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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이 금지된 22만 인분의 기름치가 '메로구이'로 둔갑해 팔렸다

  • 박세회
  • 입력 2016.09.07 07:50
  • 수정 2016.09.07 08:09

전국의 일부 음식점이 왁스와 세제 원료인 심해어 기름치(Oil Fish)를 고급 메뉴인 메로구이로 속여 판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치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2012년 6월 1일부터 국내 식용 유통이 금지된 어종이다.

기름치는 해외에서도 '환상적인 맛을 가진 독'으로 표현된다.

해외 정치 매체 마더 존스 등은 기름치('snake mackerels' 또는 'escolars')는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지만 소화가 되지 않아 배변실금 등을 유발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기름치를 속여 판 정모(52)씨를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음식점 대표 김모(59)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8천800만원 상당의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을 구이용으로 가공해 국내 7개 도·소매업체와 12개 음식점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 번에 한 사람이 섭취하는 메로구이가 약 100g인 점으로 보아 이 기간에 유통된 기름치는 약 22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메로구이용 재료로 둔갑한 기름치 뱃살.

기름치와 메로는 전문가가 아니면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기름치의 살코기가 메로보다 약간 퍽퍽하고 지방에서 껄끄러운 식감이 나긴 하지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다.

가장 쉬운 구분 방법은 판매 가격이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천 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 원에 가깝다.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 일식집에서 '반찬'처럼 주거나 무한 리필이 된다면 기름치일 가능성이 높다.

맛이 비슷하면 먹어도 되나 싶겠지만, 우리 몸이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름치는 농어목 갈치꼬리과(Gempylidae)에 속하는 심해 어종으로 뱃살 등에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기름성분(왁스 에스테르·wax ester)이 많다.

기름치의 지방 함량은 18∼21%이고, 그 지방 성분의 90% 이상이 왁스 에스테르다.

이 성분은 인체의 장에 남아 있다가 섭취 후 30분∼36시간 안에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 복통이나 설사, 불쾌감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어지러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도 유발한다.

기름치의 기름성분은 세제와 왁스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정씨가 유통한 메로가 기름치라고 확인했다.

경찰이 적발한 도·소매 업체와 음식점의 지역은 부산,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적이다.

일본은 이미 1970년부터 기름치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 FDA는 캘리포니아에서 8건의 식중독 사례가 발생하자 2001년에 수입과 판매금지를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연류된 것으로 보아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 음식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기름치 살코기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 작업 후 폐기하게 돼 있는 부산물을 국내 판매용으로 가공했다.

정씨는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을 받을 때는 지인 명의의 계좌를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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