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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정치가 좌파와 우파를 뒤바꾸고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6.08.25 12:26
  • 수정 2018.01.30 05:32
Delegates protesting against the Trans Pacific Partnership (TPP) trade agreement hold up signs during the first sesssion of the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in Philadelphia, Pennsylvania, U.S. July 25, 2016. REUTERS/Mark Kauzlarich
Delegates protesting against the Trans Pacific Partnership (TPP) trade agreement hold up signs during the first sesssion of the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in Philadelphia, Pennsylvania, U.S. July 25, 2016. REUTERS/Mark Kauzlarich ⓒMark Kauzlarich / Reuters

서구에서 우파와 좌파의 기존 정당들은 분열하고 있다. 안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정당들 내에서 세계화에 의한 패배자들은 기존 주류의 정설에 도전하는 반세계화 지지자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사이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전통적인 기존 정당들은 전반적으로 세계화의 이득을 얻는 세력들이 장악했다. 사업 관계자, 도시와 코스모폴리탄의 엘리트, 숙련 노동자, 노조의 보호를 받는 화이트 칼라 및 블루 컬러 노동자 등이다. 좌우 정당 모두 비교적 비중이 큰 소수의 세계화의 패배자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사회적, 종교적으로 보수적이거나(우파의 이념적 유권자들) 중도좌파 정당이 패배자들을 어느 정도 보호하는 노조, 노동자 권리, 사회 복지 체계를 지지하기 때문에 세계화의 패배자이면서도 이들 정당에 투표했다.

한동안은 금융 민주화(쉬운 대출)와 과도한 가계 레버리지 축적이 패배자들의 소득 정체와 소비 의욕 사이의 격차를 간신히 가렸다.

그러나 2008년의 큰 금융 위기 후 부채 비율은 높으면서도 미국의 소득 정체가 계속되자, 좌우의 세계화의 패배자들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반 기득권 대변자인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그들을 대표했다.

전통적으로 양당제인 미국과 영국의 좌파 패배자들은 전통적인 중도좌파 노동당(제레미 코빈)과 민주당(버니 샌더스)에서 대변자를 찾아냈다. 다당제 의회제가 흔한 유럽에서는 포퓰리스트 반 기득권 정당들이 나타났다. 그리스의 시리자나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완전히 새로운 당도 있었고, 전통적인 중도좌파 정당 안의 좌파 분파에 기반을 둔 당도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그러나 가장 급진적인 단층은 중도우파들에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영국에서는 토리당이 이에 해당하며, 유럽 대륙에서도 중도우파 당들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크고 작은 기업집단들과 투자 관계자들, 사회적 종교적으로 전통주의자인 보수적인 사람들이 지배해 왔다.

동시에 이 중도우파 정당에는 소수의 경제적으로 힘든 유권자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술이 없거나 미미한, 블루 컬러와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로, 이들의 소득과 일자리는 무역, 세계화, 이민, 테크놀로지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조 식스팩’은 공화당에 투표한다. 그는 백인이고, 종교를 믿고, 반 엘리트고, 기술이 없고, 자신의 경제적 정체를 이민, 소수자를 위하는 차별 철폐 조치, 동서부 해안 지역의 민주당 엘리트들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공화당의 월 스트리트 친화 정책을 탓하는 대신에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득과 재산 불평등 증가, 경제적 기회 부족이 종교적이고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이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위협이 되었다. 공화당 유권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소수 유권자들은 경제적, 재정적으로 무역, 세계화, 이민, 자유 시장 정책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기술이 없어서 세계화의 패배자가 되었다.

금융 대란이 일어나고 가계와 신용 버블이 무너진 다음, 그들의 경제적 불만이 공화당 기득권층에 대한 반란으로 이어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반 무역, 반 이민, 반 무슬림, 반 월 스트리트, 반 기득권인 포퓰리스트 트럼프가 부상한 것은 공화당 투표자의 중간값이 점점 더 세계화의 승리자가 아닌 패배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TPP를 반대하는 민주당원들

이것은 커다란 정치적 이동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불평등에 대한 우려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만큼 중요하다. 그들이 선호하는 해결 정책(낮은 세금, ‘정부의 간섭을 없애기’)은 좌파가 원하는 정책과 다르지만, 반 무역 견해는 양쪽이 비슷하다.

