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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남편의 우울증을 사진으로 기록했다(화보)

안개 덮인 하늘과 잔잔한 물을 풍경으로 한 로드아일랜드주의 블록 섬은 사진작가 모린 드레넌이 자기의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그녀는 허프포스트에 당시를 "매우 고독한 시간이었다"고 이메일로 설명했다. "바람에 쓸린 블록 섬은 아름다웠으나 쓸쓸했다."

어른이 된 브레넌은 카메라를 들고 어린 시절 블록 섬을 다시 찾았다.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고독의 자화상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인데, 남편 폴이 아주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정신상태를 헤아리느라 모린도 덩달아 헤멨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사진 촬영이 일종의 치료법이 됐다. 모린은 "어려운 시기였지만 사진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 자체가 치유였다. 말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사진이 대신 채워줬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 결과물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작품이다. 파블로 네루다 시의 한 줄을 따서 지은 제목이다. 작품 주제의 반은 폴이고 나머지 반은 드레넌의 내면세계를 대표하는 블록 섬의 풍경이다.

드레넌의 이전 작품들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그녀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접근하여 그들의 신뢰를 얻고 외부인에서 내부자로 변하여 작업했다. 그래도 "이전 프로젝트들과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다. 남편과 우리의 관계가 주제였으므로 매우 개인적인 작품일수 밖에 없었다. 폴과 관련하여 난 외부인 같은 내부자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작 단계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폴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그런 그이가 카메라 때문에 더 격리되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자 오히려 편해졌다. 함께 공유하는 작업이 됐기 때문이다." 폴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자기의 기분과 행동 그리고 심리를 이해하려는 아내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레넌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겐 타인의 속마음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Romanesque Arches(로마의 아치)'라는 훌륭한 시가 있는데, '우리 안에 존재하는 끝없는 천장'을 아름답게 형용했다. 정확한 시절은 '당신 속엔 끝없이 열리는 천장이 있다. 당신은 절대 완전함을 느낄 수 없으며 그렇게 못 느끼는 게 이치에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브레넌이 겪은 불확실과 혼란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얘기다. 모린과 폴 사이는 이제 많이 좁혀졌다. 그리고 함께 지나온 역경으로 서로에 대한 깊은 용서와 이해, 또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사진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브레넌은 말한다.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사진을 통해 내 삶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 관계의 주체이자 외부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계의 연약함과 친밀함으로 고통만 파생되는 게 아니라 보람도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인간이므로 취약하고 그런 취약함이 우리를 아름답게 한다."

 

허핑턴포스트US의 'Photographer Chronicles Her Husband’s Depression Through Intimate Portrait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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