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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을 정신없이 밀어 올리고 있는 이유

ⓒgettyimagesbank

"요즘 시장이 제정신이 아니에요. 가격이 단기에 너무 많이 올라 떨어질 법도 한데 계속 수요가 달라붙어요. 무서울 정도예요."

서울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이미 역대 최고가를 넘어선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달 말 조합원 평형(주택형) 배정이 끝난 뒤 이달 들어 5천만∼1억원 가량 더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오른 값이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들이 막차를 타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집값이 더 오를까봐 조급한 마음에 매수한다. 꼭짓점이 어딘지 예측이 안 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매섭다. 연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과 7월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가격이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상승폭도 커지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수도권인 경기 신도시권이나 다른 지방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지는 상승세다.

◇ 재건축 개별 호재에 가격 급등…"막차 탈까" 불안 속에서도 매수

11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는 3.3㎡당 1천85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3월의 1천848만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가다.

작년 9월 3.3㎡당 1천74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은 1년 만에 3.3㎡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 올랐다.

주간 상승률도 0.29%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신도시와 경기·인천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각각 0.05% 오르며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이처럼 '나홀로' 초강세인 까닭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견인한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는 저마다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단계별 '호재'로 인해 시중의 유동자금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달 31일 조합원 분양신청 이후 가격이 또다시 상승했다. 42㎡의 경우 지난달 말 9억7천만원에서 현재 10억7천만원으로 1억원이나 급등했다.

이 주택형이 재건축 후 109㎡ 입주에 필요한 추가부담금은 1억9천300만원 선으로 현재 매매시세 10억7천만원을 합하면 대출 이자를 제외하고 총 12억6천여만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지난달 분양한 개포주공3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33㎡ 분양가(14억원대)에 비해서는 싸다는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시장은 2006년 호황기 때보다 열기가 더한 기분"이라며 "강남권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재건축 물량을 싹쓸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초 정비계획안이 송파구 의회를 통과해 서울시로 넘겨지면서 호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총 18건이던 거래량은 이달 들어 9일 현재 벌써 15건이 팔렸다. 이 아파트 112㎡ 시세는 14억3천500만원으로 한 달 만에 5천만원이 또 올랐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저금리에 돈이 갈 데가 없어 그런지 추진속도가 빠르고 미래가치가 높은 재건축 단지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집값이 꼭대기는 아닌지,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은 무상지분율이 확정되고 관리처분이 임박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둔촌 주공 53㎡는 최근 7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보다 3천만원 정도 상승한 금액이다.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아파트에도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재건축 기본계획 발표를 앞둔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먼저 수립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소 주춤하지만 벌써 연초대비 3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목동 아파트 신시가지 단지도 최근 양천구청이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하면서 연초대비 1억∼2억원 상승했다. 목동역세권인 신시가지 7단지 89㎡의 경우 최근 8억6천만원까지 팔리면서 역대 최고 시세를 경신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중심이던 재건축 투자수요가 사업 초기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목동, 여의도, 과천 등지로 옮겨가고 있다"며 "서울 전역에 걸친 재건축 강세가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 죽이는 대책 없을 것" 기대감에 일반아파트도 동반 상승

이런 가운데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일반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결과 지난주 서울 아파트 일반아파트값은 0.23% 상승하며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인근 일반아파트값을 덩달아 밀어 올리는 형국이지만 시장에서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대책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과도한 주택공급을 줄여 집단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공급과잉 우려에 따른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공급 축소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공급을 줄여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반대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경기침체와 내년 입주물량 급증 등 시장 변화를 감안해 주택 수요를 규제하는 강력한 규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M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전까지 매수를 망설이던 고객들이 대책 발표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거부반응없이 계약을 확정했다"며 "실수요자들이 많은 곳인데도 불안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는 "그동안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으로 집을 안 사려던 사람들이 최근 들어 속속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강력한 수요 규제 정책은 배제되면서 내심 집값 하락을 우려했던 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인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내년에는 경기지역에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10만가구 이상 급증하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 가격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고 2019년부터는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속속 입주해 공급물량이 늘어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정부의 수요 억제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이후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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