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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이주 여성들이 직접 전한 '한국에서 애 안 낳는 이유'

ⓒgettyimagesbank

한국이 '저출산' 국가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냥 '저출산'이 아니라 '초저출산'이다.

미 CIA가 발간하는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224개 나라 가운데 '합계출산율' 220위(1.25명)다.

한국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홍콩(1.17명), 타이완(1.11명), 마카오(0.93명), 싱가포르(0.80명) 등 4곳뿐인데 타이완을 제외하면 도시국가라 사실상 한국의 출산율은 그냥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SBS는 지적한다.

* 합계출산율이란?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 (출처: 두산백과)

그리고, 이 같은 '저출산'은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거주하는 '혼인이주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서울신문이 한양대 대학원 유정균(36) SSK 다문화사업단 연구원의 박사 논문 '혼인이주여성의 출산력'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혼인 이주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1.74명 (2010년) → 1.69명 (2012년) → 1.37명 (2014년)

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의 여성들도 한국에 정착하면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

왜 그럴까?

서울신문에 따르면, 혼인 이주 여성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요약하면, '애 키울 환경'이 못 된다는 것이다.

우메키 가오리(35, 일본)

"일본이었다면 둘째를 낳았겠죠. 하지만 교육비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초등학생 대부분이 방과 후에 학원을 가지 않는데, 한국 아이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니까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나와차델게르 알기르마(35, 몽골)

"몽골에선 가족이 한데 모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데, 한국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3살까지 부모가 전적으로 길러야 해 맞벌이를 하기 너무 힘들다. 아이가 아프면 몽골에서는 가정 음식으로 치료를 하는데, 한국은 무조건 병원에 가서 의료비 부담도 꽤 크다."

와타나베 사치코(57, 일본)

"일본은 아이가 12살이 될 때까지 지원금을 주고, 매일 3~4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양육비도 벌 수 있는데 한국은 다르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양육기관의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맞벌이 부부는 스트레스가 크다."

SBS 역시 출산/양육의 책임을 '개인' 혹은 '가족'만의 몫으로 돌리는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초저출산'은 사실 국가비상사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실제로 프랑스는 1989년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지속적으로 출산장려책을 펴 출산율을 2명 선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10년 동안 80조원을 저출산대책에 쏟아부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출산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개인에게는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고 비난까지도 감당하라고 한다. '초저출산'이 15년째 지속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SBS 취재파일 2015년 10월 6일)

한편, 세계적인 통계학자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원의 한스 로슬링 교수는 지난해 방한해 '저출산' 타개책 중 하나로 '성 평등', 즉 '페미니즘'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의 여성과 달리 지금 여성들은 일도 잘해야 하고 가정일도 잘해야 한다. 이런 부담을 지워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스웨덴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양성평등과 관련된 변화에서 출산율이 반전됐다.

(중략)

내가 말하는 양성평등은 남편이 아내와 일을 나누는 수준 이상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역할의 파괴다."(경향신문 2015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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