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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찾아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이유'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매그놀리아’에는 아버지에게 성폭력 당한 여성이 본인이 그린 그림 밑에 이렇게 쓰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일은 있었다.”

지난 8월 12일 일본 교도통신은 12•28 합의에 따라 일본이 ‘화해•치유 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의 출연 시점과 재단의 사업 내용 등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전했다. 한국에선 이미 지난 7월 28일 화해•치유 재단 공식 출범식이 열렸지만, 8월 17일 정기 수요집회에서 정대협을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을 받는 것을 거부하며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국익, 한일관계, 이념 모든 것을 떠나서, 당시 위안부에 동원된 소녀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언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책에서 찾아보았다.

“...낮에는 병사를 받고 밤에는 장교를 받던 때야. 여름이었나 봐. 입으로 말을 할 수가 없어. 그 고초 당했던 거. 내 매맞을 적에 그 당했던 얘기, 할 수가 없어. 밤에 어쩌다가 장교가 왔어. 콧수염을 기른 장교였어. 그 어린것들을 막 몇 놈들이 해코지를 하니께 배겨날 수가 있어야지. 내가 너무나 아프고 힘이 드니까 못 한다고 그러니께로 입에 다 대고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걸 입에다 갖다 넣었는데 내가 깨물었어. 이빨자죽이 났갔지. 그러니께로 못 한다고 반항하니께 그렇게 된 거여. 그러자 장교가 그 즉시 그냥 나를 뺨을 몇 대 때리더니 보초를 불러가지고는 지키고 서서 때리라는 거야. 밤이었지만 비행기 때문에 불을 못 켜거든. 보초가 나를 그냥 끌고 나가서러 몽둥이로 마구 그냥 아무데나 패댔으니, 내가 몇 대 맞고 뻗으니께 까무라친 나를 창고에 갖다넣은 거야...” 최화선(가명)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3’, 한국정신대연구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북경에 가면 장사가 잘된다고 하여 양아버지는 우리를 데리고 북경까지 갔다. 북경에 도착하여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일본 군인이 양아버지를 불렀다...“스파이지? 이쪽으로 와라” 하면서 양아버지를 데리고 갔다...언니와 나는 따로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골목 하나를 지나가니 뚜껑 없는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거기에는 군인들이 대략 40-50명 정도 타고 있었다...오후에 잡혀 트럭을 타고 하룻밤을 지나 갔다...군인 몇 명이 우리를 어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언니하고 나는 방에 들어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있더니 낮에 양아버지를 끌고 갔던 장교가 방에 들어와 나를 포장친 옆방으로 데리고 갔다. 언니하고 떨어지는 것만도 무서워서 안 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힘에 끌려 옆방에 가니 그 장교는 나를 끌어안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 안 벗으려고 하다가 옷이 다 찢겨져 버렸다. 결국 그 장교에게 내 처녀를 뺐겼다. 그날 밤 나는 그 장교에게 두 번이나 당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1’, 정신대연구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그 날 낮에 우리를 검사한 군의관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가 내게 가까이 오자 나는 너무나 무서워서 뒤꼍으로 도망쳐 덤불 속에 숨었다. 그 군의관은 나를 쫓아와서 내 양 볼을 엄청난 힘으로 때렸다. 한참을 맞고 나니 얼굴 전체가 감각이 없을 정도로 되었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해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일은 처음 당했기 때문에 도저히 떨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래에서 피가 나고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다. 퉁퉁 부어올랐다. 따가워서 오줌도 눌 수가 없었다...그 이튿날 방에서 나오니 여자들이 저마다 군인들에게 당하고 피빨래를 하고 있었다. 빨래를 베란다에 내다 널면서 나와 다른 여자 두 명은 같이 죽자고 얘기했다...우리 중에 누가 “술이다. 술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더라. 우리 한번 먹어보자”고 해서 우리는 그 빼갈을 나눠 마셨다...위생병이 와서 호스로 우리의 속을 씻어냈다...사흘 동안 의식불명상태로 있다가 깨어났다...이 때 속을 버린 것 때문에 지금까지도 소화가 제대로 안 된다.”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2’, 한국정신대연구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그러다가 내가 열여덟 살(1941년) 때였어...우체국으로 조선사람과 함께 일본사람이 찾아왔어...나보고 간호원 시험 보라고 그래. 나는 보국대로 끌려가는 것보다 간호원이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그래 배 타러 가면서도 나는 간호원으로 가는 줄 알았지...군인 트럭에다 태워가지구 가데. 뒤에다가 여자들을 가득 차도록 태워가지구, 산으로 산으로 해서 한참 갔어. 거의 한 시간. 위안소에서 바다는 안 보여요. 뒤는 산이 있구, 열대 나무들 있구. 도착할 때 그 설움은......무섭기도 하구.” 신현순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3’, 한국정신대연구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그때 나는 몰랐지. 아무 것도 모르지. 그런데 막 토요일날, 일요일날 되먼 막 군인들이 나래비 쏟는거여. 그래갖구 옷두 다 베껴 버리구 근디 내가 열네 살 묵어 가니 그 견뎌내것어요? 한 두 사람두 아니구 막 피를 쏟구...그래갖구 막 도망대니구 또 막 잡으러 오구. 일요일날. 토요일날 그럴 때는 군인들이 줄을 서 갖고. 모르지 반은 죽어버리지. 죽지 못하고, 명이 긴께 살어갖고 왔는지. 그 지독한 놈들...” 윤애자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5’, 한국정신대연구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한국위원회 엮음)

