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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딸을 가진 백인 TV 앵커가 자신이 저지른 인종차별을 솔직하게 고백하다

  • 김태성
  • 입력 2016.09.05 12:40
  • 수정 2016.09.05 13:23

프랭크 서머빌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 옆) 지역 방송인 KTVU의 백인 앵커다.

사진에 프랭크와 함께 있는 소녀는 그의 10살짜리 딸 캘리다.

프랭크는 "흑인 딸을 가진 자신이, 진보의 성지라고 여기는 버클리에서 자란 자신"이 지나가는 흑인 남자를 아무 근거 없이, 그 사람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적인 편견을 가졌다는 사실을 자책하는 고백의 글을 공유했다.

아래는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라이크'를 받으며 공유되고 있는 그가 올린 글을 번역한 것이다.

고백할 게 있다.

다인종 가족의 일원으로서 특히 창피한 일인데, 아직도 내 속에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서 그렇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저녁 8시쯤, 버스 정거장에 앉아 있는 어느 백인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스트리트(street)' 차림 비슷한 옷을 입은 흑인 남자가 그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스트리트' 차림 비슷이라고 적은 이유는 깡패 복장보다는 스트리트 캐주얼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당시 길 반대편에 서 있었는데, 불현듯 다음과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자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저 남자를 계속 감시해야지."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생겼다. 걷고 있는 남자를 어느 꼬마가 쫓아오는 거였다. 그리고 그 꼬마는 자기 아빠의 손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그 남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들과 길을 걷는 평범한 아빠일 뿐이었다. 즉, 그는 '괜찮은' 사람이므로 걱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 남자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위험인물로 정의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솔직히 말하면 그의 피부 색깔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내내,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버클리에서 자랐다. 난 흑인 딸의 아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그 X같은 편견이 있다. 도대체 무슨 X같은 문제가 나한테 있는 걸까?"

사실 얼마 전에 딸 캘리에게 사람들의 편견에 관해 설명한 바 있었다. '백인' 언니(시드니 서머빌)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런데 인종차별의 문제를 지적하던 바로 내가 그런 짓을 했다.

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일로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도 자기의 편견에 대한 성찰이 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 편견이 있다. 그리고 그런 편견을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신 안에 그런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거다.

이 입양 아빠의 글에 대한 댓글도 다양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의 "스트리트 차림을 한 백인이 그 여인에게 다가가는 걸 보고 당신은 걱정 안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프랭크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걱정 안 했을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또 한 사용자는 "진짜 남자는 자기의 약점을 인정하는 반면 겁쟁이는 그런 약점을 숨기고 피하려 한다. 사회에 이런 문제가 지속하는 이유다. 그러나 프랭크, 당신은 진짜 남자다. 솔직한 당신의 글에 감사한다."

프랭크와 비슷한 경우를 겪은 여인도 있다. "내 동생은 흑인이고 난 백인이다. 우리가 함께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동생이 내게 무슨 '해꼬지'라도 할 걸 걱정하는 눈치로 우리 쪽을 다시 본다. 동생이 무슨 옷을 입었든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또 동생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알기때문에 난 절대 편견을 갖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프랭크 서머빌은 아내 도나와 딸 시드니, 그리고 캘리와 함께 오늘도 화목한 하루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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