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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토론에서 사회자는 후보자의 거짓말을 지적해야 할까?

몇 주 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토론 무대에 오를 때, 트럼프가 클린턴의 외교 정책 판단을 비난하며 자신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확고히 반대해 왔다고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트럼프는 벌써 수십 번 그런 주장을 해왔다.

트럼프는 미국의 침공에 뜨뜻미지근한 지지를 보냈던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자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에는 뉴욕 상원의원으로서 처참했던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던 클린턴을 공격하기 위해 써먹었다. 트럼프가 대선 토론에서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낸다면 지적 받지 않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세 번째 대선 토론의 사회를 맡을 ‘폭스 뉴스 선데이’의 호스트 크리스 월러스는 일요일 인터뷰에서 후보들의 거짓 주장을 지적하는 건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진실 확인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월러스는 폭스 뉴스의 동료 하워드 커츠에게 말했다.

“아니, 사실 그건 당신의 일이다.” 스냅챗의 뉴스 담당이자 전 CNN 정치부 기자였던 피터 햄비가 트위터로 받아쳤다.

사회자가 아닌 후보 자신들이 서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는 월러스의 견해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인 언론인들과 매체 해설자들이 더 있었다.

무슨 헛소리야. 모든 언론인이 해야 할 일은 진실을 파내는 거야.

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사회자를 맡는 거지?

대선 토론은 후보들이 무대에서 서로를 수사적으로 치고 받는 것이어야 하고, TV 뉴스 앵커의 개입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사회자는 중요하지 않은 언급으로 열띤 토론을 끊거나,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단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월러스와 같은 사회자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후보가 믿을 만한 언론인들과 사실 확인 작업들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된 주장을 반복한다면 지적할 권한이 있다는 생각은 해야 한다. 사회자는 직접 판결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이 후보는 이런 말을, 저 후보는 저런 말을 했다’고 알려줄 수 있다.

사회자들이 토론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대선 토론 위원회가 금요일에 선정한 사회자 5명은 지난 대선 때처럼 토론 후의 편파적 논란에 휘말리길 결코 원하지 않는다.

전 CNN 앵커 캔디 크로울리는 2012년 대선 토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가 2012년 9월 11일의 벵가지 공격을 ‘테러 행위’로 볼 수 있는지 토론하는데 끼어들었다가 맹비난을 받았다. 오바마는 토론을 받아적은 것을 확인해 보라고 요구했고, 크로울리는 오바마가 9월 12일 사건을 이야기하며 분명히 ‘테러 행위’라는 단어를 썼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테러 행위’라고 말한 것을 벵가지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평론가들은 오바마가 벵가지에 대한 말이라고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백악관이 리비아의 사건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고 즉시 강하게 규탄하지 않았다는 롬니의 주장은 옳았으나, 3명이 열띤 토론을 나누는 가운데 묻혀 버렸다고도 했다.

월러스 외의 사회자들은 실시간 사실 확인 문제에 대해 아직 발언하지 않았다.

9월 27일에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열릴 첫 토론의 사회를 맡을 ‘NBC 나이틀리 뉴스’의 앵커 레스터 홀트는 월요일에 자리에 없어 언급을 할 수 없었다고 NBC 대변인은 말했다.

2012년에 부통령 후보 토론을 맡았고 10월 9일에 CNN의 앤더슨 쿠퍼와 함께 대선 타운 홀 토론 사회를 맡게 될 ABC 뉴스의 국제부 책임자 마사 라다츠는 대변인을 통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쿠퍼의 견해에 대한 언급을 물었으나 CNN 대변인은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10월 4일에 부통령 후보 토론 사회를 볼 CBS 뉴스의 디지털 앵커 일레인 퀴하노 역시 대변인을 통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 체커’ 컬럼을 쓰고 후보들의 발언(과 실언)들을 대부분의 언론인들보다 훨씬 더 밀착 취재해 온 글렌 케슬러는 월러스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케슬러는 사회자는 제한적인 역할을 맡고 후보들이 서로 사실 확인을 하는 걸 선호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발언에 대한 실시간 사실 확인보다는 후보들이 하는 말을 듣는데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사회자는 후보자의 말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말을 덧붙이는 것 외에는 그냥 빠져 있어야 한다. 사실 확인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미묘한 균형이다.” 케슬러가 이메일로 밝혔다.

케슬러는 사실 확인을 할 때 “사회자는 자기 말이 맞다는 전적인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하며, 2012년 대선 때의 크로울리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케슬러는 사회자는 질문의 프레임을 잡을 때 사실 확인을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월러스는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 때 케슬러의 컬럼의 정보를 사용해 그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사회자들은 사실 확인을 중요한 질문을 끄집어 내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씨, 당신은 클린턴이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당신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당신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쟁에 지지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는데요. 클린턴은 자신의 투표에 대해 사과하며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라크 전에 대한 당신의 입장에 대해 미국 대중들을 호도하려 한데 대해 사과하시겠습니까?’”

모든 당의 정치인들은 과장, 잘못된 진술, 심지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잘못된 주장을 하는 빈도와 양, 그게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에 퍼지는 속도를 보면 2016년 대선에서는 사실 확인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사실 확인 결과 클린턴도 비난을 받았지만, 트럼프에 비할 바는 아니다.

트럼프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목격했다는 거짓말도 했다. 한때(혹시 지금도?)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를 의심했던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음모론, 헛소리, 인종 공격성 통계 수치를 수백만에 달하는 소셜 미디어 팔로워들에게 퍼뜨렸다.

매체들은 트럼프의 끝없는 거짓말을 파악하려고 애를 써왔다. 3월에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일주일 동안 ‘60건 이상의 잘못된 묘사, 과장, 거짓 발언’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달에 허핑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CNN 타운 홀을 한 번 하는 동안 ‘부정확하거나, 호도하거나 굉장히 수상쩍은’ 주장을 71번 했음을 밝혔다.

뉴요커가 지난 주에 낸 사실 확인 기사에서 에디터 데이비드 렘닉은 ‘거짓말의 규모와 깊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고 썼다.

허핑턴포스트US의 Will Presidential Debate Moderators Really Not Challenge Li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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