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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무장론, 책임질 자신 있나?

작금의 새누리당을 보면 안보 담론이 핵 무장파, 사드파, 원자력 잠수함파, 이지스파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안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별의별 무장론을 다 이야기하는 이 분들의 말씀은 이성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해볼 테면 해 보십시오. 한반도 상황이라는 것이 무슨 무기체계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뭘 도입하면 할수록 더 공백이 보이고 빈틈이 두드러져 안전에 대한 수요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더 센 것, 더 새로운 것에 대한 중독증이 독버섯처럼 퍼져서 극단화된 논리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 김종대
  • 입력 2016.09.12 11:32
  • 수정 2017.09.13 14:12

남북관계가 경색된 보수정권에서 북한이 핵 위협을 가할 때마다 국방 당국이 내놓은 전략적 담론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적극적 억제전략, 능동적 억제전략, 제4의 전쟁론, 맞춤형 억제전략, 4D(탐지, 식별, 타격, 평가)전략, 킬체인(kill-chaine),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역비대칭전략 정도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9일 국방위에서 또 새로운 개념이 나왔습니다. 일명 '신3축 이론'이라고 북한 정권에 대량보복을 실시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 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이 새로운 것처럼 추가된 것입니다. 북한이 뭘 할 때마다 생소한 개념이 또 추가될 것입니다. 외국 서적에 나온 좋은 것은 죄다 베낀 결과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는 언어 편집의 기술입니다. 이 중 실효성 있는 게 과연 무엇이냐를 따지기도 전에 또 새로운 것이 추가됩니다. 이 중에서 현재 국방예산으로 단기간 내에 실현할 수 있는 개념은 제 상식으론 없습니다. 한 번 물어봅시다. 안보의 모든 걸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어떤 군사적 수단으로 그런 고차원적 개념을 실현할 수 있습니까?

북한이 핵 실험하는 것도 까맣게 모르는데 어떻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다는 징후를 파악하고 사전에 선제공격을 합니까? 이건 말뿐입니다. 설령 된다하더라도 우리의 국방획득체계는 이 핑계 저 핑게로 만만디입니다. 먼 훗날에나 가능하겠지요. 내년도 국방예산이 3%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참여정부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육·해·공군이 사달라는 무기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 많은 무기 소요를 전부 중기국방계획에 반영해 놓고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한 대비에 재원을 집중한다? 조직의 이익을 추종하는 한국 군사관료주의는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군사력 건설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전략무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북한에서나 가능합니다. 북한은 전략적 공세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집중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백화점식으로 다 벌여놓고 너절너절하게 국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절대 북한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개혁이 불가능한 품질 불량의 군대가 어떻게 작전술을 혁신하겠습니까? 게다가 방산비리는요?

이 때문일까요? 불안감을 느낀 새누리당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작금의 새누리당을 보면 안보 담론이 핵 무장파, 사드파, 원자력 잠수함파, 이지스파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안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별의별 무장론을 다 이야기하는 이 분들의 말씀은 이성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해볼 테면 해 보십시오. 한반도 상황이라는 것이 무슨 무기체계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뭘 도입하면 할수록 더 공백이 보이고 빈틈이 두드러져 안전에 대한 수요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더 센 것, 더 새로운 것에 대한 중독증이 독버섯처럼 퍼져서 극단화된 논리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케네디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말한 군사력의 비정상적인 확장이 성장 동력까지 잠식하는 '가분수 국가'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위기관리 장치. 바로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입니다. 바로 이성의 언어지요. 외교와 결합된 군사정책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군사담론이라 하더라도 모래 위의 성입니다.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지요. 외교 담론은 정체되어 있고 군사담론만 나오는 지금은 언어의 성찬입니다. 저는 이게 더 불안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왼쪽)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북핵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 (핵포럼) 긴급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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