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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문 기자가 말하는 '사기꾼과 전문가의 차이'

  • 박세회
  • 입력 2016.09.01 10:25
  • 수정 2016.09.01 12:05

오늘 비즈니스인사이더의 과학 전문리포터 라피 레츠터가 전문가와 사기꾼을 구별하는 법에 대해 칼럼을 썼다.

마담 투소에 전시된 아인슈타인의 밀랍 인형.

그는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사기꾼들은 반대로 모든 것을 알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레츠터는 비즈니스인사이더의 과학, 특히 뇌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전문화된 리포터로 수많은 과학 관련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는 "과학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면 많은 전문가와 만나게 된다"며 "전문가들은 지식의 정점에 서서 수평선을 가리키며 '저 너머에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게 잔뜩이다'라고 말한다"고 썼다.

특히 그는 전문가들이 유보적인 어법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법의학자가 범인을 지목하며) "제가 아는 모든 지식은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사기꾼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사람이 100% 범인입니다."

이처럼 '어떤 것에도 확언하지 않는 것'은 많이 아는 사람의 특징이다.

얼마 전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의 천문학자 세스 쇼스탁은 지난 1년간 러시아 전파망원경이 탐지한 외계행성으로부터의 한 신호를 분석한 후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의 라디오 전파를 한 지점(95광년이나 떨어진 지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보내려면 10의 20승 와트에 달하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중략) 그 에너지의 총합은 태양에서 지구에 쏟아지는 에너지의 수백 배에 달합니다."_뉴사언티스트(8월 30일)

그는 외계 운명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확언'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방해 신호를 내보내는 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인류'죠. (중략)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8월 30일)

러시아 과학자들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면밀하게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언하고 싶은 거대한 욕망이 있음에도 세스 쇼스탁 정도의 전문가들은 항상 이렇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다.

한편 레츠터에 따르면 사기꾼들은 다르다. 그는 "특히 기상학자들로부터 '기후 변화가 거짓말이라는 걸 증명했다'는 메일을 수없이 받는다"며 "기후 변화가 실재한다는 수많은 증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거의 예외 없이 '확언적'인 어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메일을 전부 무시한다"고 썼다.

종종 글을 다루는 이들 사이에서 '유보적' 말투는 수사학적인 오류 또는 불필요한 덧말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영역에서 이는 오히려 과학의 정직한 태도를 표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수사학적 방패에 가깝다.

그러니 이런 말투를 쓰는 사람을 만난다면 오히려 전문가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아마 20세기에 들어 가장 놀라운 현상 중 하나일 거라고 지금으로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아는 한도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 대해 '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관찰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사기꾼이 '확언적'이고 모든 전문가가 '유보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만약 누군가가 전문가라면 어떤 사안에서 100%를 의미하는 확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멍청하다는 것 정도는 알 거라는 사실만이 참이다.

라피 레츠터의 글을 보려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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