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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중요성 | 허드슨강의 기적과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됐다. 항공사고는 아니고 해상사고이긴 하지만 허드슨강의 기적과는 거의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생각을 했다. 초기에 대응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무능하고 비겁한 선장과 선원들의 잘못된 초기 대응과 관련 당국의 허술한 초기조치로 인해 전체승객 476명중 304명을 잃었다. 그 대부분이 어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구조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학생들을 보며 대한민국사회는 절망하며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를 그냥 깨달아 버린 것이다. 이후에도 유병언사건, 보상문제 등 이 사고가 도화선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병든 일면이 터져나오고 분열됐다.

  • 임정욱
  • 입력 2016.09.17 10:08
  • 수정 2017.09.18 14:12

US Airways 1549편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2009년 1월15일 즈음은 미국의 전환기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전년도 발생한 금융위기로 실업률은 두자리수를 기록했고 담보주택을 날려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평범한 기장의 정확한 판단과 기지로 비행기가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고, 그리고 뉴욕과 뉴저지가 한덩어리가 되어 신속하게 155명의 전원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구한 이 사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두 개의 엔진이 모두 정지되어 전원이 사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모두가 살아남은 것이다. 상황이 발생하고 비상착륙할 때까지의 걸린 시간은 단 208초, 4분이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위기에서도 잘만하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모두가 이 뉴스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저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는, 프로페셔널들이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단 5일 뒤에 오바마대통령 취임식이 있었고 이후 미국은 하나가 되어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중 아래 부분은 당시 그런 상황을 설명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특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량실업이 진행 중이었고, 담보주택 압류 건수도 증가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삶이 불현듯 새떼와 부딛친 것과 같은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1549편 여객기의 성공적인 불시착은 뜻하지 않은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길은 언제나 있다. 우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또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책을 읽으면서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됐다. 항공사고는 아니고 해상사고이긴 하지만 허드슨강의 기적과는 거의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생각을 했다.

초기에 대응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무능하고 비겁한 선장과 선원들의 잘못된 초기 대응과 관련 당국의 허술한 초기조치로 인해 전체승객 476명중 304명을 잃었다. 그 대부분이 어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구조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학생들을 보며 대한민국사회는 절망하며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를 그냥 깨달아 버린 것이다. 이후에도 유병언사건, 보상문제 등 이 사고가 도화선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병든 일면이 터져나오고 분열됐다.

허드슨강의 기적과 세월호참사... 각각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사건과 또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절망과 고통을 준 사건... 다시 한 번 우리는 이것밖에 안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쨌든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읽어보시거나 곧 개봉할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예고편

아래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후 블로그에 쓴 글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중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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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된 듯한" 세월호의 참극을 보면서 나는 5년여 전인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 Airways 1549편을 떠올렸다.

라과디아(LaGuardia)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한뒤 새가 엔진에 충돌해 양쪽 엔진이 다 멈추고 설렌버거기장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드라마가 펼쳐진 전체 시간은 단 6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륙 2분만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고장을 일으킨다. 즉각 뉴욕관제탑 콘트롤러와 교신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가까운 공항에 착륙가능성을 타진한다. 관제탑콘트롤러는 테더보로공항으로 향할 것을 권유하고 그 공항에 신속하게 연락해 비상착륙을 위한 준비를 요청한다. 그러다가 당시 비행기의 고도와 속도를 고려해볼 때 테더보로공항까지 가기 어렵다는 것을 판단한 기장은 "We can't do it"이라며 "We're gonna be in the Hudson"이라고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겠다는 말을 한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관제탑 콘트롤러는 "I'm sorry. Say that again?"이라고 반응했다. 불과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콘트롤러의 대응도 아주 프로페셔널하다. 당시 교신내용이 위 동영상에 다 공개되어 있다. 침착하게 기장과 교신하면서 동시에 다른 공항에 연락해서 비상착륙을 준비시키고 그 다음에는 바로 해경, 소방서등 다양한 곳에 연락해 비상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한 번 들어보시길.

그리고 그 교신을 마친 지 1분30초 만에 허드슨강에 불시착한다. 하강하면서 기장은 기내에 "This is the captain. Brace for impact"라고 방송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문을 넘어서 승무원들이 "Heads down! Stay down!"이라고 반복해서 승객들에게 외치며 대비시키는 것을 듣고 "승무원들도 나와 same page에 있구나"하고 안심했다고 한다.

설렌버거 기장은 기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강속도와 평형 등을 최대한 맞춰서 기적적으로 큰 손상 없이 허드슨강에 착륙했다. 그리고 그는 우선 여자와 아이들부터 풍선처럼된 비상탈출용 미끄럼대에 타게 했으며 나머지는 가라앉고 있는 비행기 날개 위로 나가 서있도록 했다.(1월이라 강물은 얼음처럼 차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페리들이 금세 달려와 가라앉는 날개부분에 서있는 승객들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한시간만에 155명의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승객들이 다 구조되었는지 꼼꼼히 내부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구조된 것은 설렌버거기장이었다.

이 동영상은 이륙부터 버드스트라이크, 불시착까지 당시의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이 한편의 드라마에서 공항관제탑콘트롤러, 기장, 승무원, 페리승무원, 911구조요원 등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장의 뛰어난 판단력과 능력, 기지가 대형참사로 이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승객 모두를 구했다.

5년여 전에는 감탄하기는 했지만 자세히는 안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뉴스였다. 지금 세월호 비극을 보며 다시 찾아봤다. 세월호 사건을 보도하는 외국뉴스에서는 계속 "So many things went wrong"이라고 나오는데 이 허드슨강의 기적 뉴스에서는 "So many things went right"이라고 나온다.

위기상황에 리더의 능력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실감한다. US Airways 1549 승객들은 기장을 잘 만나서 생명연장을 받은 느낌일 것이다. 반면 세월호희생자들의 경우는... 정말 아쉽고 원통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Rest in peace.

(물론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안전불감증, 미숙한 대응, 부패, 복지부동의 공무원 등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위 글은 '허드슨강의 기적' 사건이 생각나서 리더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적어봤다.)

마침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에 실린 '하버드大 위기 리더십 프로그램으론 돌아본 세월호 참사'라는 기사에 나온 설렌버거기장의 '순간판단력'에 대한 부분을 발췌소개한다. 그의 놀라운 판단력과 대응능력은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고 '경험과 훈련의 산물'인 것을 알 수 있다.

'순간 탄력성'을 발휘하라

설렌버거 기장은 엔진 고장이 발견되자 조종간을 잡고 창밖 뉴욕 시내를 보면서 재빨리 3차원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관제탑에서는 주변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그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뉴욕 상공을 낮게 날다가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직감하고, 허드슨강에 과감하게 불시착을 감행했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순간 탄력성'이라 부르는데, 경험과 훈련의 산물이다. 설렌버거는 1만9500시간 비행 경험과 함께 정기적으로 위기 대응 훈련 교육을 받았다. 비록 교실 수업이긴 했지만 물 위에 착륙하는 연습도 했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배운 3가지 인생의 교훈'이라는 글을 3년전에 위 TED동영상을 보고 썼었다. 이 발표를 하는 Ric Elias는 당시 비상착륙한 US Airway 1549에 탔었던 승객이다. 맨앞인 1D에 앉았었다고 한다. 위 설렌버거 기장의 이야기에 덧붙여 그의 당시 상황 묘사를 통해 승객들이 탄 캐빈에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한글자막을 선택하고 꼭 한번 보시길 권한다. 강추 동영상.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estima.wordpress.com)'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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