케이비금융지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물었다. 그 친구(김형준 부장검사)가 대검찰청 정보 쪽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통상적인 기업의 준법감시인 역할과는 차이가 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준법감시인은 회사 내부의 일들이 법률이나 규정, 정책에 어긋나는 게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일 등을 한다. 검찰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준법감시인의 고유 업무가 아닌 것이다.

ㄱ전무는 대신 김 부장검사에게 정치권 동향을 자세히 알려줬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ㄱ전무는 정치권 동향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 근무 후 검찰에서 일하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 때문에 김 부장검사는 ㄱ전무를 만날 때마다 정치 얘기를 자주 꺼냈다고 한다.

특히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총선에 출마하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장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영향을 받아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가 ‘스폰서’인 사업가 김아무개(구속)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증여받은 농지의 매각 방안을 김씨와 상의하며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고 해도 공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 부장검사는 언제라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케이비금융그룹의 ㄱ전무에게 거의 먼저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전무는 “김 부장검사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1차는 간단하게 일식집에서 먹고, 그가 찍어 놓은 ‘2차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싼 양주에 과일 안주를 시키는 기본세트가 122만원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가 지목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이 술집은 고급 위스키 한 병이 200만원 가까이 하는 술집이었다. 술접대는 김 부장검사가 예금보험공사로 자리를 옮긴 뒤인 올해 3월과 7월에도 이어졌다. ㄱ전무는 주로 개인카드로 접대를 했으나 지난해 7월4일에는 법인카드 150만원을 포함해 총 272만원을 접대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ㄱ전무는 김 부장검사와의 만남이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부장검사와 같은 고시원에서 고시공부를 같이 했다. 4~5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닿아 반년에 한 번씩 만나던 사이”라며 “김 부장검사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등에 있을 때 ‘힘들다’고 하면, 내가 술을 한잔씩 사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한 친구사이라 편하게 만나 술 마신 것이다. 업무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적인 자리였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김 부장검사가 ㄱ전무로부터 받은 향응, 접대가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범죄합수단에서 일하던 김 부장검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으면서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받은 넥슨 비상장주식도 대가성이 없는 친구지간의 호의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뇌물로 기소됐다. 검찰의 직무 관련성은 법원에서 넓게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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