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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 고양이 삼형제 구출기

세 마리는 각각 이름이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이라고 한다.(정의당에게는 미안하지만 세 마리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고양이를 찾기 위해 먼지 구덩이를 뒤지는 장면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다행히 두 마리는 건강해서 임보처에 맡겨진 상태이고, 한 마리는 치료 중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애를 썼는데, 정작 더불어민주당 고양이만 아프다니 이것도 아이러니하다.

  • 임형찬
  • 입력 2016.09.13 15:11
  • 수정 2017.09.14 14:12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일도 쉽지 않다

국회 의원회관에 길고양이가 나타났다. 그것도 외부도 아니고, VIP 라고 하는 의원전용 주차장에 말이다.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지난 7월 말에 지하주차장에 들어와서 서식한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정확하게 어떤 계기로 들어왔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기사 뉴스1 "[영상]'국회에 입성한 여야3당 고양이?'")

다만 확실한 것은 지하주차장 인근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기계실에서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 근무하는 기계실의 엔지니어들은 새끼 고양이들이 불쌍했는지 점프력이 되지 않는 고양이들의 이동을 위해 막대로 비탈길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어쨌거나 새끼 고양이가 출몰하자 국회에서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캣맘, 캣파더가 있기에 그 사료로 연명을 했는데, 문제는 주차장은 '인간'에 의해 확실하게 관리되는 공간이었다는 점이었다.

수시로 자동차들이 오가는 상황과 환경 미화원이 청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무렇게나 주고 치워지지 않은 '고양이 밥'은 환영받지 못 했다. 비록 관리과의 일에 대해 이해를 하는 몇몇 비서들은 사료를 급여한 후, 청소를 했지만 말이다.

대부분은 고양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사료 대신 먹다 남은 케잌을 준 사람도 있다고 하며, 참치캔도 그냥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비례대표)의 전동명 비서가 사료를 가지고 다니며 일일이 청소하며 급여를 해서 고양이들은 오랫동안 주차장에서 쫓겨나지 않은 채 버틸 수 있었다.

마음씨 좋은 캣맘과 캣파더에게 사료를 받아먹는 길고양이들이 점점 더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좋았다. 심지어 먼저 다가와서 '골골' 거리며 애교를 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오자 상황은 점점 좋아지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일단 살아가는 곳은 지하주차장에서도 더러운 기계실이었다. 게다가 추석이 되면 모든 주차장은 문을 닫고, 사람도 드물게 된다. 사료 급여도 급여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동안에 혹여 불행한 사고라도 생기면 도와줄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길고양이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시선을 받지 못 한다. 대부분은 쫓아내야 할 귀찮은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화제가 된 영상들처럼 사람에게 친근한 고양이일수록 동물 학대의 손쉬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단 세 마리의 고양이가 인간에게 친숙해진 지난 주, 필자가 고양이를 임시 보호를 하고, 입양자를 찾기 위해 물색을 했다. 불행히도 전 비서는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

나는 현재 국회에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정애 의원(강서병, 환경노동위원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SNS 에 대놓고 말이다. 한정애 의원은 애초에 국회 내의 길고양이 실태 때문에 국회 경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건의했던 상태였다.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일단 포획이 용이했기 때문에 이 발칙한 민원은 곧바로 국회 사무처의 우윤근 사무총장에게 연결되었고, 우윤근 사무총장은 국회 직원에게 '입양자 신청 공고'를 내기로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고양이 문제에 대해 글을 남기며,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화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아뿔싸! 이런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파지는 것은 다름 아닌 의원회관에 상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차장에 길고양이가 활보하는 것 자체가 자칫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제가 시점에 바로 포획작전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 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들이 아니고, 속칭 '개냥이'들이었다는 것이다. 포획 작전을 하던 사람들이 고의도 아니고, 악의도 아니었지만 한 마리를 포획하려는 순간 난리가 나버렸다.

두 마리는 도망을 가버렸고, 나머지를 책임지고 사료 구걸을 하던 첫째가 포획되었다. 문제는 이 첫째도 포획 작전 도중 큰 부상을 입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포획작전에 나섰던 직원들은 그야말로 악의는 없었다. 공식 예산으로 고양이 이동장을 구매했고, 사료까지 사고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은 길고양이를 몰랐을 뿐이었다.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넓은 주차장에서 뿔뿔히 흩어진 두 마리의 고양이를 찾는다는 것은 좀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끼 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다. 아마 독자들은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했던 국회의원이 지하 기계실을 헤매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려울 테지만 그러한 상황은 실제 일어났다.

남은 시간은 금요일과 추석 연휴가 되기 전인 월요일, 화요일 뿐이었다. 다행히 한정애 의원실의 협조에 의해 참여하게 된 팅커벨 프로젝트(대표 황동열)와 나비야 사랑해(대표 유주연)에 의해 의원회관 일대에 '포획틀'이 설치되었고, 나머지 두 마리는 토요일과 월요일에 포획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세 마리는 각각 이름이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이라고 한다.(정의당에게는 미안하지만 세 마리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고양이를 찾기 위해 먼지 구덩이를 뒤지는 장면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다행히 두 마리는 건강해서 임보처에 맡겨진 상태이고, 한 마리는 치료 중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애를 썼는데, 정작 더불어민주당 고양이만 아프다니 이것도 아이러니하다.

어쨌거나 국회 경내는 10만 평 규모이다. 앞에는 국회대로가 있지만 본청 뒤편에는 둔치가 있다. 즉, 몇 마리의 야생 길고양이가 서식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분명 국회 주차장은 좋은 서식지가 아니지만 녹지가 많은 국회 경내에서 길고양이를 쫓아낸다고 능사가 될 수는 없음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길고양이 세 마리를 구조하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의외로 많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한 의도라도 길고양이의 생태계를 몰라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 그리고 각 자 본업으로서 해야 할 이해관계와 업무 지침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양이를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잠재적 인간들도 있다. 혹자는 '급식소' 설치 정도라도 반대할지 모른다. 그리고 싫어하진 않지만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 싫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생명으로서 길고양이는 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잠시 태어났다 사라져도 모를 새끼 길고양이 세 마리에 권력기관인 국회가 나서도 일이 이렇게 어렵다. 바로 타협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무서워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문제가 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의 입장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만 막상 일은 쉽게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타협과 합의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면 더 이상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바깥이 더 안전하고, 사람과 덜 마주치며,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그러기 위해서 인간의 배려라는 것이 필요하다. 생명을 향한 배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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