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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학대하는 남편을 떠나려 한 여성이 있었다. 지금 그 가족은 다 죽었다

  • 김도훈
  • 입력 2016.08.24 11:02
  • 수정 2016.08.24 11:03

메건 쇼트는 죽기 몇 주 전 페이스북에 들어가 감정적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클릭했다. ‘그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그래도 학대였다.’라는 제목의 글에 쇼트는 공감을 느꼈다.

그 글을 쓴 리 스타인은 굉장히 고통스러웠지만 육체적 폭력은 없었던 학대하는 관계를 겪고 살아남은 이야기를 자세히 묘사했다. 스타인의 전 남자친구는 무궁무진한 방법들로 학대를 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서 고립시키고, 그녀를 조종하고,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공공 장소에서 망신을 주고, 본인이 제정신인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스타인은 자신이 학대 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뼈가 부러지지도, 경찰에 신고할 일도, 한밤중에 응급실에 간 적도 없었다. 가정 폭력을 육체적 폭력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지 보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볼 수 없는 것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글이다.

글을 읽던 쇼트는 공감을 느꼈다.

“정말로 정신 건강에 위협이 된다.” 쇼트는 자신의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스타인의 글에 덧글을 달았다. 그리고 나중에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이혼하려는 것이다 … 16년 만에.”

쇼트는 그러지 못했다.

경찰에 의하면 쇼트가 집에서 나가려던 날 남편이 쇼트를 총으로 쏘고, 어린 자녀 세 명을 쏜 다음 자신도 자살했다고 한다.

쇼트의 죽음은 육체적 학대에 비해 덜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 감정적 학대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충격적인 예다.

가정 폭력에 반대하는 전미 연합의 루스 글렌에 의하면 육체적 폭력이 있는 관계에서만 사망 사건이 생긴다는 건 흔한 오해라고 말한다.

“육체적 학대 없이 감정적 학대만 한다 해서 똑같은 역학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학대자들은 육체적 전략을 쓰든 심리적 전략을 쓰든 학대를 통해 힘과 통제권을 얻는다고 글렌은 설명한다.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학대자가 육체적 폭력의 전력이 없다 해도 그렇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감정적 학대의 피해자는 형사적 도움을 구하기가 어렵다. 육체적 폭력의 증거가 없으면 보호 명령 요건을 맞추기가 힘들 수 있고, 상처와 같은 증거 없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내 폭력에 반대하는 전미 연합 펜실베이니아 지부의 엘렌 크레이머는 감정적 학대의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의 단체에서 무료로 비밀 도움을 받길 권한다.

“형사 고발이나 보호 명령을 얻어내지는 못한다 해도, 피해자들이 지역의 가정 폭력 관련 서비스 제공자를 찾아가 안전한 계획과 카운슬링을 받을 수는 있다. 가정 폭력은 육체적 상해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가장 위험할 때는 관계를 끊으려고 시도할 때라고 한다.

쇼트는 살해되기 3주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찰에 연락했다. 911에 전화해 집안에 다툼이 있다고 신고한 것이다.

쇼트는 경찰에게 남편이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호 명령 신청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 그러나 버크스 카운티 검사 존 아담스가 기자 회견에서 말했듯,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육체적 상처도, 기소할 증거도 없었다.

다음 날 쇼트의 남편은 총을 샀다.

영국에서는 비육체적 학대를 하는 가정 폭력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5년에는 물리적 폭력이 없더라도 ‘강압적이거나 통제하는’ 가정 폭력을 최고 5년형까지 처할 수 있는 범죄로 만드는 법을 통과시켰다.

법의학 사회복지사이제 러트거스 대학교 명예교수인 에반 스타크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위협할 때 사용하는 행동 패턴을 아우르는 ‘강압적 통제 coercive control’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는 가정 폭력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원을 뺏고, 위협하고, 고립시키고, 효과적으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을 없애 피해자의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육체적 폭력이 없거나 최소한이라 해도, 이런 행동 때문에 피해자는 살해당할 위험이 극히 높다고 한다.

“내 연구에 의하면 어느 사건이 심각한지를 육체적 상처에 기반해 판단하면 모든 가정 폭력의 95~98%를 놓치게 된다. 심각한 공격은 죽음을 부르는 공격일 때가 많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오다 정점에 달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감정적 학대에 대한 리 스타인의 글이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이후, 스타인은 당신은 가정 폭력의 ‘진짜’ 피해자가 아니라는 말을 엄청나게 들었다고 한다.

“내가 심하게 겪지 않았다, 난 그저 어리고 멍청했다는 말들이었다. 내 이야기에 공감했던 다른 여성에겐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있었는지 생각하면 오싹하다.”

스타인은 미묘한 경고의 징후를 몇 년 동안이나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학대 당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새 책 ‘마법의 땅 Land of Enchantment’이 다른 사람들이 징후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심리적 학대가 없는 육체적 가정 폭력은 없다. 심리적 학대로 시작한다.”

허핑턴포스트US의 She Was Leaving Her Emotionally Abusive Husband. Now The Whole Family Is Dea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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