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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는 한 번도 안 나왔지만 한국에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근대5종 선수들이 있었다

  • 허완
  • 입력 2016.08.26 07:55

2016 리우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 출전했던 김선우(왼쪽부터), 전웅태, 정진화가 지난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선수단 해단식 뒤 파이팅을 외치며 미래를 다짐하고 있다. ⓒ한겨레

“가족과 친구들이 밤새우며 기다렸는데도, 방송사들이 중계를 안 해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네 진짜 경기한 거 맞냐고 물어오는 친구도 있었어요. 심지어 재방송도 안 해줬어요. 저희보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애가 많이 탔죠. 우리도 나름 땀 흘려 노력해 올림픽에 나갔잖아요. 단지 우리가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참 아쉬워요.”

근대5종 국가대표 정진화(27·LH)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근대5종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 스포츠지만, 역사가 깊고 의미가 있는 종목이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인 쿠베르탱 남작이 직접 고안해 제1회 아테네올림픽부터 이어져온 종목이다. 2016 리우올림픽에는 남녀 36명씩 총 72명이 출전했고, 한국에서는 남자부 정진화·전웅태(21·한체대), 여자부 김선우(20·한체대) 등 3명이 나섰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해단식 현장에서 <한겨레>는 세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들이 겪은 올림픽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초반부터 쉽지 않았다. 이들과 동행한 한체대의 한 교수가 “성적도 나쁜 선수들을 왜 인터뷰하냐”며 빨리 끝내라고 촉구했다. “성적 안 좋으면 인터뷰도 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지만, 함께 돌아갈 차편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끝내라는 요구가 재차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인터뷰는 15분여 진행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맏형 격인 정진화가 전체 13위, 전웅태가 19위, 여자부 김선우가 14위를 기록했다. 메달권에 이르진 못했지만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으로선 나름 선전했고, 특히 전웅태는 마지막 경기인 사격과 크로스컨트리(3.2㎞) 혼합종목을 11분02초50 만에 통과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다. 전웅태는 올 3월에 열린 프레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며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펜싱 종목에서의 부진이 아쉬웠다. 세 선수 모두 젊고 기량이 성장하고 있어 최은종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선 정말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다.

전웅태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청소년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 출전해 일본 선수와 펜싱 경기를 하고 있다. ⓒReuters

전웅태는 근대5종을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근대5종은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다섯 개의 올림픽 종목(달리기, 레슬링, 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과는 대비된다. 쿠베르탱 남작이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에서 혼자 적진을 돌파해 군령을 전한 프랑스 전령병을 기리기 위해 고안했는데, 세부적으로는 칼로 적을 제압하고(펜싱), 강을 헤엄쳐 건너고(수영), 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승마), 총으로 상대를 제압하며(사격) 달려서 적진을 돌파(크로스컨트리)하는 5개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그런데 그냥 5개 종목을 합친 것이 아니다. 종목을 창안한 취지에 맞게 펜싱은 올림픽에 출전한 36명의 선수들이 모두 맞붙는다. 두 선수가 대결해 단 한 번이라도 칼에 맞으면 승패가 결정되고, 다른 선수와 맞붙는 식이다. 승마를 할 때도 경기 당일날 추첨해 무작위로 말을 배정받는다. 전웅태는 “말을 추첨받고서 단 20분 동안만 길들일 시간이 있다. 그때 말의 성격을 파악하고, 서로 교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20분 동안은 무조건 칭찬해주고, 경기 때는 다소 엄격하게 말을 대한다”고 말했다. 말이 말을 듣지 않으면 승마에서는 크게 점수를 잃거나 실격할 수도 있다.

김선우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 출전해 승마 종목에서 말 연기를 펼치고 있다. ⓒReuters

세 선수에게 리우에서 해외 유명 스타 선수들을 만나보니 어땠냐고 물었다. 이들은 예상을 벗어난 답변을 했다. 김선우는 “우리는 외국 선수뿐 아니라 국내 대표팀 선수들만 봐도 ‘티브이에서 본 사람’이라며 신기해한다. 물론 우리도 대표선수라는 자존심 때문에 쉽게 다가가진 못한다”고 말했다.

근대5종은 국가대표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태릉선수촌에 마땅히 없다. 세 선수는 그나마 훈련시설이 있는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교류가 없는 이유다.

전웅태는 이번 올림픽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그는 “큰 대회에 처음 출전해 너무 긴장했다. 체력 종목은 자신있고, 기술 종목(사격, 승마, 펜싱)도 많이 준비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스무살 김선우는 아쉬운 마음에 경기를 마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 다음에는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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