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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3가지 이유

“문학은 써먹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한다면 도대체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책 ‘한국 문학의 위상’, 김현 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책 ‘문학이란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 저)

의학은 신체의 질병을 낫게 한다. 법학은 사회의 기본 질서를 구축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공학은인간을 고된 노동으로부터 상당부분 해방시켜주었다. 천문학은 저 우주 먼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데 문학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쓰는 시와 소설은 도대체 무엇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일까? 질병을 치료할 수도, 사회 질서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도, 기계를 발명할 수도, 외계 문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없는 ‘문학’을 우리는 대체 왜 읽고 쓰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해 준 저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려 한다. 동의 여부는 자유다. 그렇지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히 된다. ‘문학’에 대한 답을 만나보자.

1.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용하다.

“문학은 동시에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이다. 삶 자체의 조건에 쫓기는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유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꿈꿀 수 있다…인간의 몽상은 인간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억압된 삶인가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문학은 인간의 실현될 수 없는 꿈과 현실과의 거리를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드러낸다. 그 거리야 말로 사실은 인간이 어떻게 억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이다…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 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책 ‘한국 문학의 위상’, 김현 저)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고, 따라서 실제 현실에서의 삶이 인간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김현은 보았다. 배고픈 거지에게 빵을 줄 수는 없지만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통찰이 돋보인다.

2. 문학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시란 말을 엮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시 쓰는 사람은 자기가 누구이며 자기 삶이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 알게 된다.” (책 ‘고백의 형식들’, 이성복 저)

누구나 자신의 말을 가지고 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말들을 되돌아 봐야 하고, 그 말들을 다시 엮어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 쓰는 사람은 미처 몰랐던 자신과 자신의 삶을 알게 된다고 이성복은 말하고 있다.

3. 문학은 사람을 움직인다.

“생각하면 이것이 시의 힘이다.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승산 유무로 따지자면 소수자는 언제나 패한다. 효율성이니 유효성이라는 것으로는 자본에 진다. 기술이 없는 인간은 기술이 있는 인간에게 진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원리로서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럴 수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것이 시의 작용이다.” (책 ‘시의 힘’, 서경식 저)

문학은 다수의 의견, 자본의 효율성, 기술의 우수성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세상이 변화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쓸모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고,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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