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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폐로 결정 1년 만에 날아든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승인'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은 정부와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재연장 추진방침에 맞서, 위험한 '고물원전' 고리1호기에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가위눌린 삶을 살게 된다는 부산시민의 절박한 상황과 이러한 노후 핵발전소의 가동 재연장은 실은 '핵마피아의, 핵마피아에 의한, 핵마피아를 위한 정책'일뿐이며,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단결된 힘밖에는 없다는 자각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2015년 6월, 정부는 부울경지역 주민들의 가열찬 "고리1호기폐쇄범시민운동"에 결국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년 뒤 2016년 6월, 정부는 다시 고리1호기(59만 킬로와트)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신고리5,6호기(140만 킬로와트 × 2기) 건설을 고리지역에 허가했습니다.

적은 용량의 노후 원전 1기 취소 뒤 1년 만에, 용량으로 치자면 5배나 더 위험한 원전 2기를 추가하다니. 이는 한마디로 날치기 무효에 다름아닙니다!

2015년 6월 24일,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가 2015년 6월 24일 해단식과 더불어 보고대회를 갖는 장면. 그후 1년 뒤, 2016년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승인

고리1호기 폐로 1년 만에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신고리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해야 할 이유를 대자면 열 가지도 넘겠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대신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나서 어떻게 고리1호기를 폐쇄할 수 있었는 지 범시민운동의 승리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이제는 부울경을 넘어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국민소송단에 적극 동참하며 전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핵마피아의 부패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은 국토를 살리고,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실 위험한 원전을 바라지 않는 국민의 뜻은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에서 이미 잘 드러났습니다. 이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이번 소송을 통해 확인하고자 합니다.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은 정부와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재연장 추진방침에 맞서, 위험한 '고물원전' 고리1호기에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가위눌린 삶을 살게 된다는 부산시민의 절박한 상황과 이러한 노후 핵발전소의 가동 재연장은 실은 '핵마피아의, 핵마피아에 의한, 핵마피아를 위한 정책'일뿐이며,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단결된 힘밖에는 없다는 자각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고물원전'의 위협에 맞섰던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

특히 2015년 6월 한수원의 고리1호기 재연장 신청기한을 앞두고, 2015년 2월에 부산지역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약 120개 시민단체가 힘을 합해 만든 조직이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입니다. 고리1호기의 실제 설계수명연한은 30년이었고, 2007년은 고리1호기의 설계수명연한 30년이 끝나는 해였습니다. 2000년 10월, 당시 32개 단체가 모여 '부산의 핵단지화를 반대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싸웠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3․11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가 핵발전소사고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후쿠시마사고는 체르노빌사고와는 또 다르게 지진과 쓰나미라는 복합재해로 인한 대형사고였으며,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의 수가 복수였고, 사고의 영향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수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옛 소련의 원전기술'을 폄하하고 최고 수준의 전기기술을 자랑하던 일본이 가장 단순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복합재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시민들은 한결같이 '과연 우리 부산 고리원전은 안전할까?'하는 걱정을 떠올렸습니다. 1억 년에 한번 발생할 확률이라던 '중대사고'가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맨 위 - 2015년 3월 17일 부산역에서 1,7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고리1호기폐쇄 범시민대회가 진행되는 모습.

좌측 하단 - 2015년 4월 18일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 행사.

우측 하단 - 2015년 6월 12일, 에너지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롯데호텔 앞에서 진행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기자회견 모습.>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뒤돌아보면,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로 성공할수 있었습니다. 첫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졌고, 고리1호기 폐쇄에 대한 시민적 공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원전 관련 부정 비리 및 사고 은폐 사건 등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 원전 사고 발생시 대책에 대한 우려로 확산된 면도 있습니다. 또한 밀양송전탑 투쟁을 통해 원전 증설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고, 삼척지역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방하게 된 것, 여기에 원전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소송이 1차 승소한 것 등은 고리1호기폐쇄운동을 이끌어내는 외부적인 요인들이었습니다.

