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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셰어하우스'가 있다(사진, 영상, 인터뷰)

  • 박수진
  • 입력 2016.08.24 07:10
  • 수정 2016.08.24 07:14
ⓒfacebook/CollectiveOrg

주거 공간을 공유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타인과 네트워크를 이뤄 교류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공유주택과 공동체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들어냈다.

놀라운 점은 영미권에서 등장하는 공유주택의 규모다. 많아야 5~6가구가 모여 공유주택을 꾸리는 한국과 달리,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노린다. 세계 최대의 공유주택인 영국 런던의 ‘올드 오크’는 무려 546개의 방이 있다. ‘넉넉한 품을 가진 오래된 참나무’란 의미를 담은 이름의 이 공유주택은 지난 5월1일 런던의 서쪽 지역에 문을 연 뒤부터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겨레>는 올드 오크를 내놓은 영국의 회사 ‘더 컬렉티브’의 홍보 책임자인 스테퍼니 코넬씨와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파고들어봤다.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거대한 집

영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런던 시내에서 살고 싶어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울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시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은 젊은이들의 특징이다. 엑스(X)세대 이후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로 지칭되는 이들은 경험과 사람들과의 교류를 삶의 우선순위에 둔다. 좋은 도시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은 도시에 끌릴 수밖에 없다.

올드 오크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546명을 한데 모아놓으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손쉽게 연결해줄 수 있다. 구성 단계에서부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지 않으면 공유주택에 살기란 불가능한 한국의 사례와는 완전히 다르다. 올드 오크는 그 거대한 규모 덕에 입주 즉시,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 3명은 입주자들을 서로 소개해주고 모임을 만들어주거나 운영에 도움을 준다. 이들 매니저는 입주 심사 때부터 면접을 보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해서 잘 안다. 모든 배경을 알고 있는 매니저들은 입주자 각자가 진행하는 커뮤니티 이벤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적격이다.

A photo posted by The Collective (@collective_llp) on

올드 오크는 입주자들에게 10㎡(3평) 크기의 아주 작은 방을 사적 공간으로 제공하는 한편, 나머지는 모두 공유공간으로 사용한다. 입주자들은 세련된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최신 유행을 담고 있는 식당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방에서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체육관과 커뮤니티 라운지, 루프톱 정원 같은 아웃도어 공간도 있다. 이 모든 공간은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유공간이다. 이런 주거 형태를 두고, 일부에서는 “기숙사 같다”고도 말한다. 유럽의 기숙사들은 이런 식으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영국 언론들은 올드 오크에 대해 “성인을 위한 기숙사”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치 호텔과도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올드 오크는 입주자들의 방 청소를 해주고, 침대보도 새로 빨아 정기적으로 교체해준다. 코넬은 이에 대해 “입주자들이 시간을 아껴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빌리는 집

사실 공유주택은 ‘공유’라는 방식으로 주거비를 대폭 내릴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도시에서 삶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높은 주거비 탓이다. 런던은 특히나 심각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 컬렉티브의 레자 머천트 대표는 젊은이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시에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올드 오크를 내놨다.

하지만 서울 사람 눈에 임대료는 결코 싸지 않다. 일주일에 250파운드(36만3000원)다. 물론 런던의 높은 임대료 수준을 생각하면 비싼 것은 아니라지만, 결코 “싸지도 않다”는 평가가 많다. 10㎡에 불과한 작은 방을 생각하면 더욱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코넬은 이렇게 말했다.

“방값은 물론 각종 전기·수도요금, 와이파이, 경비, 방 청소 및 침대보 교체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 가격입니다. 또 목욕탕(스파)과 헬스장, 극장, 다양한 취향의 식당, 게임방, 도서관, 시크릿 가든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요. 입주자들은 대부분 공유공간에서 머물길 원합니다. 사적인 공간도 중요하지만 공유공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주목해주세요.”

Collective Pot Luck Dinner in Old Oak #nomnomnom #coliving #dinner #comm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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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사람이 모여 있기에 교류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교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세 외로운 공간으로 돌변한다.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삶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런던은 외로운 도시일 뿐이다. 입주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드 오크의 문을 두드렸다. 코넬은 “‘함께 살기’는 도시에 퍼지고 있는 외로움이란 전염병의 해독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가에서 책 모임, 패널 토론과 영화의 밤까지 우리 건물 안에서는 흥미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항상 운영됩니다. 우리 입주자들은 단지 집을 빌린 게 아니에요. ‘라이프스타일’을 빌린 겁니다.”

이곳엔 이미 공무원, 그래픽디자이너, 테크 스타트업 직원, 발레 댄서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였다. 연령대는 18~52살로 다양하지만,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젊은이다. 현재 입주자들의 평균 나이는 29살이다. 올드 오크 입주자 중 한 사람인 타라스 콘텍은 영국의 매체인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커뮤니티 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걸 원치 않을 때는 나만의 작은 피난처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멀리사 페르난데스 교수는 진짜 사회에서의 관계망과는 멀어진 채 작은 건물 안에서의 관계망만 추구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 주거 서비스에 대해 “자본주의자들의 1회용 유토피아”라고 비판했다. 그는 “장기적인 정착을 육성해 더 큰 범위의 지역 커뮤니티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런 점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넬은 “우리 멤버(입주자)들에게는, 함께 살면서 얻는 가치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이곳에서 미래의 라이프 파트너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고, 가장 친한 친구도 만날 수 있어요. 이곳을 떠나더라도 그 인연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또 지역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과 헬스장, 편의점 등이 있어서 지역 커뮤니티와도 교류를 합니다.”

공유주택의 트렌드는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다. 스타트업 기업인 ‘퓨어하우스’나 ‘코먼’ 같은 회사들이 35살 이하의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호텔 서비스가 가미된 공유주택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공유 사무실 상품으로 성공한 ‘위워크’는 지난 4월 공유주택인 ‘위리브’를 내놓기도 했다. 코넬은 “체육관과 편의점 시설 공사가 9월께면 완성되는데, 그때 맞춰 방을 100% 채우려 하고 있다. 지금 추이대로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미권에서 이런 공유주택의 트렌드는 이미 대세인 듯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대규모 공유주택이 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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