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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칼레 주민들이 '우리도 힘들다'며 난민캠프 철거 시위에 나섰다

  • 허완
  • 입력 2016.09.07 06:05
People block the highway leading to Calais and the Channel tunnel in Calais, northern France, Monday, Sept. 5, 2016. Hundreds of truckers in big rigs, farmers in tractors and dockers and merchants on foot blocked a major highway in northern France on Monday to demand the closure of the Calais migrant camp known as the
People block the highway leading to Calais and the Channel tunnel in Calais, northern France, Monday, Sept. 5, 2016. Hundreds of truckers in big rigs, farmers in tractors and dockers and merchants on foot blocked a major highway in northern France on Monday to demand the closure of the Calais migrant camp known as the ⓒASSOCIATED PRESS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 절망 속에 사는 난민들의 삶이 인도주의적인 문제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큰 위험과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도 힘들다.’ 5일 프랑스 칼레의 ‘채널 터널’(해저터널) 입구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농부 장피에르 클리페의 말은 칼레 지역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정글’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칼레 난민 캠프의 철거를 촉구하며 트럭 운전사, 농부, 지역주민 5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5일 전했다. ‘우리의 항구, 우리의 도시는 아름답다’는 팻말을 든 시위대는 트럭 40여대와 트랙터 150여대를 동원해 채널 터널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채널 터널 입구와 칼레 여객선 터미널을 점거한 뒤, 이곳에서 3㎞가량 떨어진 칼레 난민 캠프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

* 슬라이드쇼 하단에 기사 계속됩니다.

지난 2일은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 싸늘한 주검으로 떠밀려온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세계는 충격과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고, 유럽연합(EU)은 독일 주도로 시리아 난민 분산수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다수 나라에서 난민 거부 정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105만명, 올 들어 25만명의 난민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넜지만, 난민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화물 운전사들은 캠프 난민들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칼레 캠프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 인근에 위치해 있어 캠프 옆을 지나가는 화물 트럭들이 많은데, 일부 난민들 가운데 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트럭을 훔치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사들은 이들이 톱이나 볼트 같은 금속물체를 차에 던지고, 트럭 위로 올라타 운전자를 위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40년간 이곳을 오가며 트럭 운전을 했다는 조제프 드뤼앙은 “영국행이 절박한 난민들이 트럭 운전사에게 한 사람당 5천유로를 제안하며 밀입국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했다.

화물 운전자들뿐 아니라 난민들이 인근 농작물을 약탈해 수확량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칼레의 농민들, 치안이 악화됐다는 일반 주민들도 시위에 합류했다.

전체 1.5㎢ 규모의 칼레 캠프에 모여 있는 난민들은 30개국 출신, 약 7천~1만명에 이른다. 영국은 채널 터널을 통해 밀입국하려는 난민 행렬을 거부하고 있으며, 칼레 인근 터널이나 항구에 경비 비용을 지원하며 프랑스를 압박하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미 지난달 30일 칼레 캠프 철거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칼레 캠프에서 난민을 돕는 활동가들은 운전자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라 난민 속에 섞여 있는 인신매매자들이 대다수이며, 캠프 철거는 난민의 생활 조건만 악화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이미 지난 3월 칼레 캠프의 절반이 철거되면서 난민들은 식수대나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내고 있다.

칼레의 ‘정글 캠프’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유럽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1분기 독일은 전체 난민 신청자 중 60%에게 입국을 허가했으나,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6%, 4%에 불과했다. 난민 캠프 봉사단체인 ‘케어 포 칼레’는 성명에서 “캠프 철거는 난민의 거주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난민 허용 등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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