둘째, 부산지역에서는 1990년 중후반 위천공단 반대운동에 버금가는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해 힘을 결집시켰습니다. 특히 종래 '반핵부산대책위원회' 등 진보 환경단체가 주장해오던 반핵 탈핵운동이 '부산YMCA', '부산참여연대' 등 일반 시민단체는 물론 '자유총연맹', '새마을협의회' 등 보수단체들의 참여로 이어지면서 대 정부, 부산시에 대한 발언력이 높아졌습니다.

셋째, 시민단체와 아울러 부산시장 그리고 여야 정치인들도 모두 나서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부산시장도 일단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야당정치인들이 집회나 토론회 등을 열어 적극적으로 고리1호기 폐쇄, 나아가 탈핵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여당 의원들도 '총선'에서의 시민 심판을 의식하며 행동했습니다.

넷째, 부산지역에서 체계적인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고, 서울지역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범시민운동본부의 활동에 있어서도 대국회 설득, 산업통상자원부 압박, 부산시장 압박, 부산시의회 원전특위와의 공조, 집회 및 시위 조직 등이 체계적이었습니다.

다섯째, 자발적인 시민참여, 전체 시민단체의 다양한 활동, 그리고 지역언론의 적극적 활동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운동기간 중 매주 빠짐없이 시민행진이나 서명운동 등 자발적인 시민참여를 통해 고리1호기폐쇄의 당위성을 시민들에게 홍보했고, 전체 시민단체가 다양한 형태로 고리1호기폐쇄운동에 참여했으며, 지역언론도 고리1호기폐쇄에 대한 보도 및 특집을 적극적이며 지속적으로 펼쳤습니다.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승인으로 다시금 점화된 범시민운동

다양한 주체들의 전방위적인 노력을 토대로 이끌어낸 '고리1호기 폐쇄'. 그러나 그로부터 1년 뒤, 부산시민들은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승인'을 맞닥뜨렸고, 공교롭게도 이 승인 결정 얼마 뒤 울산지역에 규모 5.0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 소식은 부울경지역을 비롯한 전 국민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재차 인식하게 했습니다.

<2016년 7월 23일 열린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한 탈핵만민공동회'>

그래서 부산지역에서는 지난 7월 23일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한 탈핵만민공동회'가 열렸고, 이어 지난 8월 20일 '제2차 탈핵만민공동회'가 열려 다음달에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 중 시민행동의 하나가 이번에 그린피스가 제안한 '취소소송'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입니다. 신고리5,6호기 취소 소송은 국민주권을 되찾는 행위입니다.

또한 시민들의 힘은 투표에 있습니다. 이제 내년에 다가올 대선, 그 다음해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탈핵에너지전환문제를 선거이슈화해 여야 후보들에게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비롯한 탈핵정책을 제시하도록 하고, 그에 합당하게 '에너지 시민주권'을 발휘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세계적 사양산업인 원전의 증설을 중지하고 세계 꼴찌인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리는 것이 대안입니다.

원전 증설을 고집하는 한 핵발전소 사고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실천적 지성인 미야모토 겐이치는 『공해의 역사를 말한다 - 일본전후공해사론(2016, 미세움)』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의 정치, 경제, 과학기술의 결함을 모두 드러낸 것이며, 거대한 손실을 낳는 원전 재해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원칙을 최대한 적용하고, 원전 제로와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을 축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하며, 유지가능한 내발적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예측하는 미래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선택하는 미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 우리 도시, 우리나라의 미래를 더 이상 소수의 원전당국이나 소위 전문가 등 정·재·관·학의 핵마피아의 손에 맡겨 놓아선 안 됩니다. 이 핵마피아의 부패사슬을 끊는 첫걸음이 바로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세대의 안전을 지키고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는 국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핵마피아에게 꺼내든 '레드카드'입니다.

'신고리5,6호기 OUT!'

글: 김해창 /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 위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국민의 손으로 취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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