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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아두면 당신의 서재를 폼 나게 해줄 책 3권

누군가의 사무실에 들르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책꽂이다. 그 주인이 대강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공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유명 인사들의 서재에 높은 관심을 갖는다. 과거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가 인기를 끈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읽는 책을 통해 나에게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려고 한다. 결국 내 서재와의 비교가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주제는 한쪽으로 치우쳐졌고, 진지한 책보다는 가벼운 것을 좋아한다. 무언가 나의 책꽂이가 빈약해 보인다면, 다음 책들을 보충해 넣어 보면 어떨까? 소위 ‘폼’이 나는 책들이다. 또한 꽂아두다 보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책 수집광들의 말을 믿어본다면, ‘인간에 대한 통찰’이 상당한 책들이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의 ‘폼’을 위해 페이지 수도 적어보았다. 아무래도 두꺼운 책일수록 폼이 날 테니까!)

1. 책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저, 608page

“”당신이 선하고자 애쓰는 이유가 오로지 신의 인정과 보답을 얻거나 신의 불만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인가요? 그것은 당신의 모든 움직임, 심지어 온갖 속된 생각까지 감시하는 하늘의 거대한 감시 카메라를 돌아보면서 혹은 당신의 머리에 든 아주 작은 도청 장치에 대고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 도덕이 아닙니다.” (중략) 신이 없을 때 자신이 ‘강도, 강간,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부도덕한 사람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우리는 당신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라는 충고를 받을 것이다”. 반면에 신의 감시를 받지 않을 때에도 자신이 선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임을 인정한다면, 당신은 우리가 선하려면 신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치명적으로 훼손하게 된다.”

두꺼운 책은 보통 읽기 힘들다. 하지만 그 책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것이라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만 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면서 동시에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투적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그는 수 많은 비판(심지어 협박까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 책은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논리를 반박하며 시작한다. 종교 그 자체의 기원을 언급한 후 진화론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무신론자들을 격려하며 내용을 마친다. 인간 본연의 선함을 다루며 인간은 신 없이도 충분히 선한 존재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테디셀러의 자리에 올라있으며 책 좀 읽는다는 집에 한 권씩 꽂혀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점만으로도 당신의 서재에 꽂아 놓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책이 한 쪽 입장만을 치우치게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면, 책 ‘종의 기원 신의 기원’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신학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응답을 논리 정연하게 준비하였다.

2. 책 ‘빈 서판’, 스티븐 핑커 저, 901page

“빈 서판으로 인해 인간 본성에는 공백이 생겼고, 전체주의적 체제가 그 공백을 열심히 채웠지만 그것은 전체주의의 대학살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교육, 양육, 예술을 사회 개조를 위한 형식으로 악용하고 있다. 그것은 집 밖에서 일하는 어머니들과 자식을 원하는 대로 키우지 못한 부모들에게 고통을 안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생명 • 의학 연구를 불법화하려 하고 있다. 그것의 필연적 결과인 고상한 야만인은 민주주의 원리와 “사람이 아닌 법의 통치”에 대한 경멸을 부추긴다. 그것은 우리의 인지적 • 도덕적 결점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정책의 문제에서는 감상적인 독단을 내세워 효과적인 해결책을 가로막는다.”

‘만들어진 신’의 두께에도 폼이 나지 않는다면, 더 두꺼운 이 책을 추천한다. 인간의 본성에 접근하며 로크, 루소, 데카르트 등 쟁쟁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비판한다. 존 로크의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라틴어로 ‘빈 서판’이라는 뜻)이론은 사회 곳곳에서 사상적 기초로 활약한다. 이 이론은 백지상태로 태어난 인간이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장 자크 루소는 이러한 인간을 고상한 야만인이라 불렀고, 데카르트는 고상한 야만인의 뇌를 기계 속의 유령이라 이름 붙였다.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 이론이 평등주의 사상을 발전시킨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잠재력에 대한 평가 이면에 숨겨진 개인의 상실, 다양성의 상실을 지적한다. 우리는 지능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

최근 미소지니(misogyny)가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실 어떤 사회 현상이든 급진적 논의로 설명은 어렵고 하나의 원인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이론 역시 틀릴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본성을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 책꽂이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덤이다.

3. 책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636page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예컨대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은 고대에 있었던 기린 사이의 경쟁 때문이었지, 초월적 지성을 가진 모종의 존재가 변덕을 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중략)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

비교적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 역시 당신의 책꽂이를 빛나게 해줄 것이다. ‘사피엔스’에서는 과거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이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으로 분류하였다. 구체적으로 의사소통의 출현, 농경사회의 정착, 세계화(Globalization) 등을 다룬다. ‘제3의 물결’과 같은 단어에 익숙한 사람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분석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예측한다. 지적 설계자가 되고 있는 인류가 만들어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알파고 쇼크를 제대로 받은 한국사회에서 이 책이 주목 받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지적 트렌드를 업데이트시켜주고 폼도 나는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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