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만약 혁명이 내 일이 된다면?

이 물음은 밀리언셀러 비디오 게임 GTA 시리즈의 시네마 디렉터였던 콘사리에게 정말 중요했습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린 록스타 게임즈를 그만두고, 온전히 이 질문에 집중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따로 차릴 정도로 말이죠. 2011년부터 5년을 준비한 끝에 콘사리는 1979년 이란 혁명을 소재로 한 근사한 게임을 만들어 냅니다. 바로 2016년 4월 출시된 3D 게임 '1979년 혁명: 검은 금요일'(1979 Revolution: Balck Friday)입니다.

  • 와글(WAGL)
  • 입력 2016.09.06 13:57
  • 수정 2017.09.07 14:12

당신은 지금 1980년 5월 금남로에 있습니다. 당신의 자전거에 갑자기 누군가 올라탑니다. 같이 좀 가자고요. 그 순간 반대편에서 총을 든 군인이 다가옵니다. 당신의 뒷자리에 탄 소년을 총부리로 가리키며 묻습니다.

"너희 둘 무슨 사이야?"

정민경의 시 '그날'이 그린 5월 광주의 거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처럼 절체절명의 역사적 사건 앞에 개인의 선택은 과연 가능할까요?

주인공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한 액션 게임으로 유명한 GTA의 최신작은, 전세계에서 약 3조 4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Wikimedia

이 물음은 밀리언셀러 비디오 게임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의 시네마 디렉터였던 콘사리(Navid Khonsari)에게 정말 중요했습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린 록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를 그만두고, 온전히 이 질문에 집중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따로 차릴 정도로 말이죠. 2011년부터 5년을 준비한 끝에 콘사리는 1979년 이란 혁명을 소재로 한 근사한 게임을 만들어 냅니다. 바로 2016년 4월 출시된 3D 게임 '1979년 혁명: 검은 금요일'(1979 Revolution: Balck Friday, 이하 '혁명 1979')입니다.

1978년 독재왕조에 항거해 광장에 모인 이란 시민들에게 군대가 총격을 가했다. 이 '검은 금요일(Black Friday)' 사건은 이란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 Wikimedia

'혁명 1979'는 독재 왕정을 폐지하고 이슬람식 근대화의 기초를 일궈낸 1979년 이란 혁명을 배경으로 합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이란으로 갓 돌아온 청년 사진작가 레자(Reza)입니다. 이 게임은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 되었던 1978년 9월 8일 검은 금요일(Black Friday) 전후의 사건들을 레자와 그의 친구, 가족들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의 개인적인 삶을 통해 재조망하며 진행됩니다. 처음에 레자는 중립적인 태도로 반정부 시위를 관찰하다가 점점 시위의 중심으로 얽혀 들어가게 됩니다.

게임 조작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특정한 상황이 주어지면 주인공 레자를 통해서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죠.

시위대에 합류한 게이머는 주인공이 돌을 던질지 아닐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주변 인물의 대응도 달라진다. / iNK Stories

설명만 가지고 보면 이 게임은 심심해 보입니다. 그러나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 따르면 '혁명 1979'는 평론가들로부터 8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실제로 게임을 다운로드한 게이머들에게도 후한 평가('매우 좋음very positive')를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게임의 어떤 점이 게이머부터 까다로운 평론가들까지 '혁명 1979'에 빠져들게 만든 것일까요?

여러분은 선택을 피할 수 없습니다

레자는 게임의 시작부터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혁명 분자를 색출하려는 고문관에게 협조할 것인지 끝까지 버틸 것인지, 왕조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독려하는 연설에 호응할지 멀찌감치서 지켜만 볼지, 시위대를 진압하는 군인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지 끝까지 비폭력을 견지할 것인지 말입니다.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게임 전개 방향이 달라집니다. 게이머는 게임 안에서의 역사적 사건을 전개하는 전적인 책임을 부여받습니다.

돌발상황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을 심문하는 고문관은 '에빈의 도살자'라는 별명의 실존인물 아사돌라 라제바디를 모델로 했다. / iNK Stories

단순 선택만 하는 것이라면 이 게임은 3D 그래픽으로 만든 그럴싸한 다큐멘터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혁명 1979'의 흥미로운 지점은 선택의 결과가 반드시 논리적인 결과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취조실에서 고문관에게 협조를 계속 거부하다 보면 주인공의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망을 보다가 총에 맞아 죽는 일도 일어납니다. 돌발상황은 긴장과 몰입을 높여주면서 게임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의 사진은 진짜입니다

게임 주인공이 찍은 사진의 모델이 된 실제 사진. 사진들은 이란 혁명에 대한 역사적 맥락과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 iNK Stories

사진작가인 레자는 게임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이 사진들은 사실 실제 혁명 기간 동안 '평범한 시민의 손에 의해' 찍힌 것들이기도 합니다. 바로 '혁명 1979'를 만들기 위해 콘사리가 인터뷰한 약 40여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기증한 것이지요. 그중에는 게임을 만든 콘사리의 할아버지가 직접 찍은 비디오테이프도 있습니다.

이 기록들은 서구 미디어에 의해 보도되었거나 이란 정부의 선전도구로 쓰이는 공식 사진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개인적인 것들입니다. 콘사리가 혁명을 누구의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것인지가 잘 드러나는 설정이지요.

모두를 위한 하나의 이야기를 거부합니다

"이란 혁명은 국적, 종교, 사회적 계층에 따른 극명한 입장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 iNK Stories

이 게임은 거대한, 설득력 있는 하나의 해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인 콘사리와 그와 접촉하는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경제적 배경의 시민들의 대화를 통해 이란 혁명은 구체적인 개인들의 이야기로 재구성됩니다.

혁명 내부의 '차이'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혁명은 근사하기만 하거나 절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그 모든 감정과 맥락들을 '혁명 1979'는 담담히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혁명 1979'의 개발자 콘사리는 게임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조차 개인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아주 조금이라도 주어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오늘날의 사회라고요.

콘사리는 게임을 통해 혁명의 거리에 서 있었던 시민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상점 주인과 그들의 가족, 심지어 발포명령을 내린 바로 '그 사람'에게도 바로 그 메시지를 동일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만약 혁명이 내 일이 된다면, 혁명이 내일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자전거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와글 주간 뉴스레터 구독 신청하기

>>와글 지난 뉴스레터 구경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나비드 콘사리 #이란 #1979 #테크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