“어느날 (군인들이) 막 한꺼번에 들어와 가지고는 그냥 나한테 난리굿을 치고, 막 덮치려고 하데. 그런 걸 내가 막 뿌리쳤어...잘 안 되니까, 칼을 쑥 빼더니만, 내 모가지 쳐뿔라는 기라. 죽이버린다고 칼로 막 모가지를 쳐서 죽인다고 막 군인 하나가 되게 세게 나를 거스그하는 기라....말 안 들으면 죽이버린다고 한께 어쩔꺼라. 나는 안 죽을라고 따라 들어와 버렸지. 들어와 가지구는 세상에 그런께 나는, 요런 소리 하면 욕을 하지마는, 아유, 이 왜놈들이라 하는 거는 사람이 인정도 사정도 없는 거구나 싶으고잉.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했다니까...” 황순이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3’, 한국정신대연구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여자들 중에 힘들어서 정신이 나간 사람도 있어. 군인 중에 못된 놈들은 막 뚜드려패고 그래...거기서는 우리가 빚졌다고 했지. 그 빚을 다 갚아야 너희들 맘대로 간다고. 빚졌다는 것이 가가지고 먹여주고 잉? 화장품 주고 잉? 옷도 주고 잉? 방에서 맨바닥에서 살 수 있어? 이부자리 주고 그거 다 빚이다고 그랬지. 그런 것들을 다 돈으로 계산 해놓고 다 빚으로 계산 해놓고.

그런 게로 시청에서 와 가지고는 몇 명씩 받았냐고 하더만(허탈한 웃음). 양정순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5’,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한국위원회•한국 정신대 연구소 엮음)

“알려줘도 되지. 돼. 부끄럽지 않아. 난. 난 안 부끄러워. 세상에 알려져도 괜찮고 내가 이런 과거 얘기를 일본 사람들 있으면 서서 쳐다보고 하고 싶어. 하고 죽고 싶어. “과거에 내가 이렇게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나 얼굴 아는 사람도 있을 거다.””정윤홍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4’,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한국위원회 증언팀 엮음)

“...일본이 우리들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일본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고 손해를 배상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지금도 증언을 하노라면 속이 뒤집히고 성질이 난다. 한국정보는 우리 생활을 보조해 줄 뿐만 아니라 일본정부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정말 억울하고 한많은 세상을 살았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은 편하게 살고 싶다.” 손판임 할머니의 증언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2’, 한국정신대연구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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