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이 참패한 데 대해 공동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난민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방어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5일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물론, 난민정책과 관계가 있는 만큼 내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지난 기간 난민 위기에 대응해 자신이 내린 정책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 결과가 매우 불만족스럽다"며 "나를 포함한 모두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전했다.
그는 "근본적인 결정들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난민들에게 독일 국경을 개방했던 정책의 기본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거듭 옹호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신뢰를 되찾으려면 해야만 할 일이 있다"며 "거주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일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 문제가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5년 집권한 이래 10년간 '나를 믿으라'는 모토 아래 선거마다 승리를 거둬온 메르켈 총리가 전날 주의회 선거 참패로 유권자들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을 맞았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전날 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당은 반유로·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에 2당 자리를 내주고 3당으로 밀렸다.
이에 따라 지금의 주 연립정부 집권다수인 사민당은 기존 소수당 파트너인 기민당이나 좌파당과의 차기 연정 조합을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로 메르켈 총리는 유권자 마음을 획기적으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지 않으면 정치생명을 크게 위협받을 처지에 몰렸다.
메르켈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할지 결정을 유보한 상태에서 출마 또는 포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카를 루돌프 코르테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 교수는 분석했다.
난민 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인 작년 초 75%에 달할 만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현재 44%가량으로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