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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의 '분노한 남자들' 기사에 분노한 사람들이 절독하겠다고 일어섰다

  • 박세회
  • 입력 2016.08.28 09:02
  • 수정 2016.08.28 09:24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통권 427호(8월 27일 발행)의 몇몇 기사가 논란에 휩싸이며 절독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넥슨이 김자연 성우를 교체한 이우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분석한 '정의의 파수꾼들?'이라는 기사다.

'정의의 파수꾼들?'에서 시사인은 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 기업 ‘아르스 프락시아’와 함께, 항목이 개설된 2015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치 수정 내역 전체를 대상으로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분석했으며 이를 토대로 '메갈리아 티셔츠 인증 사태 이후 온라인 공간에 '분노한 남자들'이 대규모로 쏟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나무위키는 넥슨에 의해 목소리를 교체당한 김자연 성우 사태 이후, 김 성우 지지 발언을 한 사람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해 오며 일명 '살생부'라 불리기도 한 국내 최대의 위키 사이트다. 시사인은 이 사이트를 분석해 "이 기간에 수정된 분량은 추가와 삭제를 합쳐 글자 수로 299만7430글자, 도중에 따로 분리된 ‘메갈리아 비판’ 항목을 합치면 688만8042글자로 200자 원고지로 1만5000장가량 된다. 대하 소설 <태백산맥> 분량 1만6500장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히며 남성들의 분노를 개량하려 시도했다.

이에 '오늘의 유머' 등 시사인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몇몇 커뮤니티에서 절독의 물결이 이어졌다.

특히 거의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한 절독 고백 게시글에서 한 사용자는 "시사인을 절독하는 대부분의 독자는 '참담하다', '슬프다', '안타깝다'라는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독자가 (메갈리아 사태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다'라는 확신에 차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절독을 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이 사용자는 "'분노한 남자들'이 아니라, '분노한 사람들', '분노한 상식인들' 이라고 멘트 바꿔 달라"며 "메갈에 반대한 여자4 님들의 인증도 이어지고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분노한 남자들이라고 제목을 뽑는 것은 시사인도 이를 남/여 대결로 단순히 몰아가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시사인의 게시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사인의 게시판에 한 사용자는 "기사 문장의 곳곳에 남성에 대한 선입견이 느껴진다"며 "17페이지의 '나는 여자를 혐오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믿는 '선량한 남자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이들은 착하고, 신사적이며, 남자 A처럼 성적 공격성을 드러내며 날뛰지도 않은 자신들이 조롱받는', 18페이지의 '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상식적이고, 진보적이고, 정의롭고, 사실에 충실하다는 자의식', '극단적 여성혐오 용어 앞에 눈살을 찌푸리는 교양도 자랑한다.' 등의 문장이 '남성들은 본인들이 정의롭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일 뿐 실제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의도로 읽힌다"며 이것은 주로 메갈리아 워마드 이용자의 시선에 부합하는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게시판에서 한 사용자는 시사인 같은 호에 실린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여전히 OECD 꼴찌'라는 기사에 대해 "여자의 경제적 지위가 낮은 이유는 더럽고, 어렵고 ,힘들고 , 전문적인 걸 하려는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3D 업종에 일하는 사람이 전부 누구인가? 거의 전부 남자일걸?"이라고 해당 기사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시사인은 고제규 편집국장은 같은 호에서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이렇게 밝혔다.

이 커버스토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된다. 이 기사 때문에 절독하겠다는 구독자 의사도 나는 소비자 권리로서 존중한다. 다만 하나만 부탁드린다. 절독을 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분석 기사 등 그동안 <시사IN>이 보도한 기사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주기 바란다.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기사가 아니었다. 팩트와 심층 분석에 충실한 기사였다.

<시사IN>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어온다. <시사IN>이 창간하며 내건 사시로 답변을 대신 드리겠다. <시사IN>은 모든 권력과 성역으로부터 독립된 언론, 현상 너머 이면을 탐사하는 언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언론을 지향한다. 이번 커버스토리 역시 <시사IN> 사시에 어긋나지 않은 기사라고 감히 답을 드린다. -고제규/시사인(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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