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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스타트업 회사 테라노스는 창업자의 이 한마디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 김태성
  • 입력 2016.09.07 13:11
  • 수정 2016.09.08 11:44
FILE PHOTO --  Elizabeth Holmes, CEO of Theranos, attends a panel discussion during the Clinton Global Initiative's annual meeting in New York, September 29, 2015.  REUTERS/Brendan McDermid/File Photo
FILE PHOTO -- Elizabeth Holmes, CEO of Theranos, attends a panel discussion during the Clinton Global Initiative's annual meeting in New York, September 29, 2015. REUTERS/Brendan McDermid/File Photo ⓒBrendan McDermid / Reuters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10조 원 가치를 한때 웃돈 스타트업계의 신화같은 인물이다.

여성의 창업 성공사례가 매우 드문 실리콘밸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홈즈의 업적은 인기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 차기작의 소재가 될 정도로 대단했다.

테라노스가 자랑한 '기술'은 몇 방울의 혈액에서 엄청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에디슨'이라는 기계다. 미국의 1위 드러그 스토어 체인(8,200개 매장 - 일종의 종합 약국)인 Walgreen이 테라노스의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발표하자 그 명성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홈즈는 테라노스 "기술의 실체를 질문하는 의료인들은 물론 자기 회사의 최고 과학자의 의견까지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VanityFair는 보도했다.

화공학 전공이었던 홈즈는 만 19세 나이에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그 이후 바늘로 찔러 나올 정도의 혈액으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에 올인했다.

Fortune에 의하면 6백만 달러의 스타트업 자금 조성으로 시작한 그녀는 궁극적으로 7억 달러라는 거대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테라노스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창업자이자 회장, 또 CEO인 홈즈의 자산 가치도 함께 부풀었는데, 자그마치 45억 달러(약 5조 원)로 한때 추산됐다.

스티브 잡스와 거의 똑같은 옷차림(검정 터틀넥 스웨터)을 즐기던 홈즈는 잡스의 비밀스러운 면모도 따라 했다. 그녀는 투자자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투자를 받긴 받지만 투자자들에게 "테라노스 기술을 공개할 책임이 없으며 회사 운영의 궁극적 결정은 오로지 홈즈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구글 벤처스도 테라노스에 관심이 있었다. 비밀이라는 이유로 테라노스에서 기술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 구글 벤처스 담당자는 직접 월그린을 찾아 테라노스 기술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피 몇 방울 흘릴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주사기로 혈액을 뽑는 것이었다. 순간 테라노스의 주장과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게 명백해졌다.

결국 테라노스의 은폐된 실체는 폭로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홈스의 말실수가 카드로 쌓았던 테라노스라는 집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카리유 기자는 홈즈의 TheNewYorker 인터뷰를 우연히 읽다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에디슨이 어떻게 작동되냐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은 모호한 수준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다(아래는 직역).

"화학이 실행된다. 그 결과로 화학 반응이 생기고 그로 인해 화학적 상호반응과 샘플에서 신호가 발생한다. 그렇게 관찰된 신호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런 결과를 실험실 전문가들이 인증한다."

이런 엉터리 없는 설명을 수상하게 여긴 카리유는 소위 말하는 '혁신적인 혈액 진단법'의 실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몇 방울의 혈액 추출로 진단을 가능케한다는 회사의 대표 품목 '에디슨'의 실제 사용률이 회사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리유의 기사에 따르면 2014년에 총 205번의 혈액검사 중에 에디슨으로 시행된 검사는 신뢰도 결함때문에 15회에 그쳤다.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신뢰의 탑도 붕괴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물론 협력업체들도 도망갔다. 결정적으로 테라노스 신화에 엄청난 이바지를 한 월그린이 테라노스와의 관계를 끊었다.

테라노스에 대한 기사에서 홈즈를 '자수성가로 성공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자산가치 5조 원)'이라고 한때 칭송했던 Forbes의 편집진은 "Forbes는 오늘부터 홈즈의 자산가치를 제로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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