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끝없는 조롱을 불러온 프랑스 총리의 '벗은 가슴' 발언

ⓒDR

최근 프랑스에서 이슬람 여성을 위한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금지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마뉘엘 발스 총리가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인 마리안과 부르키니를 연계한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발스 총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밤 열린 사회당 행사에서 "마리안은 민중을 먹여주기에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자유롭기에 베일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주간지 르푸앵 등이 30일 보도했다.

마리안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과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여성상이다.

발스 총리의 발언은 마리안을 이용해 부르키니를 입거나 머릿수건을 써 신체를 가리는 무슬림 여성들이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스 총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잇따른 부르키니 금지 조치에 대해 "부르키니는 여성 노예화에 토대를 둔 세계관을 반영한다"며 금지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발스 총리

그러나 이날 발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치인과 역사학자들은 역사와 프랑스의 상징을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쉴새없이 조롱이 쏟아졌다.

프랑스 혁명 전문가인 마틸드 라레르는 발스 총리를 향해 "마리안이 가슴을 드러낸 것은 그게 비유(allegorie)이기 때문이다, 바보천치야(cretin)!"라고 일침을 놓은 트위터 글은 SNS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라레르는 페르디낭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작품처럼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참정권조차 없었던 시절에 그려진 마리안의 드러난 가슴은 여성 또는 여성성과 전혀 관계없이 '자유'를 상징하는 예술적 비유였다고 지적했다.

발스 총리를 향해 '마리안이 가슴을 드러낸 것은 비유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는 글

가슴을 드러내지 않은 마리안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라레르

19세기 전후로 마리안은 옷을 완전히 갖춰입은 조용한 여성상과 검을 들고 가슴을 드러낸 강한 여성상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혁명 지지자들은 후자를, 보수적인 공화주의자들은 전자를 지지하면서 그 누구도 여성 인권을 논하지 않았다고 라레르는 설명했다.

게다가 라레르는 역사상 마리안이 늘 가슴을 드러낸 모습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늘 머리에 무언가를 쓴 모습으로 등장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세실 뒤플로 전 주택장관 역시 마리안이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의 상징인 원뿔 모양의 프리지아 모자를 썼다면서 베일을 쓰지 않았다는 발스 총리의 발언이 웃긴다고 말했다.

뒤플로 전 장관은 "여성이 자유로워서 베일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를 먹이려고 가슴을 내놓았다는 발상은 일부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인 국사원은 지난 26일 부르키니 착용 금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지자체의 금지 규칙 효력을 중지한 바 있다.

국사원 결정 이후에도 발스 총리는 "국사원은 금지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을 뿐 지방정부가 부르키니를 금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금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부르키니 #프랑스 #프랑스 총리 #가슴 #여성 인권 #무슬림 여성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