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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젊은 퀴어를 담은 흑백 사진들(화보)

  • 박수진
  • 입력 2016.09.19 13:41
  • 수정 2020.01.14 20:14

“Shahinoor and Nipa #2,” 2013.

“나는 여성이고 다른 여성을 사랑한다.” 파트너 니파와 함께 위 사진에 찍힌 샤히누르가 사진가 가지 나피스 아흐메드에게 말했다. “나는 내 연인과 함께 살고 싶다. 우리 사이에 누가 끼어드는 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중에 누군가가 자살하거나, 상처 받거나, 마약에 중독되거나, 스스로를 베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해 달라. 이제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다.”

아흐메드는 ‘내면의 얼굴 Inner Face’ 시리즈에서 니파와 샤히누르 외에도 방글라데시의 여러 LGBTQ 젊은이들을 촬영했다. 아흐메드가 자란 나라인 방글라데시에는 동성애 혐오가 만연해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성관계’로 체포되면 무기 징역을 살 수도 있으며, 외모와 행동하는 방식 때문에 언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의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흐메드는 카메라를 사용해 퀴어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과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것은 카타르시스다. 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문을 연다. 환기하는 것과도 같다. 당신은 자신 안에 갇혀 있던 것을 내 작업 과정을 통해 드러내게 된다. 당신이 창문을 여는 것이다.” 그가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RoomJhoom, Apple & Dalia.” 2014.

아흐메드는 2008년 말에 이 시리즈의 첫 사진을 찍었다. 그 전에 1년 동안 자신이 촬영될 사람들을 피사체가 아닌 친구로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내 작업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에 뿌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나는 내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을 촬영할 수는 없다. 그래서 먼저 우리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내겐 중요했다. 작업은 거기서부터 흘러나온다.” 그가 가디언에 한 말이다.

아흐메드는 어떤 종류의 섹스에 대한 논의도 절대 금기인 방글라데시에서 자랐다. 덴마크의 미디어와 저널리즘 학교에서 공부하기 전까지는 LGBTQ 행동주의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그는 참여하고 싶었다.

아흐메드는 주로 젊은 퀴어들을 촬영하며, 이들은 대부분 하층 내지 중산층 출신이라 그들을 둘러싼 동성애 혐오에 보다 더 민감하다. “나는 내 나라에 집단적 부정의 문화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부장제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흐메드가 허핑턴 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추가로 설명했다.

“Bobby.” 2013

아흐메드는 사진이 존재하지 않았던 공간을 만들어 내는 특이한 방식을 설명하며, 그 안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들이 ‘유동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흑백 사진은 저항의 시각적 행동일 뿐 아니라 놀고 탐구하고 축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된다.

이미지와 함께 아흐메드는 사진 속 인물들이 쓴 이야기를 첨부하여, 간과되거나 가려지곤 하는 이야기에 빛을 비춘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내 직업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나는 내 생각, 내 성향, 내 열망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내 직업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내 안 깊은 곳에 묻어야 한다 … 나는 심지어 종교적 ‘의료 치료’까지 받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이제 내 상태는 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 행복하고, 내 희망과 꿈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 사진 속 인물 중 하나인 이맘의 글이다.

아흐메드는 자신의 카메라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간단한 행동으로 증오와 편견을 무너뜨리는 ‘사랑의 무기’라고 본다. “내 작업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인간의 상태를 느끼며 조직적 터부를 해체하고 싶은 호기심이다. 나는 내 친구들을 촬영한다. 그들이 내면의 자기 자신을 당신에게 알려주는 것을 돕는다.”

*허프포스트US의 Black-And-White Photos Document The Stunning Queer Youth Of Bangladesh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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