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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성기'를 독특하게 묘사한 고전 소설 4가지

'그것'을 '그것'이라 지칭한다 해서 못 알아들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고, 또 그만큼 서로의 '그것'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인류 보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학이 이만큼 보편적인 주제를 그냥 넘기고 갔다면, 그 또한 직무유기였을 것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남녀의 '그것'은 현대보다 오히려 고전 문학 속에서 더욱 생생하고 참신한 비유로 그려진다. 저질스럽다기보단 사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옛 조상들의 '그것'에 대한 상상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1. 춘향전(도남문고본)

"...춘향이 하릴없어 반쯤 일어섰다가 다시 앉을 제, 유정송목(有情送目:정을 담은 눈길) 바라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중이 송이죽을 자시다가 혀를 데인 형상이요, 홍모란(紅牧丹)이 반개하여 피어오는 형상이라. 연계(軟鷄)찜을 즐기시나 닭의 볏은 무삼 일고? 먹줄자리에 도끼자국이 줄 바로도 맞았구나.

이도령의 거동보소. 일신(一身)이 점점 저려오니, 훨훨 벗고 아주 벗고 모두 벗고 영영 벗어 휘휘친친 후리치고 금침(衾枕)으로 뛰어들 제, 춘향이 하는 말이,

"남더럴랑 서라더니 당신은 왜 아니 일어서오."

이도령이 눈결에 일어서서 어느 사이 앉을 적에 춘향이 묻는 말이,

“반룡단(斑龍丹: 노인의 보약으로 쓰는 환약) 제 빛이요, 송이(松栮) 대강이(송이 버섯의 머리 부분) 같은 것이 무엇시오?”

“그것은 모르리라. 동해 바다에서 대합(大蛤)조개 일쑤(곧잘) 잘 까먹는 소라고둥이라 하는 것이라.”(책 '춘향전 연구 : 도남문고본', 이윤석 저)

먼저 조선시대다. 춘향전은 알다시피 다양한 판본이 존재했고, 이것은 그 중 영남대학교 도남문고본이다. 우리들이 평소 알고 있던 춘향전 판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19금' 장면이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 중 둘이 합방하는 이 대목에서 쏟아지는 온갖 비유의 향연을 감상해보자. '늙은 중이 송이죽을 자시다가 혀를 데인 형상'을 ‘정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몽룡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송이버섯의 머리 같은 것'을 물어보는 성춘향의 시치미가 느껴지시는가?

2. 금병매

"...이 물건은 지금까지 길이가 육 촌이었는데/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딱딱하네/부드러울 때는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동서로 쓰러지고/딱딱할 때는 바람 든 중처럼 상하로 끄덕이네/...하늘이 두 아들을 낳으니 몸에 붙어다니면서/일찍이 여인들과 몇 번이나 싸웠던가!

...

연꽃과 향기를 다투며 따스하게 오므린 마른 잎은/부드럽고 연한 그 물건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네/기쁘면 혀를 내밀고 입을 열어 미소를 띠우고/물건이 곤해 힘이 다하면 바로 몸에서 재운다네/속 바짓가랑이 사이 깊은 곳이 고향이고/풀이 드문 가장자리는 옛 뜰이라오/만약에 풍류 자제를 만나면/전투가 일어나기를 한가히 기다리며 입을 다물고 있다네"(책 '금병매1', 소소생 저)

금병매는 중국 4대 기서(삼국지, 서유지, 수호지, 금병매) 중 하나다. ‘명대 사회의 관료와 상인, 무뢰배들의 추악한 일면을 폭로하고 있다...’라고 하지만, 사실 당시 독자들이 그런 사회비판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었을까 싶다. 대부분은 저 유명한 '반금련'과 '서문경'의 불륜이 좀 더 상세하게 다뤄졌기를 바라며 침을 삼켜가며 책장을 넘기지 않았을까? 책은 역시 독자들의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함인지 반금련과 서문경의 '그것'에 대해 따로 시까지 지어 묘사한다. '바람 든 중'과 '연꽃과 향기를 다투는 마른 이파리'의 비유가 무척이나 참신하다!

3. 아라비안 나이트

"..."오, 내 낭군, 내 사랑, 이곳을 뭐라고 하죠?" "그것은 도끼자국이라고 하지요."..."오호호,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러고는 짐꾼의 멱살을 잡고 마구 따귀를 갈겼습니다..."그럼 감씨인가?"..."다리의 배질(Basil)이라고 불러요."..."그건 진짜 이름이 아니에요!"..."껍질 벗긴 호두면 어때요?"...그러자 여자는 대답했습니다. "나그네의 주막이라고 해요."

...

이번엔 짐꾼이 일어나서 발가벗고는...자기 아래를 가리키면서 물었습니다. "여러분, 이 물건은 뭐라고 하지요?"..."남근이죠"..."아니야! 틀려!"..."...그럼 이걸 대체 뭐라고 하죠?"..."이놈의 진짜 이름은 '사나운 당나귀'요. '다리의 배질'의 새순을 뜯어먹고 '껍질 벗긴 호두'를 염치없이 씹어먹고 '나그네의 주막'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는 물건이란 말이오.""(책 '아라비안 나이트1', 리처드 F. 버턴 저)

'아라비안 나이트', 다른 명칭으로 '천일야화'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출간되었던 당시부터 거침 없는 '야한 이야기'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제를 일으킬 만한 서남아시아의 뜨거운 설화가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설화를 만든 사람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문답이 얼마나 분위기를 띄우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도의 시적 감수성이 동원되는 중인지 느껴지시는가?

4.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걸! 퍼질러 잠이나 자!"(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비록 고전이 아닌 현대문학이지만, 지금까지 열거된 온갖 비유와 상징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본질을 갈파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명단에 오를만하다. 소설 속 '마리오'는 주점 집 과부의 미인 딸 '베아트리스'를 유혹하기 위해 네루다에게 시인 수업을 받는 우편배달부이다. 수업이 효과가 있었던지 마리오가 건넨 말에 베아트리스는 황홀해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연륜으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번에 알아채고 딸을 호되게 혼내면서 위의 인용문과 같은 말을 던지는 것이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유혹'이 문학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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