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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여의도 저승사자'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사건 내막 5가지

  • 원성윤
  • 입력 2016.09.06 12:07
  • 수정 2016.09.06 12:15
ⓒ연합뉴스

스폰서 의혹이 불거진 김 부장검사는 잘나가는 검사였다. 연수원 동기 가운데 가장 출세가 빨랐다. 6선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이기도 했다. 거물 정치인 앞에서도 거침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은닉재산 환수팀의 팀장을 맡아 2000억원 이상을 추징해 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여의도 저승사자로도 불렸다.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맡아 200여명이 넘는 증권사범들을 구속시켰다. 그런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다. 당사자인 김 검사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드러난 정황은 간단하지 않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 '126억' 사건을 계기로 해임된 뒤 검찰이 개혁추진단을 만들어 8월31일, 1차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고 국민에게 사과한 지 5일 만의 일이다.

1. 김 부장검사는 1500만원을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현선)는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리고 거래처를 상대로 50억원대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김 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스폰검사가 있다"고 폭로했고, 김씨와 김 부장검사 간의 수상한 돈거래가 포착됐다.

김씨는 김 부장검사가 자신으로부터 500만원(2월, 술집종업원), 1000만원(3월, 박 모 변호사의 아내) 등 총15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요청으로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1500만원은 술값과 부친 병원비 변제를 위해 빌린 돈인데 모두 갚았고, 관련 자료를 대검에 제출했다”면서 “오히려 김씨가 내 이름을 팔고 다녔고, 업무상 식사 외에 사건 무마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부장검사의 이야기는 2가지로 반박된다. 일단 김 씨는 1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김 씨는 김 부장검사와 1500만원이 오간 것에 대해 “김 부장검사의 내연녀에게 준 돈이기 때문에 그 명목으로 돌려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김 부장검사는 김 씨의 사기사건에 자신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수사팀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명이 어그러진 셈이다.

2. 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씨의 수사팀과 점심 식사를 가졌다

김 부장검사는 수사가 진행중인 지난 6월 김 부장검사는 김씨 사건 담당 검사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 박 모 검사 등을 접촉했다. 식사를 하며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는 "김 부장검사가 인천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박 검사를 포함해 몇몇 검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며 "이후 박 검사와 그의 상관인 부장검사를 접촉해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서부지검은 수사를 맡은 박아무개 검사가 ‘귀찮아할 정도’로 김 부장검사가 전화를 했다고 표현했다. 김 부장검사는 식사를 한 뒤 6월 중순 직접 검사실로 찾아가 박 검사를 만나 ‘이 사건에 내 문제가 달려 있으니까 내가 사건에 나오지 않게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한겨레, 9월6일)

3. 두 사람은 주기적으로 만나 접대부가 있는 고급술집에 갔다. 물론 돈은 김씨가 냈다

두 사람이 자주 만난 정황은 SNS를 통해서 나타난다. 한겨레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2월1일 오후

김 부장검사 : 오늘 저녁 ○○○ 갈 거야? 오늘 아님 난 설 전에 목요일 좋아~^^

김씨 : 난 8시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

2월2일

김 부장검사 : 친구 어제 잘 들어갔지?

3월3일

김 부장검사 : 이따 저녁에 다시 뭉치자. 8시까지 ○○○ 갈게. 여의도 증권거래소 60주년 행사 잠시 참석하고 바로 갈 거야

김씨 : 나는 9시까지 갈게

김씨는 한겨레에 “한 달에 최소 두세 번은 김 부장검사를 만나 술을 샀다”며 “술자리가 끝날 때면 대개 100만~200만원씩 용돈을 줬다”고 말했다.

술집에 가기 전 김씨가 동석할 여성 접대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김 부장검사가 선택하기도 했다. 김 씨 주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고급 가라오케에 갔고, 술과 접대비 등 100만원 이상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는 “오랜 친구끼리 ○○○ 술집에 두세 차례 간 게 전부다. 여성 접대부 사진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한겨레를 통해 말했다.

4. 사건을 은폐하려는 문자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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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검사는 술 마시고 하던 두 사람 사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건 수사가 시작된 3월말 이후 김 씨에게 문자를 보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친구 다시 한번. ㅁㅁㅁ 물어보면 싱글몰트바이고 여자애들 한둘 로테이션해서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라"

"내가 감찰 대상이 되면 언론에 나고 나도 죽고 바로 세상에서 제일 원칙대로 너도 수사받고 죽어"

7월에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메모 등을 점검해 조치하라고 하거나, “억울하게 나 당하고 너도 몹쓸 지경 당하지 않도록” 휴대폰도 한번 더 바꾸라고도 조언했다. (한겨레, 9월6일)

5. 서울서부지검은 초기엔 대검찰청에 비위사실을 첩보로 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사업가 김모씨(남색 상의)가 5일 오후 검찰에 체포돼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검사와 스폰서는 한국사회의 해묵은 비리이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첩보로 5월18일, 대검찰청에 사건을 보고했다. 한겨레는 "서부지검이 사건 경과와 함께 고소인이 증거자료로 제출했던 1500만원 돈이 입금된 계좌가 적시된 전자우편을 첨부했지만, 이후 수사가 본격 시작되고, 김 부장검사가 6월 본인이 드러나지 않게 사건을 잘 마무리해달라는 취지로 수사 검사와 식사 자리를 가지고, 청탁을 하는데도 서부지검은 대검찰청에 추가보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5월18일 이후 서부지검은 김 부장검사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8월31일, 김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까지는 3개월 이상 김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후 대검찰청은 9월2일, 김 부장검사에 대해 비위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그리고 9월5일, 스폰서 김씨는 강원도 원주의 한 찜질방에서 검찰에 체포되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TV조선에 따르면 그는 도주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구속되면 언론에 자료를 공개할 수 없어서 자료를 기자들에게 넘기고 기사화되는 것을 보고 나서 자수하려 했다"

법조계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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