달리 말하면, 공화당을 찍던 분노한 종교적인 백인 블루 컬러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은 친 월 스트리트, 친 세계화적인 공화당 기득권층과는 반대라는 걸 금융 대란 후에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조 식스팩은 기회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이상을 대변해주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 패러독스와 분열된 유럽

영국의 패러독스는 브렉시트 캠프는 전혀 다른 경제적 이해 관계를 지닌 다양한 집단들이라는 사실이다. 보다 많은 사회 복지와 소득 재분배를 원하는, 노동당을 지지하는 블루 컬러 유권자들이 있다. 예전에는 토리당 포퓰리스트였던, 우익 포퓰리스트 영국 독립당 지지자들이 있다. 이들은 높은 세금과 큰 정부에는 반대하지만 반 무역, 반 이민이다. 대처주의자이며 경제적으로 보수적이고,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시장 친화적 정책이 많아지고 규제, 노동자 권리는 적어지고 ‘옳은’ 종류(기술이 있고 무슬림이 아닌)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어나길 바라는 기업집단이 있다.

그래서 브렉시트 캠프는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을 지닌 일관성 있는 연합 세력을 만들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러므로 전통적으로 노동당과 토리당으로 나뉘던 영국 정치 체제는 기산이 흐르면 유럽, 자유 무역, 세계화를 지지하는 당들과 EU, 자유 무역, 세계화를 반대하는 당들로 재편될지도 모른다.

브렉시트 지지자

유럽 대륙에서는 이런 정치적 분열과 붕괴는 미국과 영국보다 더 심한데, 전반적인 경제적 불안이 더 심하고 경제적 단층이 더 극적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유럽의 정치를 다음 5가지의 방식으로 재편했다.

1. 유로존 주변부에는 긴축과 개혁의 피로가, 독일과 유로존 핵심에는 긴축 피로가 있다. 주변부는 더 많은 위험 분담과 재정 연합을 원하는데 독일과 핵심부는 위험 부담이 위험 전가가, 재정 연합은 핵심부가 나머지를 떠받치는 전가 연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 실업률이 낮고 노동력이 귀한 독일은 이민 늘리기를 선호해왔다. EU 밖에서 와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독일 이외 국가들에서는 EU 밖에서 이민을 받는 것은 아주 인기가 없다.

3. EU 주변부에서 반 기득권 정당들은 좌파인 경향이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 이탈리아의 5성 운동, 스페인의 포데모스, 포르투갈의 좌파 정당들이 그렇다. EU 핵심부에는 반 기득권 정당들이 우파인 경향이 있다. 독일 대안 정당, 프랑스의 국민 전선이 그렇고,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에도 비슷한 우파 정당들이 있다.

4. 꾸준히 더 큰 통합의 길로 나가는 것이 EU가 살아남고 번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 궁극적인 결과가 연방 유럽이나 유럽 합중국이길 바란다. 반면, EU 국가들이 점점 더 많은 경제, 규제, 금융 이슈들에 대해 국가 주권을 포기하게 되면서 통합이 심각한 정치적 반발을 겪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민주주의의 훼손 문제도 있다. 선출직인 유럽 의회는 힘이 제한된 반면 EU 위원회는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은 느슨하게 하고, 아래 단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만 위로 올려보낸다는 보완성의 원칙에 따르고 경제 등의 정책에 각국의 자율성을 더 주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특히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비선출직 EU 관료들에 대한 반발은 독일을 포함한 EU 여러 지역에서 일고 있다.

마린 르 펜의 지지자

5. 브렉시트 투표는 EU가 노동 이동 자유의 원칙은 단일 시장 접근의 조건임을 재확인해서 자유 노동 이민을 막지 못한 EU의 완강함의 결과라는 영국 데이비드 카메론 전 총리의 주장을 EU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이 이슈에 대해서는 EU 안에서 심각한 분열이 발견된다.

폴란드, 헝가리 등 중부와 동부 유럽 국가들처럼 냉전 후에 EU에 가입한 비교적 최근 가입국들은 EU 가입시에 자신들이 했던 경제 개혁은 이민 자유 원칙 유지에 따른 조건이었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그러나 그 원칙은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EU 국가들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실업률이 높고 재정 제약이 있어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심지어 EU 최근 가입국의 이민자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신흥 시장은 세계화를 선호한다

서구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정치적 재편은 노동 대 자본, 노동자 대 산업, 세금과 규제 대 자유 기업이라는 옛 좌우 패러다임을 지워버린다. 새로운 재편은 세계 통합 세력에 대한 찬반을 중심으로 조직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정치적 기득권을 뒤집고 있는 서로의 영역이 섞이는 현상은 세계화의 주요 승리자인 신흥국들이 세계화를 훨씬 선호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브랑코 밀라노빅이 지적했듯, 선진 경제에서는 불평등이 심해졌지만, 세계적으로는 불평등의 격차는 줄어들었다. 무역과 해외 투자가 생활 수준을 현저히 높였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선진국에서는 실재하며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혜택은 계속 되도록 하면서 패배자에 대한 부수적 피해는 줄이고 패배자들도 나중에는 승리자들 틈에 낄 수 있게 하는 정책들로 관리할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Political Left and Right Are Being Upended by Globalization Politic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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