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예술가 지원 사업으로 배를 타게 됐다. 그런데... 그게 한진해운 배였다

  • 김수빈
  • 입력 2016.09.08 12:47
  • 수정 2016.09.08 12:52
FILE -- In this July of 1999 file photo, a freighter is silhouetted in Lake Superior near Whitefish Point, Mich. A plan gaining support in Congress and backed by the cargo shipping industry would establish a nationwide policy for treating ballast water dumped from cargo ships into U.S. waterways.  Environmental groups say that would open the door to more invasive species like zebra and quagga mussels, which have wreaked havoc from the Great Lakes to the West Coast. (AP Photo/Carlos Osorio)
FILE -- In this July of 1999 file photo, a freighter is silhouetted in Lake Superior near Whitefish Point, Mich. A plan gaining support in Congress and backed by the cargo shipping industry would establish a nationwide policy for treating ballast water dumped from cargo ships into U.S. waterways. Environmental groups say that would open the door to more invasive species like zebra and quagga mussels, which have wreaked havoc from the Great Lakes to the West Coast. (AP Photo/Carlos Osorio) ⓒASSOCIATED PRESS

레베카 모스(25)는 런던 출신의 예술가다. 그는 캐나다의 액세스 갤러리와 버라드 예술 재단에서 제공하는 독특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지원하여 선발됐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란 일정 기간 특정 장소에 머무르면서 창작 활동을 지원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바다에서의 23일'이라는 제목의 이 독특한 레지던시는 스튜디오와 같은 특정한 공간 대신 화물선을 타고 뱅쿠버에서 상하이까지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바다 생활을 경험하게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 레지던시는 세계 예술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모스는 2회째를 맞은 이 레지던시의 첫 선정 아티스트였다.

8월 23일(현지시간) 오전, 레베카 모스는 밴쿠버의 델타포트 터미널에서 화물선에 올라탔다. 본래 9월 15일 상하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모스가 탄 화물선의 이름은 '한진 제네바(Hanjin Geneva)', 바로 한진해운의 화물선이었다. 모스가 부푼 꿈(?)을 안고 승선한지 갓 일 주일이 넘은 8월 31일,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게 왜 문제냐고? 이제 어떠한 항구도 한진해운의 배를 받아주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배가 들어오면 항구는 항만 이용료를 받는다. 그런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가 (이미 내지 않아 밀려있기까지 한) 항만 이용료를 낼 수 있을리 없다. 본래 한진 제네바가 당도할 예정이었던 상하이의 항구는 한진 제네바의 입항을 거부했다.

갈 곳이 없어진 한진 제네바는 도쿄 근처의 연안에서 그대로 머무르며 자신을 받아줄 항구를 찾고 있다. 선박들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해주는 마린트래픽 같은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배가 항구에 닿지 못한 채 바다 위에 떠있음을 볼 수 있다.

모스를 비롯한 선원들은 모두 안전하다고 한다.

지난 7일 액세스 갤러리 측에서 공개한 레베카 모스의 현재 모습. 한진 제네바는 도쿄 근방의 연안에 머무르고 있는데 거기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았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의 언론 밴쿠버선은 지난 2일 위성 인터넷을 통해 모스와 이메일로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듣기 전에는 우리가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뭔가 목적이 있다는 느낌을 항상 갖고 있었다. (여행이 끝나기까지) 며칠이 남았는지 알 수 있었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짜고 있었다." 모스는 급변한 상황과 그에 대한 기분에 대한 밴쿠버선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천천히 표류하는 섬 같이 느껴진다... 주변을 더 배회하게 됐으며 현재를 더 많이 느끼게 됐다. 끝이 언제인지 모르니 매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모스는 배가 옴싹달싹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겪게 된 우스운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내 페이스북을 통해 한 미국의 회사가 질문을 보냈는데, 이 배의 컨테이너에 실린 냉동 감자튀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면서 나는 냉동 감자튀김의 대변인이 됐다." 모스는 7일 발행된 밴쿠버선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화가 나고 불신에 가득차게 되기도 하고 있다는 모스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덕택에 이번 레지던시가 더 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예술가로서 모스에게 흥미로운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한진 제네바를 받아줄 항구는 나오지 못했다. 액세스 갤러리의 큐레이터인 킴벌리 필립스는 만일 도쿄에 정박할 수 없다면 부산항에 정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당초 한진해운의 무책임한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만큼 부산의 한진해운터미널에서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문화 #한진해운 #예술 #캐나다 #밴쿠버 #중국 #상하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