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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폭력을 행사하고, 만취해 흉기 난동 부리는 前 남편을 살해하면 '정당방위'일까, 아닐까?

ⓒMark Wineman

만취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 미끄러져 쓰러진 전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여성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4·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집에서 만취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전 남편 문모(59)씨가 바닥에 엎질러진 술을 밟고 미끄러져 쓰러진 채 정신을 못 차리자 절구공이로 문씨의 얼굴을 수회 내려치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는 조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하고, 이를 말리는 자녀들에게 "고아가 될 준비나 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씨와 문씨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지만 교도소에서 갓 출소해 지낼 곳이 없던 문씨가 조씨와 자녀들을 찾아와 함께 지내던 중이었다.

조씨는 문씨의 반복되는 폭력과 살해 협박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하거나, 전 남편으로부터 오랫동안(약 20년) 가정폭력을 당해 우울증을 앓아 처벌 시 참작 사유인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은 "문씨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생명·신체 등에 대한) 침해 행위는 일단락돼 적어도 그 단계에서는 정당방위의 요건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당방위 성립을 부정했다.

이어 "살인만이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타당(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심신미약 주장도 "조씨가 범행 전후 상황을 비교적 명료하게 기억하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조씨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조씨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중증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심신미약이 인정됐지만, 형량은 1심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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