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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자 세레머니'로 반정부 시위한 에티오피아 육상 선수를 위해 전 세계가 나섰다

  • 김태우
  • 입력 2016.08.24 07:41
  • 수정 2016.08.24 07:45

에티오피아의 육상 선수 페이사 릴레사는 지난 21일 열린 마라톤 경기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팔을 교차해 올린 릴레사의 세레머니였다. 이 'X자 세레머니'는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국민 30%에 해당하는 오로모 족에 대한 에티오피아 정부의 무력 진압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았다. 오로모 족은 정치경제적 소외감 등을 이유로 평화 시위를 시작했고,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릴레사는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세레머니로 인해 "정부가 나를 죽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감옥에 넣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올림픽이 끝나면 이민을 고려 중이라며, 미국과 케냐를 다음 목적지로 언급했다.

짐바브웨 타임즈에 의하면 릴레사가 큰 주목을 받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릴레사를 영웅으로 환영할 것이며, 안전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레사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의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선수단이 탄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으며, 대표팀 관계자 역시 선수단 환영 행사서 릴레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릴레사의 안타까운 사연에 전 세계가 나섰다. 그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것. '페이사 릴레사 지원 기금'으로 불리는 이 기금 모금 페이지는 "리우 올림픽서 특출난 영웅심을 선보이며 오로모 시위의 국제적 상징이 된 페이사 릴레사"와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이 크라우드펀딩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무려 11만 달러(한화 1억 2천만 원) 이상이 모였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무려 1만 회 이상 공유됐다.

한편, 릴레사의 에이전트는 뉴욕타임스에 "그는 은메달 획득 후 굉장히 기뻐했지만, 조금 혼란스러워했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로 가려는 계획은 없었다. 미국에 간다면 좋겠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그가 어디로 향할지 우리도 모른다."고 전했다. 릴레사는 현재 확실하지 않은 비자 상태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t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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