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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50분 일장연설, 강훈련과 부상의 이유

  • 허완
  • 입력 2016.08.26 13:16

한화 김성근 감독은 작심을 한 듯 했다.

힘겨운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는 최근 혹사에 따른 부상 속출과 징벌성 강훈련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팀 운용 스타일에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김 감독이 직접 입을 열었다. 투구와 타격 동작까지 직접 취해가며 하나하나씩 설명에 나섰다.

25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감독은 오후 4시30분부터 5시20분까지 약 50분간 쉼없이 열변을 쏟아냈다. 최근 가급적 말을 아꼈던 김 감독이 이날은 특타와 부상 논란에 직접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설명이 될 수도 있고, 변명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김 감독의 이날 발언들을 정리한 것이다.

▲ 강훈련? 이치로·이승엽은 더했다

특타는 연습할 필요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초등학교 때 매일 2000개를 쳤다. 그 정도 선수가 겨울에도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야구 속에서 살고 있다. 마쓰이 히데키도 어릴적 매일 1000개를 쳤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은 쳐봤자 300개에서 500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주석이는 지금부터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지금 코치로 있는 윤재국은 내가 쌍방울에 있을 때 다리가 빨라서 스카우트했지만 방망이를 쳐봐야 우익수를 넘기지 못했다. 매일 2시간30분씩 치더니 2주가 지나니까 백스크린을 맞히더라. 그 덕분에 윤재국은 오랫동안 야구했다. 최동수도 마찬가지이고, 어느 선수든 많은 훈련이 필요한 시기란 게 있다.

이승엽도 그렇다. 일본 지바 롯데에 있을 때 경기 전부터 500개에서 600개씩 배팅을 쳤다. 그래서 성공한 것이다. 선동렬도 일본 첫 해 실패했지만 그 이후 200~300개씩 던지며 성공한 것이다. 결국 선수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포기가 너무 빠르다. 조금만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고생을 넘으면 성공이다. 못 넘으면 거기서 끝이다. 그 길은 넘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투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볼을 갖고 있지만 제구가 왔다 갔다 한다. 잘 던지다가도 바로 다음에 갑자기 무너진다. 아직 확실한 자기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연습을 해서 만들어야 한다. 머릿속에 있으면 뭐하나, 몸이 안 따라가는데. 정근우도 어제(24일) 홈런을 쳤을 때는 베스트이지만 그 다음에 다시 무너졌다. 그것을 다시 찾는 게 특타다. 연습을 적게 해서 잘하는 게 베스트이지만 안 되면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정도 체력이 없으면 프로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체력도 기술하고 똑같은 것이다.

▲ 부상의 이유는 나쁜 폼 때문

젊은 선수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하는 건 자신의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몸에 무리가 간다. 포크볼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 앞에서 던져줘야지, 안으로 당겨버리면 팔꿈치가 나가버린다. 투심이나 커브를 던질 때도 그렇고 선수들이 이걸 알고 하느냐 문제다. 연습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방법이 나쁘니까 부상이 오는 것이다. 예전 이대진을 가르칠 때도 (투구시 양 팔 대칭 동작을) 예전 방법으로 잘못 가르쳤다.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LG 이동현도 내가 있을 때에는 포크볼을 던져도 아프지 않았다. 내가 던질 때 포크볼 때문에 아픈 선수는 없다. 내가 나간 뒤 잘못된 폼으로 던지다 팔꿈치가 나갔다. 임창용도 과거 바비 발렌타인 지바 롯데 감독이 보러왔을 때 폼에 문제가 있는 것을 보고서는 스카우트하지 않았다. 투구시 앞다리가 무너져 허리가 굽으니 팔꿈치에 무리가 왔다. 결국 임창용도 팔꿈치 수술을 했다.

권혁도 좋을 때에는 공을 놓는 순간 동작이 좋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던지고 있었냐면 전부 (팔을 안 쪽으로 해서) 이렇게 던졌다. 김민우도 (팔이 허리 뒤까지 가서 공이 나오는) 안 좋은 폼을 갖고 있었고, 그걸 고치려고 한 것이다. 캠프를 다녀온 시점에는 폼이 아주 좋았다. 10개 던지면 9개가 (원하는 곳에) 들어갔다. 어디가 안 좋아서 열흘 정도 중간에 공을 던지지 못했는데 그 이후 밸런스가 무너졌다. 선수들은 금방 잊어 먹는다. 그걸 훈련으로 잡고 익혀야 한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 우리 선수들 기본기가 없다

송광민은 공을 잡아서 송구할 때 모든 동작을 위에서 하는 습관이 있다. 올해 캠프에 오지 못해 연습이 제대로 안 돼 있었고, 봄에 와서야 그나마 고친 것이다. 송구뿐만 아니라 방망이를 칠 때도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동작이 있다. 하주석도 캠프에서 매일 아프다고 했다. 타격할 때 허리를 제대로 안 돌리고 오른 어깨가 빨리 나가니까 통증이 온 것이다. 요새는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한다. 김태균도 원래 허리가 안 좋았는데 나쁜 동작이 없어졌고, 더 이상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하주석이 뜬공을 놓친 것도 결국은 기본기 문제다. 요즘 들어와 로사리오가 수비 실수를 하긴 했지만 뜬공을 잡을 때 보면 가슴 앞에서 팔꿈치 쿠션을 이용해서 잡는다. 우리 선수들은 가슴 밖에서 팔로만 잡는다. 우리나라 선수들 기본기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 권용관이 잠실에서 뜬공을 놓친 바람에 캠프 때 뜬공 처리 연습을 많이 했었지만 이어가질 못한다. 그 사이 잊어먹은 것이다. 뜬공 타구는 볼보다 뒤에 위치해서 들어가야 한다. 낙하지점 앞에서 바람이 불면 잡기가 어렵다.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지만 머리로 의식하기 전에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바깥에서는 그저 연습을 많이 시켜서 아픈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투수든 타자든 바르지 못한 동작을 고쳐야 하고, 머릿속으로 의식하기 전에 몸으로 익혀야 한다. 특히 1~2년차에는 무조건 많이 해야 한다. 미국도 메이저리그에 갔을 때 비로소 연습량이 줄어들지 처음에는 많이 한다. 로사리오도 여기 와서 연습을 많이 한 덕을 봤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꾀를 부렸을 텐데 로사리오는 성실하게 잘 따라와 줬고, 지금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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