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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관피아' 척결을 외치지만 관피아들은 코웃음친다. 조달청의 사례가 이를 드러낸다

조달청 퇴직자들의 친목단체인 조우회가 조달청과 독점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 중인 인천 중구 신흥동 국가비축물자 보관기지 전경
조달청 퇴직자들의 친목단체인 조우회가 조달청과 독점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 중인 인천 중구 신흥동 국가비축물자 보관기지 전경 ⓒ한겨레/김성광 기자

조달청이 33년 동안 수백억원대 규모의 국가비축물자 보관 사업을 독점해온 ‘조우회’에 경쟁 입찰 전환 등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했으나, 조우회가 2년 넘도록 이를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우회는 조달청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단체로, 1983년 설립 때부터 이 사업을 독점 수의계약으로 맡아 왔다. 세월호 참사 뒤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기관이 퇴직 공무원들에 의해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조달청과 조우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조달청은 2014년 2월10~14일 ‘조우회 운영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조우회는 조달청으로부터 국가비축물자 보관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위탁받아 한 해 16억원의 사업 실적(지난해 기준)을 올리고 있다. 또 조달청 창고를 냉장냉동창고로 임대해 연간 17억원의 사업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사업은 33년간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특혜 시비와 함께 감독 관청인 조달청과 조우회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조달청은 수의계약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고 방만 경영 등으로 일부 사업의 적자가 늘자 특별감사를 통해 정관 개정을 제안했다. 조우회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빌딩 관리 등 회원 친목사업에서 국가비축물자 보관 등의 창고사업을 떼어내 독립채산제로 각각 운영하도록 정관을 바꾸라는 내용이다. 특히 현재 수의계약상 2.5%인 비축물자 보관 수수료를 민간부문과 비교해 합리적으로 고치고, 장기적으로 경쟁 입찰로 바꾸도록 했다. 수수료도 낮추고 국고 손실도 줄여 특혜 시비를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조우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달청은 1년 뒤인 지난해 4월 조우회에 재차 개선을 독촉한 데 이어 올해 들어 국무총리실이 조달청과 조우회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자 지난달 세 번째로 정관 개정을 요구했으나,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우회 권아무개 이사장은 “내부 의견이 분분해 정관 개정이 미뤄질 뿐 일부러 미룬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달청은 “수의계약 재검토 등의 문제가 있어 조우회에 세 차례 정관 개정을 독촉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이어서 강제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조우회의 이런 행태는 퇴직 공무원 친목단체를 조달청 간부들의 재취업 창구로 여기는 ‘조피아’(조달청+마피아)의 저항과 조달청의 방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조우회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조우회 관계자들은 “조우회에 온 조달청 퇴직 간부들로서는 기존 사업은 지켜야 할 꿀단지이고, 조달청 역시 앞으로 퇴직 뒤 먹고살아야 해 조우회를 보호하다 보니 (정관 개정에 대한) 저항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9월부터 조우회 내부에서 정관 개정 시도가 이어졌으나 이사회가 총회를 거부하는 등 무산됐다.

조달청장을 지낸 조우회의 한 현직 고위 임원은 “박근혜 정부는 관피아 척결을 말로만 하고 있지 실제로는 전혀 안 되고 있음을 ‘조피아’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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