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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성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이유

  • 김도훈
  • 입력 2016.09.19 12:25
  • 수정 2016.09.19 12:28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뜨거운 논란의 주제가 되곤 하는 남성성은 그 정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예는 ‘유독한 남성성 toxic masculinity’을 이야기하는데,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이것에는 문제가 많다. 다양한 형태의 여성혐오, 강간 문화, 과도한 공격성, 남성들이 감정적 건강을 불편해 하는 것 등, 유독한 남성성은 정말이지 나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에는 퀴어들이 남성성에 관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고려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몇 년 전 나는 허프포스트 라이브에서 내가 시작한 단체인 게이브로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퀴어 커뮤니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사회적 커뮤니티와 의견이 다름을 말한 적이 있다. 제목에 ‘브로 bro’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게이 커뮤니티 안의 남성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시작하게 했고, 남성성이 배제적이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밝혀졌다. 이 경우에도 남성성은 아주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게이 남성인 나로선 이것이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나 개인적으로는 ‘남성적’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았다. 내가 특권을 갖고 자랐기 때문이겠지만, 내 인생에서 남성적인 남성들이 해를 주거나 감정적 스트레스를 준 적은 거의 없었다. 최소한 여성보다 더 그러진 않았다. 돌아보면 내가 순진했다고 느끼지만, 내겐 상냥하게만 느껴졌던 개념을 사람들이 공격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내 정체성이 공격받았다고 느꼈지만, 당시에 나는 왜 내가 공격받는지 정확히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의 감정과 말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주제를 파고들었다.

남성성이 해로운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도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나는 내 ‘남성성’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남성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남성성에 대한 논쟁이 정말 많은 이유(또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정의가 아닌 서로 다른 것들에 대해 논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사용하면 남성성이 어떤 것이었는가가 아닌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도울지도 모른다. 남성성이라는 단어를 되찾고 새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성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남성성의 부정적인 특징들은 많고 찾기 쉽지만, 이 단어에는 긍정적인 특성도 분명 담겨 있다. 힘, 자신감, 지략, 경쟁력 있는 정신 등은 보통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다재다능한 사람의 특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이 극단적이 되지 않는 한 문제가 있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성성의 긍정적인 면들만을 다루는 웹사이트들도 있다. 이중엔 분명 구해낼 만한 것이 있다.

남성성은 성 차별과 폭력의 관습과 연결되곤 하는데, 우리는 그 연결을 끊을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남성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성 차별이 큰 역할을 하는 분명한 이유는 이 단어가 생물학적 남성, 특히 이성애자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언급했던 특징들 중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생물학적 성이나 섹슈얼리티와 연결된 것은 없다.

남성만이 남성적일 수 있다, 여성만이 여성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긍정적인 특징들로 남성성을 재정의하려면, 이 특징들은 여성, 퀴어, 트랜스, 넌 바이너리 등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여성적 특징들을 편안하게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남성적, 여성적, 그리고 특정 젠더에 따르지 않는 특징들을 다양한 정도로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안전할 것이다. 그 어떤 두 사람도 똑같지 않다. 우리는 사람들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막으려 할 게 아니라 차이를 기려야 한다.

남성성을 문제적 특징에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은 젠더 정체성과 무관하게 이런 특징들을 가질 수 있다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여러 가족과 문화에서 이런 개념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에 따라 규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거라는 사실을 무시한 주장이다. 이 단어의 사용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이 단어를 건강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것으로 진화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오직 한 가지 물음만 남는다.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남성성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남성성을 재정의한다면, 감정적으로 떨어져 있고, 강간 문화를 지지하고, 과도하게 공격적인 여성혐오자들에겐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난 그들을 가리키는 원래 단어를 쓰자고 제안한다.

개새끼들.

허핑턴포스트US의 Why Masculinity Needs a Makeov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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