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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민정책을 누그러뜨리기는 커녕 더 사악한 걸 들고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6.09.01 12:22
  • 수정 2016.09.01 12:27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speaks at a campaign rally in Phoenix, Arizona, U.S., August 31, 2016.   REUTERS/Carlo Allegri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speaks at a campaign rally in Phoenix, Arizona, U.S., August 31, 2016. REUTERS/Carlo Allegri ⓒCarlo Allegri / Reuters

(최근 많은 사람들이 오해했던 것 같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민 정책에 있어 보다 유연하고 온화해진 도널드 트럼프 같은 건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31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보장할 수도 있다는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가는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누구든 단속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피닉스에서 열린, 주요 정책 연설이라고 묘사한 이날 연설에서 "누구든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은 추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바로 법과 국가가 있는 이유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국가는 있을 필요가 없다." 트럼프의 말이다.

선거운동에서 이민정책을 가장 핵심에 놓았던 트럼프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110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들과 그들 중에서도 특히 범죄 기록 또는 보안 상 위협이 없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2주 동안 트럼프의 연설은 이 문제에 있어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화요일에 말했던 것처럼 강제추방을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이틀 전에 말한 것처럼 "강화"할 것인지?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연설로 자신의 정책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는 "진실은, 1100만명이든 몇 명이든 불법 이민자들의 어려움은 핵심적인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들이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미국에서 합법적 지위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사면" 같은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에 따르면, 그건 불법 이민자와 난민, 합법 이민자들이 다른 그 무엇보다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말했고, 자주 이 말을 반복했으며, 이날 연설에서도 핵심 테마로 삼았다. 이날 연설이 끝날 때는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된 희생자의 가족을 청중에게 소개했다.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들이 난민들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민자들이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미국 노동자들 (특히 흑인과 라티노)들이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민정책 논쟁에는 오직 단 하나의 핵심 이슈가 있을 뿐이며, 그건 바로 미국인들의 행복"이라고 트럼프는 말했다.

트럼프의 연설은 그가 강제 추방되지 않고 미국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는 그저 단속에 대해 말하는 걸 선호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모든 불법 이민자들이 "강제 국외추방 "으로 미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불법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것이 과연 인도적이고 바람직한 방침인지에 대해서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트럼프 선대위의 한 보좌관은 -단속요원이 집집마다 찾아다니거나 급습을 통해 그들을 검거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레토릭을 듣고 사람들이 떠올렸을지 모르는 "대량 추방"은 언론들이 지어낸 것일 뿐, 애초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일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가 이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고는 언론들이 그 공백을 채워가며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하는대로 해석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강제추방에 대한 혼란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몇 년 내 모든 단속체계와 추방 목표가 마련되고, '(미국-멕시코 국경 사이의) 거대한 장벽을 짓는 것을 포함해 불법 이민을 완전히 종식시킨 다음"에서야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 오직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남아있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적절한 배치 계획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연설 다른 부분에 따르면, 그건 오직 그들을 미국에서 쫓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다음에나 있을 일이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현행 법에 따라 불법 이민자로 간주되는 이들에 대한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훨씬 방대하고 공격적으로 법을 적용하겠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범죄자와 국가안보 위협 인물을 추방하겠다고 약속함과 동시에 범죄 기록이 없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이 감소하게 만든 오바마의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민세관국과 함께 "강제추방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범죄자들을 수색해 추방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또 그는 연방 재정을 동원해 이민국에 온전히 협조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피난 도시"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된 모든 불법 이민자는 유죄인지와는 무관하게 추방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합법적으로 미국 입국자와 출국자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들이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트럼프는 말했다.

트럼프는 이민세관국 요원을 세 배 늘리고 국경 경비대 요원을 5000명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그들이 추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도 했다. 그는 국경에서 체포된 모든 사람은 무조건 구금될 것이며, 송환을 거부하는 국가들에게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에 대한 약속은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테크놀로지에 힘입은, 그리고 멕시코가 돈을 댈 "뚫고 들어갈 수 없고, 물리적인, 높고, 강력하고, 아름다운 남부 국경 장벽"을 세우겠다는 것.

그는 멕시코시티를 전격 방문해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장벽에 대해 말했다. 그는 회담 이후 니에토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장벽 건설 비용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가 돈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연설에서 "멕시코가 장벽 비용을 낼 것"이라고말했다. "100퍼센트다.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장벽 건설 비용을 낼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볼 때 성공하고 번영하며 우리를 사랑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의 국민들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것.

그는 이어 "엄격한 검증"과 특정 국가 국민들에 대한 입국금지를 약속했다. 한 때 약속했던 무슬림 입국 금지는 아니지만, 이건 무슬림을 오지 못하도록 할 목적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 트럼프의 말이다.

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는 꾸준히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고, 그는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이며, 겉잡을 수 없는 제노포비아, 인종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인 데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전 세계 16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Donald Trump Just Cranked Up The Volume On Immigrat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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