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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위치는 그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지리는 중요하다.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우리나라나 폴란드가 수많은 외침을 받는 역사를 지닌 것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뚫려 있는 지형 탓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국이 자신의 대륙에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것도 지리적 이유가 크다. 일본인 특유의 성향도 지리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도 지리를 쉽게 생각하거나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세계지도를 펴놓으면 각국의 정치, 외교, 경제가 보이고,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으면 각 지방의 성향이 보이는 데도 말이다. 그래서 지리(혹은 지정학)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본다. 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책들이다.

1. 한국은 지리적 이유 때문에 쇄국정책을 사용했다.

우리 역사에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와 일본이, 러일전쟁 때는 러시아와 일본이 그것을 논의하였다. 결국 1945년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한다.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필연성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곳이다. 필연성을 가져올 수 있는 바뀌지 않는 조건으로 지리만한 것이 없다.

“18세기에 한국이 얻은 ‘은자의 왕국’이라는 별칭은 수 세기에 걸친 정복과 점령, 약탈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한 경유지의 대상이 된 뒤에 이 나라가 스스로 고립을 택한 데서 나온 명칭이다. 만약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이 북쪽에서 내려오면 일단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은 거의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한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나갔고 이어 명나라, 만주족의 청나라 그리고 일본도 수 차례나 침입했다. 한국이 여러 교역로들과 단절하고 홀로 있기를 희망하면서 바깥 세계와 엮이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도 이런 이슈에서였다.” (책 ‘지리의 힘’, 팀 마샬 저)

2. 중국은 15개국과 육상경계선이, 7개국과 해양경계선이 맞닿아 있다.

과거 중국의 위상이 낮을 때는 중국이 수많은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 국제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국은 군사, 경제, 과학 등에 있어서 세계 선두권 국가가 되었다. 힘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주위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그로 인해 미국과의 충돌은 물론이고,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갈등이 표면화된다.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로 인해 시끄러워질 것인가?

“중국의 동아시아 외교를 이해하려면 중국이 이 지역의 정세와 지정전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먼저 중국은 개별국가와의 쌍무적 관계가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을 전체로 놓고 지정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의 어느 학자가 강조한 ‘서쪽 안정, 북쪽 의지, 동남 투쟁’이라는 슬로건은 복잡한 주변정세에 대한 중국 지정전략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서쪽이란 주로 인도 및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말하는데, 국경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국가이익의 충돌이 없으므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국에 우호적인 북쪽 지역은 중국외교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의지해야 할 대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동남 투쟁’이라는 것은 동남방면이 중국의 지정학 전략의 중심임을 보여준다. 이 지역은 대만문제, 동중국해, 남중국해 분쟁, 한반도 문제 등 갈등과 충돌이 잠복해 있는 곳으로서 모두 중국의 발전과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책 ‘외교상상력’, 김정섭 저)

3. 지도에 동물을 그려 넣고 동물에 빗대기 시작하였다.

한반도의 모습은 토끼로 비유되기도 하고, 호랑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대부분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다. 국력과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는 동물 그림이 접목되곤 했다. 우리가 더욱 국력이 발전하면 한반도가 호랑이보다 더 센 동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지대 국가들에서 출장하게 활약했던 ‘지도 동물’은 ‘레오 벨기쿠스’였다. 이 사자는 1583년 지도에 처음 등장한 이래 좀처럼 떠날 줄을 몰랐다. 사자가 오래 갔던 이유가 있었다. 지도에 딱 맞았던 것이다. 처음 사자를 그려 넣은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귀족이자 지도제작자로서 쾰른에서 활동했던 미헬 아이칭거였다. …. 1833년, 판화가 아이작 W 무어는 빠르게 환골탈태하는 미국 지도 위에 독수리를 펼쳤다. 그 그림은 ‘미국 청년들과 호기심 많은 외국인을 위한 기초적 국가 지식’이라는 조지프 처치먼의 지리학 책에 담겨 필라델피아에서 출간되었다. …. 처치먼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가 벽에 걸린 미국 지도를 보고 있는데, 방 안의 어둑한 빛이 지도에 그림자를 드리워서 문득 지도가 독수리 모양으로 보였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려면 처치먼은 그런 이미지가 ‘젊은이들의 뇌리에 (지리적)교훈을 깊이 각인시키고 유지시키는 데 유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도 위의 공격성을 보기 위해서는 세계 어느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할까? 당연히 러시아였다. 방대한 러시아 영토에는 독수리나 사자가 아니라 문어가 그려졌다. 문어는 탐욕, 흡인력, 만족할 줄 모르고 촉수를 뻗어대는 야망을 지도에 표현하고 싶을 때 그리는 동물이다.” (책 ‘지도 위의 인문학’, 사이먼 가필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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